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Ink Chronicles #7 Yamitarochi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타투 문화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흥미로운 세계를 조명하는 ‘Seoul Ink Chronicles’. 타투이스트에게 게스트워크란 단순 작업 스타일의 교류를 넘어 새로운 영감이 지천에 널려 있는 배움터다. 전 세계의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돌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켜 온 5년 차 타투이스트 안현, 일명 야미타로치(Yamitarochi)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타투란 무엇일지, 현재의 서울 타투 신(scene)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서울로 다시 돌아온 그에게 여러 물음을 던졌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서울을 비롯한 이곳저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안현이라고 한다.

게스트워크가 꽤 많은 것 같다. 어떤 나라, 도시를 다니고 있나.

작년에만 20개국을 넘게 다녔고 도시로는 한 30개 정도? 주로 유럽을 많이 가긴 한다. 바로 얼마 전에는 미국에 있었고, 아시아나, 오세아니아 쪽도 돌았다. 여기저기 정말 많이 다닌다.

어떻게 타투를 시작하게 됐나, 처음 타투에 끌린 이유와 타투이스트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궁금한데.

2020년에 시작했으니 이제 5년 차다. 엄청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다. 타투라는 행위 자체에 꽂혔다기보다 타투를 하는 과정 자체가 재밌어 보였다. 그 당시에 내가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었는데, 그때 마침 타투를 받게 됐다. 근데 그 작업자 분과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피부에 그림을 올린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타투라는 매개체가 아니었으면 아예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과 인연이 생기는 것 말이다. 그 사람들을 관찰하고 삶을 공유하는 거. 내 타투 스타일이 바뀔 때마다 고객층이 바뀌는 현상도 재밌고. 평범하지 않을 걸 만들어 낼수록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오더라.

시작은 그냥 무작정 했다. 마음을 먹은 바로 그날부터 주변에 있는 이제 타투샵에 연락해서 커리큘럼 같은 것도 물어보고, 당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보니 일단 어디든 가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튜브에 나와 있지도 않았으니까. 그래서 한남동에서 6개월 정도 수강하고 내 작업을 시작했다. 

첫 타투를 보여달라.

20살이 되자마자 친구 4명이서 받은 타투다. 99년 생이라 99라고 적었는데 후회하진 않는다.

자신 작업했던 첫 타투를 기억하는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룸메이트 친구와는 20년 지기다. 거의 가족 같은 사이지. 그래서 실험 대상으로 딱이었다. 망쳐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 친구한테 주사위 같은 모양의 타투를 해줬다. 아직 기술이 익숙지 않을 때라 조그만 타투를 하는데도 손도 엄청 떨리고 3, 4시간은 걸린 것 같다.

그래도 갑자기 타투를 하기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원래 그림을 그렸었나.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그리긴 했는데 전문적인 건 아니었다. 입시 미술도 잠깐 했었는데, 어떤 틀에 맞춰서 이렇게, 저렇게 그려야 됐으니까 그게 너무 재미가 없어서 관뒀다. 그 이후로는 따로 그림은 안 그렸던 것 같고 타투를 하면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현재 강렬한 스타일의 타투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는데, 본인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본인의 작업물에 등장하는 그림은 어떤 주제를 바탕으로 하나.

더 이상하고 더 재밌는 것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반사회적일 수도 있는 것들. 처음부터 이런 스타일로 작업하진 않았는데, 유럽 작업자들을 보다 보니 되게 신선하더라. 그때까지 타투 신에 없던 것들이기도 해서 거기서 내 스타일을 찾으려 했다. 요즘 추구하는 건 더 우스꽝스럽고 바보 같은 것들이다. 이런 디자인은 어떤 사람이 받을까,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생각하는 그 과정 자체가 즐겁다. 동양적인 요소도 간간히 섞고 있는데, 단순히 내가 동양인이어서가 아니라 내 기준에 오래되고 멋있는 것들을 내 방식대로 해체하고 표현하고 있다.

최근 작업물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면 알려달라.

이레즈미 스타일에서 파도나 명암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가쿠’를 내 스타일로 풀어보고 있다.

지금 스타일을 구축하기까지, 어디서 영감을 축적해 왔나.

