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진 도서관 #4 ··· 16/28

진(Zine)이라고 불리는 ‘DIY’ 출판물은 개인 또는 소규모 공동체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조직하는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가끔 그 목적은 개인의 기록에 있고, 타인과의 네트워킹에 있으며, 가볍고 빠르게 어떤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개인과 집단에게 열린 가능성을 제공하는 진은 가공의 스포츠, 퀴디치의 공처럼 눈에 잘 띄지 않고 무질서하게 부유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 궤적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가상의 진 도서관을 배경으로 하는 ‘바벨의 진 도서관’은 총 28팀(29인)이 기증한 진들을 통해 새로운 독자와 진을, 그리고 진과 진 사이를, 또는 진의 이러한 특징을 애호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도서관은 남은 3회에 걸쳐 찾아올 예정이다.

*답변은 23년 10~12월 사이에 취합되었습니다. 답변자의 답변은 원문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방신웅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방신웅입니다. 활동명으로는 3ofhell(3shiftsofhell)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인공지능 생성기반의 그래픽활동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고 그밖에 3d 그래픽, 오브젝트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

진 제작자 / 수집가인가?

네 저는 미스터리진을 제작하고 있으며, 그밖에 국내. 외 진들을 수집해요.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아끼는 진, 또는 주변과 주고받은 진이 어떤 것인지 소개해달라.

제가 가지고 있는 진중 여러 번 보게 되었던 진은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있기도 하고, 같이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는 분들이 전개하고 있는 퍽댓너드샵(@fuckthatnerdshop)의 브랜드샵 진을 가장 많이보곤 해요. 그중 가장 추천하는 진은 고민이 많았지만 vol.5를 추천해요. 왜냐하면 보통 만화기반의 진을 구성하고 있지만 5호 기념으로 자유롭게 구성이 되어있고, 참여한 사람들은 @fucknerdman, @jmmysox, @tigerkimtattoo, @gasanginmul, @akehomu으로 멋진 분들의 에너지가 담겨있는 작업물들을 볼 수 있어요! 이 진의 매력 있는 점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 제일 큰 부분은 깊은 너드의 미학이 담겨있다 생각해요. 심지어 그러한 전개를 매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거든요. 이러한 여러 참여인원들을 퍽댓너드샵을 운영하고 있는 성규형이 진을 제작하기 위해 조율하곤 해요. 그 과정에서는 모두를 존중하는 것을 우선시 여기고 동시에 어떻게 해야 진을 보게 될 사람들이 재미와 몰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나온 진은 참여한 사람들의 재치 있는 작업물로 하여금 다양한 스타일의 에너지가 느껴져 감동을 받았어요. 읽고 계신 분들이 관심 있어하신다면 용산에 위치한 퍽댓너드샵에 방문하셔서 진을 보시고 제가 느꼈던 기분을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소개한 진이 제작된 배경을 알고 있나? 신이 아는 진 제작자 또는 진 애호가를 한 명 이상 소개해달라.

퍽댓너드샵에서 전개하는 만화 기반의 진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재밌는 작업들을 보여주려는 취지로 진행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소개한 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퍽댓너드샵의 진은 저한테 있어 막혀있는 창작의 벽을 뚫게 해 주는 자극제로 다가왔어요. 왜냐하면 늘 똑같은 주제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신선하게 느껴지게 다양한 재미를 보여주거든요.

본인이 제작한 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90년대 게임잡지에서 영감 받아 전개하고 있는 ‘mystery zine’으로, 미스테리존이라는 집단에서 전개할 캐릭터 관련 프로젝트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진시리즈예요. 독립진페어 PEOPLE PRINT PAPERS 참가 제안을 받게 되어 파일럿버전으로 진행하여 저와 뉴로넷이 제작했어요. 해당 진에서는 후드를 쓴 악마의 모습을 가진 제 캐릭터인 ‘트리픽스’와 슈퍼닌텐도 컨트롤러를 참고해서 만든 뉴로라는 뉴로넷의 마스코트 캐릭터, 그밖에 여러 뉴로넷의 캐릭터가 등장해서 서로의 분위기나 세계관을 느낄 수 있는 3D 작업물과 여러 방식의 그래픽들을 볼 수 있어요. 해당 진에 참여해서 많은 역할을 했던 뉴로넷을 짧게 소개하자면, 평소 하찮은 귀여움을 살려 다양한 그래픽작업과 3D로도 전개하는 친구예요. 미스테리존의 캐릭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여질 캐릭터들을 뉴로넷이 캐릭터 2D스케치부터 3D 모델링, 최종적으로 캐릭터가 3D에서 움직일 수 있게 뼈대 작업을 하는 리깅까지 다루는 캐릭터 디자인 달인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미스테리 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곧 다양한 장르의 게임과 그에 따른 장난감이나 피규어 등 다양한 작업을 전개를 할 예정이니 지켜봐 주세요..!

주변과 진을 나눠 본 경험이 있나?

네. 종종 나눠줘요.

당신이 아는 진 제작자 또는 진 애호가를 한 명 이상 소개해달라.

제가 항상 볼 때마다 내적 박수를 치게 만드는 진제작자가 있는데, 서울컬트라는 분이에요. 서울컬트님은 꾸준히 글로벌 트렌드라는 진을 제작하시거든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벌써 15번째 진을 제작한 거로 알고 있어요. 공격적인 그래픽을 멋지게 작업하시면서 때론 귀여운 것도 서울컬트님의 스타일로 표현해서 너무 제 취향에 맞거든요. 심지어 진 제작은 서울컬트님이 활동하시는 것들 중 일부이고, 여러 가지 일을 하시면서 그와 동시에 그래픽을 활용한 의류제작도 하시고, 아주 다양한 스티커들도 작업해요. 완전 다재다능의 대명사죠. 아 그리고 구토와 눈물(Vomit & Tear)이라는 밴드 활동도 하고 있으세요! 최근에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한 거로 알고 있는데, 밴드캠프에서도 들을 수 있으니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여태 진의 매력이라고 알려져 온 것들은 배제하고 다시 새롭게 생각해 볼 때, 당신이 생각하는 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부담 없이 마음껏 알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진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진과 진이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진을 보는 편이라서 책의 형태로 페이지를 넘길 수만 있다면 진이라고 구분 가능한 것 아닌가 싶어요.

