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HOP #JIFTSHOP

브랜드 JICHOI는 컬렉션을 통해 동시대 한국의 정서와 디렉터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취향을 꾸밈없이 전하고자 한다. 그런 브랜드의 지향성을 반영해 지난 6월 여의도의 한 프라이빗한 장소에 문을 연 JIFTSHOP은 자연히 소소한 취미의 영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소비로 확장시키는 주체적인 젊은 이들에게 공감과 우정을 나누는 공간이 되고 있다. 

문화라는 큰 틀 안에서 ‘문화’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요소를 차용하고 답습하기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직접 숍을 방문해보니, 브랜드와 공간이 추구하는 개성을 외부인에게 보다 뾰족하게 전하는 힘의 원천은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래 디렉터와 나눈 짧은 대화를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이 JICHOI의 매력에 빠져들 것을 예상해본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JICHOI, jichoi COMFORT, JX 라는 브랜드와 JIFTSHOP 쇼룸을 운영하고 있는 최지형이다.

브랜드 JICHOI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브랜드 탄생을 돌아본다면? 

특별한 탄생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10대 때부터 옷에 관심이 있어서 패션 대학을 준비했고, 패션 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에 돌아와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시작했다. 

브랜드가 하나의 컬렉티브를 이뤄,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통해 브랜드를 완성하는 것과 달리 JICHOI는 독립적인 활동 외에 브랜드 내 다른 구성원들이 노출된 적이 없는 듯하다. 일손을 돕는 이들이 있나? 

그렇다. 하지만 모든 결정은 내가 내린다.

쇼룸을 열게 된 계기가 있나? 계속해서 준비해오던 것이었는지. 

쇼룸과 매장 오픈은 항상 꿈꾸고 있던 것이었다. 특히 2018년도에 친구들과 함께 운영했던 다다픽 쇼룸(DADAPIC SHOWROOM)의 경험 이후 매장 오픈을 더욱 바랐는데, 당시 계약 기간의 이유로 1년 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워서 언젠가 꼭 다시 쇼룸을 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 올해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사무실 공간이 생각보다 넉넉해서 남은 공간을 쇼룸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의도 쇼룸은 불과 4월에 결정한 일이다. 2달 만에 준비하고 오픈했다.

JIFTSHOP이 여의도에 자리한 이유가 궁금하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여의도 같은 금융중심지보다는 젊은 인구의 유동이 많은 이태원, 홍대 등의 지역이 더욱 적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여의도는 나의 고향이기 때문에 여의도에 쇼룸을 내는 것이 내겐 자연스러운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꼭 정답은 아니다. 매장의 분위기나 브랜드의 정체성 및 뿌리에 따라 공간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문은 예약제로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유는? 

아무래도 사무실의 비중이 더 큰 공간이기 때문에 업무를 위해서는 매일 아무나 방문하도록 운영할 수는 없었다. 또한 공간이 협소하기에 꼭 오고싶은 분들만 소규모로 올 수 있도록, 그리고 더 쾌적하고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예약제로 진행하고 있다. 

예약하고, 여의도 빌딩의 11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야 숍을 둘러볼 수 있다. 이렇듯 JICHOI의 의류를 실제로 보기까지 많은 과정이 수반된다. 그럼에도 지금 이 쇼룸은 많은 이들에게 예약을 통해서까지 방문하려는 장소가 되고 있다. 타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의 그 원천이 어디서 발생된다고 생각하는가. 

애시당초 경쟁력이라는 것을 염두하고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여의도라는 낯선(?) 동네에 위치한 낯선 건물 외부와는 사뭇 다른 쇼룸 내부 분위기가 손님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숍 내 인테리어 곳곳에 판매와 관계없는 본인의 취향이 있는 물품들이 꾸려진 것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배치에 따로 영향을 받은 국내외 멋진 숍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디스플레이나 인테리어 같은 경우엔 따로 영향 받은 것 없이 그냥 전부 내 마음대로 꾸렸다. 그러나 타공판에 걸려있는 판매용 빈티지 제품들의 경우는 일본의 케이북스(K-BOOKS), 라신반(Lashinbang) 등 중고 굿즈를 판매하는 숍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숍에 비치된 소품들은 어떻게 공수해온 것인가? 이중에서 아끼는 것 세 가지라면.