어떤 걸 특정해서 영감을 받는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냥 지나가다 어떤 걸 보는 그런 라이프 스타일에서 오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일본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온천이 있는데, 그 로고를 타투에 쓰고 싶더라 그래서 사진으로 찍어뒀다 작업한 적이 있다. 조금 자극적이거나 반사회적인 것들을 찾는 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재료가 될 수 있고 그걸 재밌게 해석하려 할 뿐이다.

@cosmozus와 @yamitarochi라는 두 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두 스타일의 차이점 그리고 각 스타일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사실 총 세 개의 계정을 운영 중인데, 나머지 하나는 비밀이다. @yamitarochi는 내가 주력으로 운영하는 계정이고 @cosmozus는 그다음으로 만든 계정인데 약간 모자란 느낌의 낙서 타투를 업로드하고 있다. 퀄리티적으로 완벽한 타투도 물론 훌륭하고 멋있지만 나와는 별로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어딘가 삐뚤어진 데가 있고 못한 점이 있는, 조금 빈틈이 있는 타투가 나와 닮아 있는 것 같다. 이 계정으로는 손님을 모아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일종의 배출구 같은 느낌이다.

두 계정 모두 대중적이거나 상업적이진 않다. 다만 마치 내가 게임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처럼 두 계정의 스타일도 조금 다르게 하고 있고, 심지어 고객 메시지에 답하는 말투도 다르게 한다.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을 테지만 계정마다 내 자아를 다르게 운영하는 얼터이고 같은 느낌이다.

몸에 새긴 것 중 가장 좋아하는 타투를 하나 소개해 달라.

몸에 타투가 많으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제일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딱히 하고 나서 후회되는 타투가 지금까지 없어서인지, 어느 하나만 특별히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도 굳이 의미를 좀 찾자면, 내 배에 있는 타투. 내가 직접 하기도 했고, 내가 했던 작업 중에 제일 크기도 하다.

가장 최근에는 어떤 타투를 받았나.

뉴욕에서 받은 블라스트 오버 타투. 사실 이제 그만 받고 싶기도 한데, 계속 거절하기도 좀 그렇고…

반대로 직접 작업한 타투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타투가 있는지.

일본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멜버른에 놀러가서 서로 트레이드 했던 것. 웃긴 게 서로 엉덩이에 큼지막하게 하나씩 해줬다는 거다. 나는 갸루걸 이미지에 일본어가 섞인 타투를 받았고 걔는 뉴진스 타투를 해줬다. 한국과 일본의 교류 같은 느낌?

누군가의 타투를 보고 좋은 타투인지 아닌지 구분 짓는 기준이 있을까.

누군가의 타투를 봤을 때 그게 좋은 타투인지를 구별할 순 없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타투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타투면 좋은 타투고 아니면 아닌 거지, 다른 사람이 가진 타투에 대해서 이건 좋다 구리다 말하는 게 별로인 것 같다. 내 몸이 아니지 않나. 결국 자기가 원해서 받은 거고 그거에 대해서 평가하는 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의 취향이고 미학인 거지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닌 거다. 타투뿐만이 아니라 누가 뭘 하건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이다. 나 역시 단 한 번도 내 작업이나 그림을 통해서 누군가를 설득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도 않았고.

지금의 자신이 되기까지, 타투 업계 안팎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면 알려달라.

나도 사람이다 보니 주변 환경,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사는데, 엄청나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크게 영향받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내가 바뀌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도 영향을 주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좋은 작업자들도 많고. 좋은 영향을 느끼고는 있지만 크게 휘둘릴 정도는 아니다.

서울 타투 신에서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작업자가 있나.

요즘 내 작업 자체가 최근의 타투 스타일과는 좀 멀어지고 있어서 잘 보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좋아하는 타투이스트를 꼽자면 침화사. 실력도 좋고 타투에 그리 집착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그게 재밌다. 그리고 아트스쿨드랍아웃. 내가 블랙 컬러로 작업을 하다 보니 컬러 작업자들에 눈이 간다.

최근 타투스타일과 어떻게 멀어지고 있나. 지금의 Yamitarochi는 어떤 스타일로 나아가고 있는지.

방금 한 얘기와 비슷하다. 내 작업과 거리가 먼 스타일이 재밌다. 컬러 작업도 그렇고 정통 타투나 이레즈미 작업도 그렇고. 오히려 그분들이 내 작업을 안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른 스타일을 보는 게 좋다.

