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의 매력을 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백재중

‘6 Artists’는 VISLA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6인의 아티스트를 선별,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리즈다. 세 달에 한번 계간지로 펴내는 페이퍼 매거진에 포스터 형식으로 부착할 수 있도록 제공되던 작품과 그들의 배경을 살펴보는 짧은 질의응답은 이들이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뜻으로, 이제부터는 VISLA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6 Artists’는 최근 SF 영화에 등장했던 50여 종의 괴수, 괴인을 망라한 책, ‘SF 괴수괴인도해백과’를 발간한 백재중 작가를 소개한다. 서브컬쳐와 한국의 전통 소재를 결합,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내는 백재중 작가와의 짤막한 담화를 지금 바로 확인해보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한 주의 반은 그림을 그리며 소프비 아트토이 BJJ 시리즈를 만들고 있고, 또 한 주의 반은 대학에서 강의하는 백재중입니다.

여러 작업물에서 괴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괴물, 괴수의 매력은?

아직까지는 나를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가의 작업은 자신을 어느 정도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나만 아는 나를 이미지로 만들어 냈을 때 많은 즐거움과 당혹감을 느낍니다. 나를 너무 닮아있어 즐겁고 너무 닮아있어 당혹스러운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괴물과 괴수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과 직관적인 느낌입니다. 라인이 강조되는 작업을 할 때 드는 생각은 한 획, 한 획 그었을 때 늘 바로 그 전에 미리 고민하고 하다가 그냥 저질러 버립니다. 아니 그냥 그렇게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마치 바로 몇 초의 미래에서 내가 나를 그 길로 인도하듯. 그렇게 저질러 버리는 라인이 하나하나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어지러움의 단단한 ‘합’을 사랑합니다.

그러한 과정 중에 저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 라인들로 이루어진 자유로우며 가장 직관적으로 강한 느낌의 이미지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어렸을 때 저 또한 만화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SF영화, 특촬물에 빠져있었습니다. 특히 특촬물에 등장하는 형형색색 기괴, 미묘하고 어설픈 괴인들을 사랑합니다. 그 속에서 땀을 흘리는 슈트 액터의 생생함이 사랑스럽습니다. 때로는 개인의 분노가 스며들 때도 있고 유머도 담겨있습니다. 모든 정면을 바라보는 두 눈을 사랑하며 그 모든 저의 모습이 그들에게 담겨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관심의 결과물로 ‘SF 괴수괴인 도해백과’라는 출판물을 펀딩했는데, 본 프로젝트를 소개하자면?

2020년 그림도시 행사에서 우연히 개인 독립출판을 하는 고성배 씨와 만났습니다. 그림도시라는 성향과 좀 떨어진 느낌의 저와 그가 가진 묘한 공통점이 끌렸던 것 같습니다. 둘 다 그 행사의 이방인처럼 미묘한 삐뚤어짐에 서로 끌렸던 것 같습니다. 몇 개월 후 갑자기 괴인 도해백과를 이분과 만들면 어떨까 하고 바로 연락했고 그 또한 바로 수락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애써 피하려고 했던, 그러나 간절했던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도시 행사에서 제 부스에 뛰어오며 “와! 괴물이다!”하는 아이가 있었고 바로 뒤에 서 있던 그 아이의 아빠가 “에이 귀신 나오겠다!”하며 그 아이를 데려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분이 참으로 웃음이 나오며 묘했습니다. 그 순간의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 그러면 더 나가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어 그러면 책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고성배 씨를 만난 것이 큰 증폭제 같습니다. 그분 또한 그곳의 이방인 같고 저 또한 그런 동질감에.

