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 냄새 가득한 윤회 로맨스, Sakamoto Junji의 신작 “오키쿠와 세계” 국내 개봉

에도 시대 말기 공동 세입자들의 인분을 매입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야스케’와 ‘츄지’라는 두 남자. 그 맞은 편의 몰락한 사무라이 집안의 외동딸 ‘오키쿠’. 최하층민으로 여겨지는 인분 장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막상 거센 비라도 내려 인분통이 가득 차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그들을 찾는다. 어느 날 ‘오키쿠’의 아버지는 복수의 결투에서 끝내 목숨을 잃고, 아버지를 쫓아간 그녀는 목숨을 부지하지만 끝내 목소리를 잃는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말은 삶을 찬미하는 격언 중에 가장 직관적인 문장이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줄곧 분뇨는 인간에게 가장 혐오감을 일으키는 대상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저 생리 현상의 최종 결과물일 뿐이지만, 지독한 냄새와 비위생적인 특성 때문에 분뇨라는 단어는 그저 비하의 의미로만 사용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거장 사카모토 준지(Sakamoto Junji)의 서른 번째 영화 “오키쿠와 세계(せかいのおきく)”는 분뇨라는 소재를 빌려 삶과 사랑을 찬미하는 로맨스 작품을 만들어냈다.

분뇨와 사랑이라니. 다소 충격적인 두 소재의 만남이지만, 그보다 더 아찔한 것은 시종일관 등장하는 분뇨 처리 장면이다. 카메라는 흑백과 컬러를 넘나들며 인분상의 노동 과정을 가까이서 포착한다. 하지만 두려워하지는 말자. 사카모토 준지는 최소한의 비위를 지키기 위해 대부분의 장면을 흑백으로 처리했다. 또한 “오키쿠와 세계”를 단순히 소재의 자극성으로 밀어붙이는 비위생적인 영화로 오인하지도 말자. 영화를 보고 나면 짙게 내리는 가을비의 풍경이 더 짙게 기억테 남을 테니깐.

배설물은 토양의 거름이 되고, 인간은 양질의 영양분을 먹고 자란 채소를 다시금 섭취한다. 즉, 배설물은 인간과 자연의 순환론적인 세계를 의미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이다. 이는 삶도 사랑도 세계도 마찬가지다. 사카모토 준지는 인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윤회라는 ‘인분 철학’을 직조해 낸 것이다. 사카모토 준지가 직접 각본을 쓰고, 쿠로키 하루(Kuroki Haru), 이케마츠 소스케(Ikematsu Sosuke), 칸이치로(Kanichiro) 등 일본의 젊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오키쿠와 세계”는 지난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섹션에 초청되어 한 차례 한국 관객들을 만난 바 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2월 21일 “오키쿠와 세계” 국내 개봉에 맞춰 24일부터 27일까지 직접 방한하여 봉준호 감독과 대담을 나누는 등 다양한 행사를 소화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 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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