대부분 선물 받은 소품들을 디스플레이에 활용했다. 가장 좋아하는 세가지는 에반게리온 피규어들인데, 이건 선물받은 물건은 아니지만 최근 친구들과 제일복권을 했을 때 세 번 모두 상위 상품인 피규어에 당첨이 되어 얻은거라, 요즘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숍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 

지프트샵 프로필 사진 속에 있는 파란색 리본의 선물 상자 모양을 본 따서 직접 베이킹한 케이크를 주고 가신 분.

랜덤 키링, 방명록 작성 등 방문객이 직접 매장에서 이것저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어떤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들인가?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돌 굿즈에 소위 말하는 랜덤 깡이라는 개념이 있다. 일종의 뽑기 같은 것인데,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른다. 최애를 내 손으로 뽑기 위해 구매하기도 하고, 무엇이 나오든 간에 내 운명이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사기도 한다. 그 부분이 흥미롭고 어느 순간 나에게 재미있는 여가 생활이 되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랜덤 키링에 차용해보았다.

컬렉션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 JICHOI의 메인 라인과 세컨드 라인 지초이 컴포트와 JX의 정체성에 관해 각각 설명을 부탁한다. 

  • JICHOI : 매년 SS / AW 등 계절에 맞춰 공개되는 시즈널 브랜드. 메인 라인이다.
  • JX : 수제작 위주의 의류 및 소품을 만드는 라인.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을 선물하는 느낌으로 구매자의 작은 부분이 되고자 한다(프로필에 적혀있는 “small part of you” 가 슬로건이다).
  • jichoi COMFORT :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며 실내외 어느 환경에서도 입기 쉬운 옷. 말 그대로 지초이의 편안한 버전. 옷장 속 모든 옷들과도 매치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옷.

단순히 고프코어, 미래지향적인 의류가 트렌드라 그러한 동향을 따랐다기보다는 디렉터의 관심 요소가 컬렉션에 잘 드러나있는 듯하다. FW20, 그리고 가장 최근에 공개한 SS22 시즌의 경우 일부 만화에서 볼 법한 의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 컬렉션에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류의 창작물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소개해줄 수 있나? 

사실 특정 어떠한 것에서 영향을 받고 옷을 만드는 편은 아니다. 내가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생활하면서 실제로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옷이 입고 싶은지에 집중하여 만드는 편이다. 즉 굉장히 실생활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에서부터 영감을 받는다. 이를테면 작업을 하면서 가위를 쉽게 꺼낼 수 있는 주머니가 필요했다든지, 필통을 갖고 다니기 싫어서 펜 하나를 꽂을 수 있는 주머니를 허리 쪽에 달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이어진 디자인 등등…

VISLA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어린 시절부터 일기 쓰는 행위를 습관화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동시대를 살아온 질문자는 여성향의 서브컬처가 필연적으로 주관적인 선택과 취향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적인 기록과 떼놓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느끼는데, 당시 ‘다이어리 꾸미기’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도 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혹시 알고 있는지. 

그렇다. 다꾸는 예나 지금이나 늘 하는 일이다. 요즘 다시 유행이 돌아와서 반갑다. 글 내용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 구매했던 스티커나 펜 종류 등을 보면서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사랑스러운 부분이다.

학창 시절 즐겨 입던 스타일을 소개해줄 수 있나. 브랜드 지초이가 형성되기까지 보고 자란 유년시절의 배경 또한 궁금하다. 

호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교복이 카라티의 원피스였는데 회색과 하늘색의 조합이었다. 양말마저도 하늘색이었다. 한국에서 입어온 교복과는 매우 다르고 신선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색이자, JICHOI에 주로 사용되는 색상이다.

키코 코스타디노브(Kiko Kostadinov)와 함께 일한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나. 최지형이 키코와 함께한 적 있다는 사실은 여타 매체에 잘 알려진 바가 없어 국내 패션 팬들에게 그 교류의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이나 경험을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다.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키코가 졸업하고 첫 컬렉션을 준비하던 시기에 첫 팀원 중 한 명으로 합류했다. 영국에 가기 전부터 좋아하던 디자이너였는데, 마침 인연이 닿아 먼저 연락이 왔다. 실전에 투입되다 보니 학교 수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키코의 날카로운 감각과 단호한 결단력이 내게 큰 영향을 주었고 지금의 나 또한 브랜드를 임하면서 그때의 경험 하나하나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다.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동묘 어르신들의 패션을 극찬했다고 알려진 한편, 본인이 유학생활을 할 당시 타국에서의 패션에서 느낀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는지? 또는 최지형이 흥미롭다고 여기는 한국 패션만의 독특한 지점이 있을지 궁금하다.