나중에 이 이야기를 고성배 씨와 했는데 자신 또한 행사 기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서로 우연히 만나 정말 멋진 여행과도 같은 좋은 작업이었습니다. 고성배 씨가 1인 독립출판으로 여러 히트작을 냈다는 걸 첫 정식 미팅 이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경험을 한 그의 리드로 기획을 같이하게 되었고 1년 가까이 정말 부지런히 같이 자료를 찾고 그림을 그려 나갔습니다. 괴수 괴인들의 도해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그려 나갔습니다. 왜냐면 괴인들의 내부 도해는 그 모든 것이 저의 상상으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놀라운 속도로 완성도 있게 글과 책 디자인을 해나가는 고성배 씨의 실력에 늘 감탄하며 작업에 임했습니다. 펀딩은 무사히 끝마쳤고 지금은 인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 책에 대한 VISLA 매거진의 멋진 기사와 텀블벅에서 후원해 주신 많은 분, 펀딩 이틀을 남기고 페이스북에서 일면식 없던 연상호 감독의 ‘최근 모든 장르의 콘텐츠 중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라는 공유 게시글이 마지막까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본인의 이름을 딴 BJJ 타이거라는 아트토이와 굿즈를 선보이며, 국내외 많은 관심을 모았다. BJJ 타이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2018년 동갑내기 두 친구인 일본 작가 히데유키 카츠마타와 데하라 유키노리의 ‘TO- RANG74’ 유닛 홍콩 전시가 그 시작입니다. 홍콩 전시를 끝내고 기획했던 홍콩의 에릭왕 이 모든 멤버가 호랑이띠니 호랑이 카펫을 만들자 제안했고 그다음 해 대만 전시에서 각자의 디자인으로 호랑이 카펫을 제작해 판매했습니다. 그 카펫을 인스타그램에서 본 홍콩의 인디 소프비 아트토이 회사 카이주 원(KAIJU ONE)이 피규어 제작을 제안, 2020년 BJJ 타이거 소프비(BJJ Tiger Sofbi)가 탄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장르물과 더불어 가장 큰 관심이자 열망이었던 소프비 토이였고 이전에도 개인적으로 수년간 수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BJJ 타이거 시리즈는 페인팅 작업과 드로잉 작업으로도 계속 진행 중이며 소프비 아트토이는 지금까지 총 7가지 색 버전으로 나왔으며 모두 완판되었습니다. 그중 두 버 전은 한국의 ‘MGFS100’과 홍콩의 ‘PLAY MAXX’ 갤러리와 협업했습니다. 그리고 외전 격으로 같은 버전의 색으로 조금 작은 헤드 사이즈와 인간형 바디로 합쳐진 BJJ 타이거 마스크(BJJ Tiger Mask) 시리즈를 함께 발매 중입니다. 2022년에도 여러 버전과 메가 사이즈 BJJ 타이거를 기획 중이고 국내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와도 협업 준비 중입니다. 또한 1년 제 작업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디자인의 인간형 소프비 아트토이 또한 발매 대기 중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해외에서 전시 또한 활발히 진행했는데, 본인의 작품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

2012년부터 ‘구포형제’라는 유닛으로 국내 작가 오승철, 이홍민과 같이 전시를 만들어 갔습니다, 몇몇의 그룹전과 전시를 국내에서 같이 해나갔고 좋아하는 아사아 작가들과 연을 쌓아 가며 여러 아시아 도시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관객 이 벽에 걸고 싶은 작업이 별로 없었는지 재밌어하는 반응과 별개로 판매는 꽤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BJJ 타이거 시리즈가 관심을 받게 되었고 2021년에는 작은 개인전을 국내에서 진행했습니다. 전시의 결과와는 별개로 제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아시아 작가 친구들과 많은 일을 하며 친분을 쌓았습니다. 국가는 다르지만 같은 생각과 좋은 마음으로 멋진 아시아 작가 친구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작품을 구상하는 데 어디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만화와 록 음악, 영화 장르물과 특촬물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80년대 가면라이더 시리즈에 열광하며, 그 시리즈에 등장하는 많은 괴인들의 다자인에 언제나 감동합니다. 일본 특촬물은 고유의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하나의 서브컬처로써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점은 70~80년대에 모두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지점을 늘 흥미롭게 디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열을 올리는 수집품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수집품의 수는 미미하지만 70~80년대에 발매한 조이드 시리즈와 마이크로맨, 지아이 조(G.I.JOE), 소프비, 가면라이더 시리즈 장난감에 열광합니다.

본인이 꼽는 SF 괴수, 괴인 영화 베스트 5는?

평성 가메라 시리즈, 80년대 가면라이더 시리즈, 릭앤모티 시리즈, 구니스, SF괴수괴인 도해 백과에 수록된 베스트는 The Brain That Wouldn’t Die (1962), It’s Alive (1969), The thing (1951), Teenagers from Outer Space (1959), The House of Ghosts (1908).

22년의 1분기가 마무리되가는 지금, 올해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2년의 팬데믹 동안 매년 연기되었던, 아시아 작가 친구들과 함께할 예정인 홍콩에서의 BJJ 타이거 커스텀 전시가 예정되어있습니다. 올해는 꼭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안그라픽스과 기획 중인 BJJ 시리즈 소프비에 대한 책을 준비 중입니다. 긴 글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잘 써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VISLA 매거진 사랑합니다! 너무나 고맙습니다!

백재중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오욱석
Image│백재중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19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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