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This! 세상 끝의 캡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governmentcap

매일 같이 허둥지둥 대문 밖을 튀어 나가는 필자에게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루틴이 있다. 바로 모자 챙기기. 안경 쓴 모습을 썩 좋아하진 않는지라 콘택트렌즈를 끼지 않은 날이면 모자가 마치 부적이라도 되는 양 자연스레 집어 드는 것이다. 특히, 얼굴 상태가 썩 유쾌하지 못하다면 캡(Cap)만큼 적당한 구원투수가 없는데, 의외로 코디가 까다로운 비니, 버킷 햇에 비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이에 더해 하관만을 내보이는 신비로움까지 더해주니 이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바야흐로 아카이빙 전성시대가 펼쳐진 21세기, @governmentcap은 장난기 가득한 ‘캡 아카이빙’을 선보이고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VISLA는 자신을 호더[1]라 소개하는 운영자 강정부와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끝없는 기다림을 달래줄 유쾌한 낚시꾼 캡부터 각종 영화, 스포츠 머천다이즈 캡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비밀스러운 그의 캡 컬렉션을 아래에서 함께 즐겨보자.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모자를 수집하는 강정부라고 한다. 최근엔 캡 숍을 열어 판매를 겸하고 있다.

챙이 두 개 달린 모자부터 물고기 모자, 곰 모자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 영화 공식 머천다이즈까지. 소위 ‘레어템’이 가득한 @governmentcap 계정이다. 모자 아카이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별 계기는 없다. 평소 이미지 디깅을 즐기는데, 3년 전쯤에 우연히 올드 패치 캡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자수 패치가 크라운 전면을 꽉 채우는 박력에 매료되어 그날 하루, 비슷한 매물을 쭉 찾아봤는데 그리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어서 ‘이거 모아볼까’ 하고 시작하게 됐다.

그 흔한 비니, 버킷 햇도 없이 오직 챙이 달린 ‘캡’ 모자만을 고집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수집 시발점이 올드 패치 캡이라 자연스레 캡이 큰 틀이 되었다. 얼마 안 가 ‘올드’나 ‘패치’ 같은 키워드 필터링은 지워지고, 그때그때 감흥에 따라 수집하고 있지만 캡이라는 울타리는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지금도 스스로를 수집가보다 호더에 가깝다 생각하는데, 이 틀을 넘어가면 감당이 안 된다. 그리고 캡만 모으는 게 좀 더 그럴듯해 보인다. 수집이라는 게 한 가지를 특정할수록 더 지독해 보이니까. 다른 모자까지 모았으면 이 인터뷰도 못 했을 것 같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개인 소장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개인 거래로 종종 판매하기도 했는데, 얼마 전 새로운 계정 @governmentcap_shop을 오픈했다. 본격적으로 판매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최근까지 갈팡질팡했다. 처음엔 수집으로 나가는 금액만 충당하려는 목적이었는데, 반응이 오니 욕심이 생겼다. 근데 돈 벌 궁리로 심화되면 수집 자체도 흥미가 식어 이도 저도 아니게 될까 고민됐다.

기로라 하긴 거창하지만 앞으로의 방향을 고심하던 차에 몇 곳에서 플리마켓과 위탁 판매 제안이 들어왔고, 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 판매에 흥미가 있는지 확인해봤다. 근데 매출과 관계없이 사람들 반응 보는 게 재밌더라. 그래서 제대로 판매해보기로 한 거지. 계정을 분리하기까지도 생각이 많았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에 돌아보면 좋은 선택 같다. @governmentcap 계정은 정보를 최소화하고 아카이브로만 두고 싶다.

@governmentcap_shop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혼자 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사입을 위한 디깅을 하고, 물건이 오면 상태에 맞게 케어한다. 그리고 매주 업데이트와 배송. 글로 적으면 단순한데, 생각보다 순수 시간이 많이 투자되고 신경 쓸 게 많더라. 본업까지 중첩되어 퇴근 없는 삶에 적응 중이다.

@governmentcap에 올라오는 제품은 모두 소장용인가? 추후 판매 계획도 있는지. 

소장용이다. 아니면 선물하거나. 판매 문의가 종종 오는데, 보통은 거절하고 똑같은 매물 링크를 보내드리거나 “혹 판매하게 되면 먼저 귀띔을 드리겠습니다”처럼 재수 없는 말을 드리는 편이다. 