타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서 오히려 더 한국적인 것에 관심을 가졌다. 이를테면 한복에서 영감을 받는다던지..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니 나의 에너지의 원천이었던 향수가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국적인 것은 단순히 아시아적이거나 전통적인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나라보다도 모던하고 실용적인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키코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동묘가 가장 한국적이고 서울스러운 장소 중 한 곳이라고 여겨져 꼭 데려가서 보여주고 싶었다. 당시 동묘의 어르신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매우 스포티하게 입고 있었다. 동대문만 가도 느낄 수 있지만 대한민국엔 기능성 및 스포츠 원단이 굉장히 발달되어있다.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키코는 동묘 어르신들의 의상을 매우 흥미로워했고, 그가 느낀 서울은 아주 날 것(Raw)의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걸그룹 멤버들이 JICHOI가 제작한 의류로 스타일링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독 한국에서 아이돌 문화와 같은 케이팝 장르가 발전했고, 반대로 이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힙스터적인 시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브랜드 디렉터는 이 또한 한국적인 서브컬처의 일부라고 보는지? 

케이팝이란 한국의 아주 큰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들로 인해 한국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케이팝을 통해 희망과 위로를 얻는다. 그 중 한 명이 나다. 나는 케이팝이 매우 자랑스럽다. 

옷의 형태를 통해 재미를 준 컬렉션과 별개로 별도의 그래픽이 더해지지 않더라도, 간결한 텍스트와 이미지가 주는 힘이 브랜드의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미지를 선정하는 데는 어떤 기준과 과정이 뒤따랐을지 궁금하다. 

JX의 제품 속 사진은 모두 내가 직접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들이다. 기록은 나의 오랜 취미인데 그 방식은 단순히 글뿐만 아니라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인 “Image is everything”이라는 말이 이를 아주 잘 설명해준다! 사진을 인화나 디지털 화면 속이 아닌 원단 위에 인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옷이나 가방으로 제작함으로써 나의 소중한 추억이자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이라는 특별함이 구매자들의 방 한켠에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되었다.

셋업 형태로 출시된 종류의 옷이 많은 것 같다. 다른 브랜드를 조합해 입는다고 가정했을 때 지초이가 추천하는 브랜드의 의류가 있다면. 

시간의 효율을 매우 중시하는 나로서는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주로 셋업을 제작하곤 했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매일 내가 만든 옷만 입곤 하는데, 최근 혜인 서(Hyein Seo)의 원피스와 JICHOI의 옷을 조합해서 입어보았는데 굉장히 잘 어울렸다.

워스트 스케이트보드(Worst Skateborad)와의 협업, 여전히 남성 주류의 문화로 치부되는 스케이트보드에 디저트 사진을 인쇄한 점이 눈에 띄더라. 케이크숍(Cake shop)과의 협업에서 아역 모델과 보디빌더를 모델로 차용한 점도 마찬가지다. 관성적으로 서로 동떨어져 보인다고 여기는 영역을 섞는 데 관심이 있나? 

의도적으로 동떨어져 보이는 것을 융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JX의 주 고객 및 연령층 이외에 의외로 다양한 장르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브랜드 JICHOI의 팬들, 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를 즐겨주었으면 하나? 

옷을 만드는 한 사람이 그저 멋에 취해 옷만 만드는 게 아니라, 당신과 비슷한 취미를 갖고 비슷하게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JICHOI를 좀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는 하반기에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다가올 JICHOI의 SS23 시즌 컬렉션.

JICHOI, JIFTSHOP은 향후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게 될까.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면서, 새로운 세대를 서포트해줄 수 있는 기업이자 매장으로 키워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

JICHOI 인스타그램 계정
JIFTSHOP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한지은
Photographer │ 강지훈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