타투를 하지 않을 때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나.

클라이밍을 다시 시작했고, 오토바이를 5, 6년 정도 타고 있는데 여전히 너무 즐겁고 재밌다. 그리고 이번 유럽 투어가 끝나면 한국에 2년 만에 정착하게 될 텐데,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싶다. 요즘은 옷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고, 꼭 옷이 아니더라도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뭔가를 계속하면서 살고 싶다. 이게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모르겠는데, 축복으로 생각할란다. 타투도 벌써 4, 5년을 했으니 가끔은 내가 한 가지 일에만 너무 몰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데 뭐 이렇게 계속 흘러갈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 같다. 그렇다면 언제든지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을 듯한데, 언제까지 타투이스트로 남을 생각인가.

재미없을 때까지. 당장이라도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둘 수 있다. 타투를 시작했던 것도 나 좋자고 한 일이니까 재미를 잃으면 본질적 이유가 사라지지 않나. 지금도 작업을 하면서 “지금 내가 재밌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게스트워크를 가도 너무 바쁜 일정은 지양하는 편이다. 무조건 쉬는 날을 정해서 번아웃이 오지 않게 하는 거지. 그러면 10년을 더 할 수도 있고 20년을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근데 이 일보다 더 재밌는 일을 찾거나, 타투에 흥미가 떨어지면 그땐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 타투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 것 같나. 현재 서울 타투 신에 대한 생각을 알려달라.

멋있는 분들도 너무 많고, 잘하시는 분들도 너무 많다. 근데 좀 안타까운 부분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타투에 대해 예전만큼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내가 타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작업자도, 고객도 꽤 많았는데 지금은 10%, 20%도 안 남았으니까. 뭐 근데 항상 포화상태가 지금 같은 때가 오지 않나. 지금이 그런 시즌인 것 같다. 앞으로 잘되면 더 좋을 것 같고.

많은 나라, 도시에서 게스트워크를 진행했는데, 서울 이외의 타투 신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특히 기억에 남는 도시의 분위기가 있나.

베를린이 기억에 남는데 다른 도시보다 좀 더 많이 빡센 것 같다. 작업자가 많기도 하고 도시 자체 이미지도 좀 빡세지 않나. 재밌기도 하고 예술적이기도 하고. 근데 남부 지방이나 다른 남부 국가들만 가더라도 그 정도의 임팩트는 없었다. 대신 그분들은 본인 걸 확실히 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베를린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었지.

뜬금없지만 꿈이 뭔가.

꿈? 어렵다. 계속하는 얘기지만 내가 하고 싶고 재미를 느끼는 일을 찾았을 때, 지금 하고 있는 걸 미련 없이 놓고 떠날 수 있는 결단력을 갖고 싶다. “내가 지금 타투로 얻고 있는 수익이나 여러 가지를 다 포기하고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싶은 거지.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타투 트렌드를 예측해 본다면?

나도 너무 궁금하다. 아마 클래식으로 가지 않을까? 다시 아메리칸 트레디셔널이 될 수도 있고, 이레즈미가 될 수도 있고. 요즘 트라이벌도 많이 보이는 것도 옛날 것을 다시 가져와서 네오 트라이벌로 변형시킨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트라이벌은 이미 나왔으니 내가 이레즈미에서 특정 요소들을 가져오는 것처럼 과거의 것들이 변질돼서 계속 등장할 것 같다.

또 다른 생각은 예전에는 이제 이런 트렌드가 유행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작업자가 엄청 많아지기도 했고 세상이 온통 과부하가 걸린 것 같아 모르겠다. 트렌드가 너무 빨리 도니까 트렌드를 안 쫓는 것도 트렌드가 되지 않았나. 이 모든 것에 지치 사람들이 자기 취향에 정착하는 것 같긴 하다. 패션도 그렇고 사람들은 계속 사고 버리고 사고 버리고 하지 않나. 그래서 트렌드라는 말이 점점 쇠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트렌드가 딱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됐다면 지금은 여러 갈래로 퍼진 느낌이랄까. 점점 다양성이 생기는 것 같다.


Editor | 장재혁, Abeer
Interviewer│Abeer
Photographer | 김엑스
Image | Yamitaro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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