지난 17일, 영국 솔즈베리에서 두 아마추어 DJ 데이비드 윌슨(David Wilson)과 애슐리 크롤리(Ashleigh Crowley)의 첫 번째 공연이 있었다. 물론 작은 규모로 열린 아마추어 공연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 공연에 참여한 데이비드와 애슐리 모두 불의의 사고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던 환자다. MC 쓰리-비(MC 3-Bee)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진행한 38세 남성 데이비드는 2005년 불의의 무차별 칼부림으로 인해 오른쪽 눈을 관통해 뇌를 찔리는 사고를 당했으며, 애시 DJ(Ash DJ)로 참여한 35세 여성 애슐리 역시 2007년 큰 교통사고로 인해 뇌 손상을 입었다. 데이비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억력이 조금 흐려졌고, 오랫동안 집중할 수가 없었죠. 지금은 다시 걷기 위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당시 사건이 자신의 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했다. 데이비드와 애슐리 둘 모두 재활 기간 DJ 엠마 라이얼스(DJ Emma Ryalls)의 멘토링을 받아 디제잉을 배워왔다.
데이비드 윌슨은 디제잉이 재활 치료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고 이야기했다. 디제잉을 시작하면서 마치 초능력이 생긴 것 같으며, 재활이 눈에 띄게 진전된 것을 느꼈다고 전한 것. 데이비드의 어머니 역시 “데이비드가 DJ 엠마와 함께 레슨을 시작하더니 갑자기 가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의 뇌를 다시 깨어나게 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을 줬죠”라고 인터뷰했다. 한편 애슐리 크롤리의 어머니 역시 디제잉이 애슐리의 뇌 손상에 굉장한 도움이 되었으며, 디제잉 수업에 참여하면서 애슐리의 사회성과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기획했던 DJ 엠마는 “비록 이 수업이 뇌 손상을 입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는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배우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를 보는 것은 제게 매우 보람 있는 일입니다”라고 소회를 밝히며 이 디제잉 수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이야기했다.
음악은 이전부터 유용한 치료 도구로 자리 잡아 왔다. 2019년에는 편안한 음악이 수술 이전 마취제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으며, 올해 초에는 뇌종양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뇌가 깨어있을 수 있도록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과 데프톤즈(Deftones)의 곡을 기타로 연주하도록 한 바 있다. 이처럼 음악은 예술뿐 아니라 의학이라는 정반대의 분야를 넘나들며 영향을 끼쳐왔다. 앞으로도 음악이 단순 감상을 너머 실제 신체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해 보자.
이미지 출처 | DJ M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