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Ink Chronicles #6 _ll9____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타투 문화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흥미로운 세계를 조명하는 ‘Seoul Ink Chronicles’. 지난 3년간 서울과 세계 여러 도시에서 타투이스트로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선을 구축해 온 ‘_ll9___’와 여섯 번째 이야기를 함께했다.

타투이스트로서의 필수적으로 얻어야 할 창의적 영감부터 서울 타투 신(scene)에 대한 생각 그리고 진심 어린 고객과의 소통까지, 그가 3년간 담아 온 잉크의 세계를 지금 함께해 보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는 _ll9___다.

타투이스트로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됐나.

2021년에 시작해 햇수로는 3년이 되어간다.

처음 타투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기억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계속 그림을 그렸다. 피부에 그림을 새긴다는 사실 자체가 매력적이라 학생 때부터 언젠간 타투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던 중 휴학을 하고 시간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

보통 어디서 작업에 관한 영감을 얻는 편인가. 그리고 보통 본인의 작업에서는 어떤 테마, 주제가 등장하나.

자연이나 주변에서 생겨난 우연한 선들이 주는 실루엣과 질감에서 영감 받는다. 여러 고전 미술에서 볼 수 있는 종교적 이미지도 늘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 그 웅장함이나 섬세함이 좋다.

지난 3년간 구축해 온 본인만의 타투 스타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지라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어떤 스타일인지는 당사자인 나보다 지켜봐 주는 분들이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타투 디자인은 어떻게 구상하는 편인가. 본인의 창작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공유해 줄 수 있을까?

좀 전에 이야기한 내가 관심 있는 이미지들을 촬영하거나 수집해 이렇게 저렇게 가지고 놀아본다. 특정 부위를 떠올리며 도안을 만들 때도 있고, 떠오른 이미지만을 가지고 만들 때도 있다. 지금까지는 프리핸드 작업을 가장 많이 해왔는데 고객 한 명 한 명이 가진 분위기나 신체적 특징에 맞춰서 디자인을 할 때 가장 나와 맞는 작업 방식 같다고 느꼈다. 이제는 도안 작업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안을 그대로 작업하는 경우보다는 작업 당일에 변형을 하면서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게 더 재미있다.

타투이스트로서 혹은 타투를 받는 입장으로서, 어떤 순간이 가장 즐거웠나.

타투를 받을 때도, 해줄 때도 언제나 서로 정말 마음에 들어 하는 케미가 좋을 때, 그때가 가장 즐겁다.

국내외를 비롯한 타투 트렌드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나도 정말 궁금하다. 여전히 모르겠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게스트 작업의 경우 스튜디오, 이벤트를 선택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

작년부터 학교 스케줄에 맞추느라 그렇게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친분이 있거나 그동안 좋아하던 작업자에게 연락해서 물어보는 편이다. 

새로운 스튜디오나 혹은 도시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아무래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집순이라 낯선 곳에서 지내는 게 쉽지는 않다. 타투 작업을 학업과 병행 중이라 체력적인 면에서 힘이 부치는 게 현재는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똑같고 항상 가면 잊지 못할 추억들을 얻고 돌아온다. 그게 계속 나가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타투 외에 관심사가 있다면? 다른 형태의 예술이나 취미활동도 가지고 있나.

현재 조소과에 재학 중이며 여러 매체로 하고 싶었던 실험을 해보고 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하는 작업과 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많이 배우고 작업의 바운더리를 넓혀서 타투 외에도 다양한 작업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사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교양 과목으로 듣고 있는 카프카 수업이다.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본인의 몸에 가장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타투를 알려달라. 그리고 고객에게 해준 타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타투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타투는 외할아버지에게 선물해 드린 반지를 새긴 타투다. 직접 내 몸에 새기면서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뻤다.

그리고 단골손님들이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올해 초 런던으로 게스트워크를 가서 외국인 타투이스트와 트레이드를 하며 한글 타투를 해줬던 게 최근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타투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 것 같나 그리고 서울의 타투 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타투에 대한 인지도나 인식이 계속해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 이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타투를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도 거의 혼자 작업하고 있어서 서울의 타투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타투이스트가 되려고 하는 이들 그리고 첫 타투를 받으려는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your body your choice…” 첫 타투는 첫 타투대로 마음에 들어도 안 들어도 의미 있기에 이왕 마음먹었다면 즐겁게 받았으면 좋겠다.


Editor | 장재혁, Abeer
Interviewer│Abeer
Photographer | 김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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