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reme VS Morris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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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Supreme)의 짧은 휴식기가 끝나가고 있다. 무심한 듯 툭 던져내는 프리뷰로 룩북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른 이 시점, 슈프림은 영국 출신의 싱어 모리세이(Morrissey)와 함께 한 캠페인을 공개했다. 슈프림은 이전부터 래퀀(Raekwon), 딥셋(Dipset), 케이트 모스(Kate Moss),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과 같은 유명 인사를 활용한 캠페인으로 기존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에 대한 통념을 깼다. 2016년, 슈프림은 그 주인공을 모리세이로 낙점한 후 그 오랜 동지 테리 리처드슨(Terry Richardson)과 신속히 작업을 진행했다.

사실 지금에 이르러 다양한 브랜드가 비슷한 전략을 따르고 있지만, 유독 슈프림이 빛나 보이는 것은 의외성이 돋보이는 선택과 작업물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다. 케이트 모스의 CK 광고판 위에 박스 로고 스티커를 붙이는 테러를 감행해 고소까지 당했던 슈프림은 10년 뒤 케이트 모스를 모델로 발탁함과 동시에 재기발랄한 티셔츠를 내놓았다. 테리 리처드슨 특유의 감성과 예측불가한 유명 인사를 기용한 캠페인은 곧 슈프림의 강렬한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슈프림의 이러한 행보는 지금까지 굉장히 순조로웠다. 하지만 이번 2016년 모리세이와의 분쟁으로 지금껏 꾸준히 이어오던 캠페인에 있어 난관에 봉착,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모리세이를 소개하자면 영국 맨체스터 출신 록밴드 더 스미스(The Smiths)의 멤버로, 더 스미스는 흔히 말하는 ‘브릿 팝’의 기초를 다진 그룹이다. 82년부터 87년까지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당시의 영국 인디 음악 신(Scene)에서 놀라운 기량을 발휘하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존경받고 있다. 해체 후 모리세이는 솔로로 전향해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최고’ 집착증에 걸린 슈프림이 이를 놓칠 리가. 이미 여러 번의 시도로 증명된 셀레브리티 캠페인을 다시 전개했다. 그저 슈프림의 스테디셀러인 박스 로고 티셔츠를 입히기만 하면 존나 멋진 광고와 존나 잘 팔리는 제품,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까지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도 잡을 수 있다. 지금에 이르러 슈프림 캠페인의 주인공이 이전만큼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옆집 개에게 박스 로고 티셔츠를 입힌다 해도 그건 존나 멋있는 캠페인이 된다. 왜냐면 슈프림이니까. 이미 업계에서 슈프림은 ‘씨발, 그냥 존나 짱’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옆집 개가 백구든 시바견이든 그저 캠페인 티셔츠가 나오는 순간 머리는 마비되고 미친 듯 ‘Process Payment’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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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이러한 예상과 함께 전설적인 뮤지션과의 화합을 꿈꿨겠지만, 모리세이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모리세이의 조카가 올린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분쟁은 시작되었다. 아래는 모리세이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글의 해석본이다.

슈프림에 의해 만들어진 내 사진으로 발생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사진은 2015년 10월에 촬영했으며, 나는 그 사진이 그저 의학적인 사진으로 쓰이는 줄 알았다. 이에 슈프림 측에 사진을 사용하지 말라고 전달했다. 이 사진은 내가 슈프림이 육류 샌드위치를 만드는 ‘화이트 캐슬(White Castle)’ 에게 후원을 받는다는 것을 알기 전에 작업한 것이다. 슈프림은 사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법적 경고를 받았으며 이에 응했다면 나도 순순히 돈을 반환했을 것이다. 슈프림은 명백히 내 변호사를 무시했다. 사과를 요청한다.

그렇다. 모리세이는 음악계의 대표적인 채식주의자다. 작년 슈프림의 S/S 시즌, 화이트 캐슬과의 협업이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 슈프림 측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이 유명 채식주의자의 신념 또한 확고해 보인다. 슈프림 역시 이 이슈에 대한 글을 발표하며 불을 지폈다.

우리는 작년 7월, 2016년 포스터와 티셔츠 캠페인을 위해 모리세이에게 접촉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두 시간 동안 모리세이가 원하는 포즈로 촬영했다. 촬영 이후 모리세이에게 몇 가지 사진을 보냈지만, 아무 이유 없이 거절, 자신이 스스로 박스 로고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사용하길 원했다(아마 자기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쓰자고 한 듯). 그리고 그 이미지가 조카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되었다. 우리는 이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기에 모리세이에게 세 가지 옵션을 제공했다. 첫째, 슈프림이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다시 촬영. 둘째, 테리 리처드슨이 촬영한 사진 중 하나를 선택. 셋째, 슈프림이 모리세이에게 지불한 돈을 다시 반환.

그러나 모리세이는 슈프림의 세 가지 제안을 전부 무시했다. 이 시점에서 슈프림은 재차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모리세이는 그것 또한 거절했다. 이에 슈프림은 “그래, 좆 까.”라는 태도로 테리 리처드슨의 사진을 사용해 포스터를 제작하고 이를 게시했다. 이 둘의 싸움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노련한 팝스타와 스트리트 패션을 좌지우지하는 브랜드의 대결은 그 무엇보다 흥미롭다. 당신의 눈에는 이들이 어떻게 비치는가. 시즌의 시작과 함께 촉발한 이번 사건이 해프닝으로 남을지, 패션 역사에 남을 사건이 될지. 이 재미있는 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팝콘이나 씹으며 지켜보자.

Supreme 공식 웹사이트
Morrissey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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