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2집 [짙은햇살]로 돌아온 모스크바서핑클럽 / 미니 인터뷰

정기훈, 정현진, 명진우, 김규리로 이루어진 밴드 모스크바서핑클럽이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발매했다. 네 멤버의 가감없는 개성이 넘치거나 사그라들지 않고, 흐뭇한 조화를 이루었던 지난 데뷔 앨범 [저공비행]으로부터 2년 9개월 만이다. 헬로루키, 그레이트서울인베이전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사이, 적절히 끓어온 이들의 음악은 뭉근히 익어 진한 빛깔을 내기 시작했다. 그 농밀한 변화를 공표하는 듯한 이번 앨범의 제목은 절묘하게도 [짙은햇살]. 새로운 10개의 트랙과 함께, 아래 인터뷰로 직접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11월 11일 정규 2집을 발표한 모스크바서핑클럽이다. 4인조 밴드이며 즐겁게 음악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짙은햇살]은 1집 [저공비행]으로부터 약 2년 9개월만의 정규 앨범이다. 올 여름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들었는데, 오랜 공백기를 거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꾸준히 라이브나 경연 활동을 해와서 공백기가 있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돌아보니 정규 음반을 낸 지 시간이 어느새 많이 흘러있었다. 예상보다 1집 [저공비행]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이 있었다. 해를 넘기기 싫어 여름부터 작업에 박차를 가했는데, 마침 올 봄부터 녹음, 유통을 도와줄 은인들을 많이 만났지.

많은 변화가 느껴지는 앨범이다. 어떤 생각과 고민이 있었는지, [짙은햇살]의 발매 소회를 들려달라.

이번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선 스튜디오 작업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Revolver] 이후 비틀즈가 라이브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음반 작업을 했던 것처럼 “여기엔 바이올린 소리가 있으면 좋겠다”, “여기엔 봉고 소리가 들어가야겠다”라는 식의 아이디어가 있으면 곧장 녹음하곤 했다. 다이나믹을 만들 때도 터질 것처럼 끝까지 가기보단, 줄일 부분을 줄이는 식으로 기승전결을 만들어봤다. 힘을 빼는 법을 익혔달까.

때론 우연이 주는 선물처럼 각기 다른 트랙들이 자생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곡이 절반 정도 만들어졌던 시점부터 이번 앨범에선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잡아놓고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1번 트랙 “어쩌면 우리의 노래가 세상을 구할지 몰라”는 이번 앨범을 함축하는 곡이다.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도대체 남아있는 가치가 있긴 한 건지 자문하게 하는 이 세상에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각자의 개성을 폭발적으로 쏟아낸 듯한 지난 1집과 비교했을 때, 이번 앨범은 네 멤버가 조금 더 세심하게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의도한 변화인지 혹은 긴 시간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합의인지 궁금하다.

둘 다라고 할 수 있다. 녹음 과정에선 ‘소리를 내는 법’만큼이나 ‘소리를 듣는 법’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떤 정서를 전달하는 곡인지, 가사가 얼마큼 잘 들려야 할 곡인지, 솔로가 필요한지 아니면 굳이 없어도 되는지, 리듬은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싶은지 아니면 사색적으로 만들고 싶은지 따위를 고민했다.

기훈이나 현진처럼 개성이 강한 멤버들이 미니멀한 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변화의 원인이었고. 넷이 함께 보낸 시간이 만 3년이 되어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조화인 것 같다. 2집의 색깔을 1집과 대조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그렇게 들은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놀랐다.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표현하는 자아가 우세한 앨범’과 ‘다듬어내는 자아가 우세한 앨범’이라고 해야 할까? 다만 표현하는 자아와 다듬는 자아는 항상 공존하고, 무엇이 더 우세한가는 비율의 문제이다. 다음엔 표현하는 자아를 다시 부활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짙은햇살]이라는 앨범의 제목이 한층 농밀하고 응축된 사운드에 참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발상된 표현인가?

‘저공비행’이나 ‘월야열차’ 같은 제목이 입에 착 감겨서 이번에도 네 글자로 된 이름을 짓는 데 집착했다. (웃음) 2집의 트랙들은 만들고 보니 농도가 높으면서도 파르르 떠는 유체 같았다. 어느 날 한강대교를 건너던 기훈이 뜨거운 오후의 가을볕을 받고 2집의 이미지랑 잘 맞는다는 인상을 받았고, 햇살과 관련된 단어를 마구 던지다가 규리의 아이디어였던 ‘짙은햇살’이 앨범 제목이 됐다.