하지만 이젠 숍을 개설했으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소장 모자도 소개하지 않을까. 수요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대여 서비스도 해보고 싶다.

필자 또한 @governmentcap의 매물을 보고 문의했지만 소장용 제품이라는 이유로 구매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 모자만큼은 절대 팔고 싶지 않은 혹은 공개하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아이템이 있다면 귀띔해 달라.

아, 미안하다. 지인에게 받은 선물이라 판매할 수 없었다. 당장 팔고 싶지 않다거나 공유하고 싶지 않은 모자는 딱히 없지만, 나름 비밀스레(?) 보고 있는 모자는 있다.

멘탈 헤드기어(Mental Headgear)라는 브랜드의 스키 모자인데, 형태가 재밌어서 동계에 소개할까 생각 중이다. @governmentcap_shop을 통해서는 이런 캡이 아닌 모자들도 가끔 선보이려고 한다.

모자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단순 본인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인가? 

그렇다. 수집의 시작인 올드 패치 캡은 대부분 트럭커 캡 형태로, 크기와 핏을 가늠하기 어려워 실착에서 여러 번 좌절을 맛봤다. 이 때문에 다음은 내가 쓸 수 있고 예쁜 모자들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게 또 쓸 게 너무 많아지니 괜히 싫증이 나더라. 그래서 지금은 이상하고 웃긴 모자들을 우선적으로 모으고 있다.

판매 쪽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 팔리겠다 싶은 것들을 섞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후자의 경우도 내 잣대로 사람들의 관심을 짐작하는 것이라 결국 모두 나의 취향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가장 구하기 힘들었던 모자 이야기를 해줄  있나.

특별한 기억이나 어렵게 구한 경우는 없다. 보통 구매할 모자를 정해놓지 않고, 관심이 가는 키워드를 검색해서 판매 중인 것들만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관심사는 경쟁자가 적은 편이라 판매자가 한 수 접고 할인 제안을 하거나, 홀로 쓸쓸히 비딩하고 이기는 경우가 대다수더라.

구하고 싶은 모자는 있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캡과 이름 모를 화살(?) 캡. 첫 모자는 돈 룩 업 막바지에 대통령 연설을 지지하던 남성이 쓴 빨간 캡인데 공식 굿즈로는 구현되지 않았다(메릴과 조나 힐이 쓰고 있는 모자는 재현품이 있지만 한눈에 보아도 너무 조악해서 사기 싫다).

후자는 2년 전쯤 여러 모자를 묶어 판매하는 글에서 보았는데 가끔 생각난다. 정보라고는 당시 캡처해 둔 사진 하나. 근데 언젠가 만날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든다.

https://www.instagram.com/p/Chw_HkQp4QH/?utm_source=ig_web_copy_link

최근 세메터리 파크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수집 초기부터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작년에 함께 모자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해주셨는데, 당시 내 역량이 모자란다고 생각해서 고심 끝에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다. 

시간이 지나 올여름, 세메터리 파크 상윤 씨가 모자 모델 부탁에 응해주셔서 숍에 방문했다. 그때 수집과 판매의 병행에 관한 고민을 말씀드리니 먼저 선뜻 위탁 판매를 제안해주셔서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세메터리 파크의 콘셉트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곧바로 답은 못 드렸지만 조건이 너무 좋아서 무조건 해볼 생각이었지.

추후에 오프라인 숍을  계획도 하고 있나.

아직까진 모르겠다. 현재의 수완으론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고 싶기에 제작이나 전시 같은 다른 움직임도 모색해보고 있다.

스타일의 완성은 과연 모자일까?

평상복이 기준이라면 더하거나 덜어내 주는 ‘한 끗’이라 말할 순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선택지 같다. 근데 스타일이라는 게 미세한 차이로 뉘앙스가 달라지니 때에 따라서는 모자로 완성될 수도 있겠다.

이번 주말 클럽에 간다면 선택할 모자는? 

나는 안 쓰고 가고 싶은데, 여자친구의 허락을 얻으려면 버그 캡 그물을 얼굴에 덮어쓰고 조용히 다녀와야 할 것 같다…

Governmentcap 인스타그램 계정
Governmentcap Shop 인스타그램 계정


[1] 호더(hoarder):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일종의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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