김홍식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마포 사는 직장인 김홍식이다.

진 제작자 / 수집가인가?

진에 한정한다면 제작자도, 수집가도 아니다. 단, 취향에 맞는 이런저런 잡스러운 물건들을 모으며, 그중 진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아끼는 진, 또는 주변과 주고받은 진이 어떤 것인지 소개해달라.

박혜수 작가의 퍼펙트 패밀리 카탈로그.

소개한 진이 제작된 배경을 알고 있나?

2019년 국립 현대 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집어 온 진이자, 작품의 일부이다. 가상 휴먼 렌탈 주식회사 퍼펙트 패밀리의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작품 설명을 다시 찾아보니 “현대 사회 속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족의 해체 문제를 다룬다”고.

소개한 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평소 뻔뻔할 정도로 실감 나게 실체화된 농담을 좋아한다. 상품과 카탈로그 구성이 꽤나 그럴싸한 것을 보고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집어왔던 기억이 있다. 2019년에는 작품의 콘셉트를 단순히 재밌게만 느꼈던 것 같으나, 지금 보면 현실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것 같다.

주변과 진을 나눠 본 경험이 있는가?

주변 지인으로부터 진을 받거나, 별도로 구매한 기억은 있으나 나눠 준 경험은 없다.

당신이 아는 진 제작자 또는 진 애호가를 한 명 이상 소개해달라.

동거인 김용식.

진과 진이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책의 형태를 통한 구분은 더 이상 의미 없는 것 같고, 수익 창출의 압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기획이 진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돈 생각 않고 내가 재밌어서,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돈 벌려고 진 만드는 바보는 없지 않을까?

현준혁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타이포그래피와 인쇄매체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 제작자 / 수집가인가?

제작자도 수집가도 아닌 듯합니다. 때때로 독립출판(혹은 진)스러운 것을 제작하기도 하고 수집하기도 하지만 딱히 진 제작자 / 수집가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콘텐츠에 맞는 디자인을 하다 보니 진과 비슷한 형태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내용이나 디자인이 흥미로워서 진을 모으는 정도입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아끼는 진, 또는 주변과 주고받은 진이 어떤 것인지 소개해달라.

1. 더북소사이어티에서 ISBN이 없는 책들 중 아름다운 책을 추천받아 구매한 것입니다. 배경을 잘 모르지만 싱가포르에 있는 인쇄소에서 인쇄 후 남는 흔적 같은 것들을 모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책 표지에 있는 소개글에서 배경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아래 적어둡니다. 내용이 없다는 점과 페이지를 구성하는 이미지들이 흥미로웠습니다.

cut the crap is a novel response by offcut & holy crap to interpret and make good of remnant waste & discarded scraps from the book blood, sweat & tears.

2. How to Prepare Yourself for the Collapse of the Industrial Publishing System

베를린 여행 갔다가 서점에서 구입했습니다. 중철이나 낱장의 플라이어들을 모아 놓은 무조건 1유로 바구니를 디깅하다가 찾았습니다. 8p짜리 중철 책자인데 표지 역할을 하는 첫 장을 넘기면 연필로 5라고 가격이 적혀있지만 1유로에 구입했습니다. 당시에 독립출판에 관련한 개인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했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 구입했는데 아직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 아닐까 싶은데, 개인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버려서 흥미를 잃었다고나 할까요?

3. Towards A Self Sustaining Publishing Model A ten minute lesson /rant/ manifesto

위 책과 마찬가지 경로와 목적으로 구입한 4p짜리 출판물입니다. 2.5유로라고 적혀있지만 마찬가지로 1유로에 구입했습니다.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제목이 지속 가능한 독립출판 모델에 대한 것이 아닐까 예상하고 구입했습니다.

본인이 제작한 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Scent Mark: Bside / 이준식 작가의 Scent Mark 사진집의 B컷들을 모아 중철의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사진집 디자인을 위해 참여했는데, 사진집의 콘셉트와 맞지 않아 제외한 고양이 사진들을 모아 중철의 책자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작가가 이를 받아들여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Scent Mark는 텀블벅으로 후원을 받아 진행되었는데 이 중철 책자는 후원자들을 위한 선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주변과 진을 나눠 본 경험이 있나?

없습니다.

당신이 아는 진 제작자 또는 진 애호가를 한 명 이상 소개해달라.

꽤 오래전에 유어마인드에서 진 관련 워크샵 같은 거 하시던 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보가 없네요.

진과 진이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없지 않을까요? 차라리 ISBN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형식적으로 나누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태 진의 매력이라고 알려져 온 것들은 배제하고 다시 새롭게 생각해 볼 때, 당신이 생각하는 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개인의 취향을 아주 독립적인 방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진만의 매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일단 진이라는 게 뭔지 정의 내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나 할까요… 모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 막연함이 있습니다.

진 문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써달라.

진문화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에 진이라 부르던 것과 지금 여기서 말하는 진이 같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진이라 부르건, 독립출판이라 부르건 개인의 취향을 인쇄매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일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유어마인드만 가봐도 이미 굿즈처럼 소비되는 소규모 출판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