1집 이후 싱글 발매를 거치면서 사실상 더블 보컬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김규리의 비중이 높아진 듯하다. 동일한 구성의 세션에서 서로 다른 두 목소리가 양립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하나의 유기적인 앨범으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원래 기훈이 보컬리스트라서 마이크를 잡기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최종적으로는 모서클을 그룹사운드로 만들려는 구상도 있다. 이번 앨범에선 진우가 코러스로 참여한 곡도 여럿 있고, 1번 트랙엔 최초로 네 명의 목소리가 모두 담겨 있다.

라이브 현장에서 규리의 보컬이 일으키는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 이번 앨범에서 비중을 늘리고 싶었다. 딱히 목소리가 두 개라서 어렵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유령극장’ 같은 곡에서 기훈의 목소리만 나왔다면 음향적으로 답답했을 수 있는데 규리의 목소리가 나와서 사운드가 확 열린 감이 있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규리 목소리의 특색과 어울릴 만한 편곡이었다. 공기가 많이 섞인 규리의 목소리는 악기 소리가 많아지면 장점인 디테일이 많이 사라진다. 때문에 규리가 메인 보컬을 맡는 두 곡에선 부피가 작은 어쿠스틱 기타나 나일론 기타를 사용했고 음향상 여백을 많이 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아파트”와 “막다른 꿈”이 귀를 쉬어갈 수 있는 트랙이 되어주었는데, 긴 토론 끝에 중간과 마지막에 배치했다. 감사하게도 그 배열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고민한 보람을 느낀다.

밴드 이름부터 작품의 주제까지 확고한 모티브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주로 어떤 경로로 영감을 축적하는지?

악상은 역시나 잼(jam)을 하다가 나온 것들이 많다 보니, 거창한 영감 보단 그날그날 우리 넷이 어떤 화학작용을 만들어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1집과 차이가 있다면 그 모티프를 그대로 곡으로 완성시켜 버리기보단, 데모 하나를 수십 번씩 들으면서 다양한 스타일로 편곡하며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여기서부턴 영감보단 계산적인 구상의 영역이다. 다만 “Prozac”은 어느 새벽 기타 연습을 하고 있던 기훈이 뇌리에 흐르던 멜로디를 붙잡아서 만들었다. 가사의 경우 규리는 일상적인 관찰이나 꿈에서, 기훈은 일기장이나 소설 및 영화에서 소재를 얻는 편이다.

“Prozac”에서는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와 함께 했다. 멤버 외의 누군가와 협업하는 경험은 어떘나?

너무 존경하는 뮤지션과 콜라보를 하게 되어 얼떨떨하고 행복했다. 우리의 음악적인 세계가 확실히 넓어진 느낌을 받는다. 언젠간 작곡 단계부터 협업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모스크바서핑클럽의 작품에선 익숙한 사운드들이 충돌하며 새로운 것이 제련된다고 느꼈다. 각 멤버들의 기반이 된 작품들은 무엇인지 소개해달라.

그렇게 감상하셨다면 감사한 일이다. 참고한 음반은 너무 많지만 멤버별로 추려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기훈: Jeff Beck – [Wired], Black Country & New Road – [Ants From Up There], Caetano Veloso – [Qualquer Coisa]

규리: Carole King – [Tapestry], 못 – [이상한 계절], 전자양 – [Day Is Far Too Long]

진우: 전자양 – “치즈달 여행”, The Strokes – [First Impressions Of Earth]

현진: Fishmans – [공중캠프 Kuchu Camp], Yussef Kamaal – [Black Focus]

‘EBS 헬로루키’, ‘그레이트서울인베이전’, 최근엔 ‘펜타포트 슈퍼루키’에 참여했다.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인드로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경연이나 지원사업에는 모두 지원서를 넣는다는 것이 그렇게 됐다. 오히려 멤버들은 경연에 한번 서고 나면 진이 빠지는 성격이다. 펜타포트 슈퍼루키 동상을 받은 이후로 이제 루키를 대상으로 하는 경연엔 참가하지 않기로 우리끼리 합의를 봤다. 그런 경연들이 다른 동료 뮤지션이나 후배들에게 가야 할 기회이기도 하고. 이제 우리는 작업물과 공연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경연이 루키를 대상으로 하니, 아마 이제 경연에선 우리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12월 30일 공연을 기점으로 약간의 휴지기를 갖고 내년 봄부터 다시 활동할 예정이다. 그 사이엔 2집에 미처 포함시키지 못한 곡들을 마무리하고 싶다. 솔로 음원을 구상하고 있는 멤버들도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다.

모스크바서핑클럽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밴드로 기억되었으면 하는지?

뚜벅뚜벅 자기들만의 길을 걸으며 즐겁게 음악하는 밴드, 공연장에서 리스너들과 함께 호흡하는 밴드, 치열한 미감과 선한 마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밴드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모스크바서핑클럽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모스크바서핑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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