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선수단을 빛낸 유니폼

뜨거운 열기와 동시에 세찬 비가 쏟아지는 8월의 여름. 흡사 한증막에 들어선 듯 찝찝하고 불쾌한 감각에도 불구하고 매일의 작은 재미는 늘 있기 마련. 지금 이 시기에 온 국민의 즐거움은 단연 파리 2024 올림픽이지 않을까. 경기마다 감동적인 스포츠맨십을 선보이며 흘린 땀의 가치를 증명해 내는 선수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뜨겁지만, 파리 올림픽은 경기 외의 볼거리도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아마 정점은 패션 강국 프랑스에서 각 국이 선보인, 런웨이를 방불케 하는 국가 대표 선수단의 단복이지 않을까. 이제 올림픽 폐막을 약 3일 앞둔 시점, 아티스트 퓨추라부터 몽골 울란바토르 기반의 미셸&아마존카까지 파리 올림픽에서 선수단을 더욱 빛나게 한 이들을 함께 알아보자.


프랑스: 스테판 애시풀 x 르꼬끄 스포르티브

프랑스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피갈(Pigalle)의 설립자인 스테판 애시풀(Ste′phane Ashpool)은 2년 전부터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와 협력하여 프랑스 대표팀의 유니폼 제작을 진두지휘했다. 스테판 애시풀은 이 전부터 피갈을 통해 나이키(Nike)와 협업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꾸뛰르적인 요소와 스포츠 웨어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유니폼을 제작했다. 무엇보다도 다인종, 다문화를 염두에 두며 프랑스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상(블루, 화이트, 레드)가 그라데이션을 통해 서로 어우러지는 유니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요구에 따라 ‘걸어 다니는 국기’처럼 보이지 않도록 애썼다는 그의 한 인터뷰를 보면, 세 색상의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포르투갈: 카리우마

브라질을 기반으로 한 스케이트보드 웨어 브랜드 카리우마(Cariuma)는 이번 파리 올림픽을 위해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대표단의 경기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브랜드의 디자이너인 페드로(Pedro Andrade)는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서치를 통해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라고 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특히 포르투갈의 스케이트보드 선수단 유니폼은 정열적인 축구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밝히며 눈길을 끌었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브랜드로서 의상의 소재도 모두 재사용 플라스틱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까지 잃지 않는 모습.

네덜란드: 더 뉴 오리지널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종목, 브레이킹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의 유니폼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그중에서도 네덜란드는 더 뉴 오리지널스(the new originals)와 함께했다. 2015년,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창작자들을 위한, 퍼포먼스 의류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전진해 온 더 뉴 오리지널스. 이번 네덜란드 국가대표팀과의 협업에서는 국가의 상징색인 오렌지 컬러를 포인트 색상으로 밀고 나가려는 모양이다. 선수 각자와 긴밀히 협업하며 그들의 고유한 특징을 살리기 노력했다고 공식 SNS에서 언급한 만큼,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선보일 브레이킹이 기대되는 이유다.

미국, 일본, 한국: 나이키 x 퓨추라

나이키는 오랜 시간 협업해 온 그래피티 아티스트 퓨추라와 함께 미국, 한국, 일본의 브레이킹 유니폼을 제작했다. 깔끔한 맨투맨, 후드에 퓨추라의 로고를 비롯해 그래피티 스타일의 일러스트, 퓨추라의 스튜디오 바닥에서 영감을 얻은 흩뿌려진 물감이 브레이킹 댄스의 자유분방한 면모와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이에 더해 나이키는 선수단을 위한 스니커인 나이키 잼(Nike Jam)을 발표하며 함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콘크리트, 아스팔트, 매끄러운 경기장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선수의 기량을 펼치는 것을 중점으로 풀어냈다고.

한국: 무신사 스탠다드

지난 항저우 아시안 게임 단복을 디자인한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무신사 스탠다드. 그들이 한국을 대표할 단복을 디자인한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큰 화제가 됐다. 주로 국기의 모든 색상을 하나의 유니폼에 욱여넣는 기존의 문법을 과감히 깬 무신사 스탠다드는 고려청자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의 단정한 수트를 선보였다. 안감은 청화 백자 도안을 덧대 한국의 전통적인 미를 있는 그대로 보여줌과 동시에 전통 관복에서 허리에 두르던 각대에서 영감을 받은 벨트를 더하며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풀어낸 모습. 처음의 우려는 무색할 정도로 해외를 비롯한 외신에서는 큰 호평을 받는 단복 중 하나라고 한다.

몽골: 미셸&아마존카

두 번째로 몽골의 올림픽 단복 제작을 맡은 미셸&아마존카(Michel&Amazonka). 2015년,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시작된 두 자매 미셸과 아마존카가 설립한 미셸&아마존카는 2020년, 2022년에 이어 몽골을 대표하는 선수의 단복을 디자인했다. 올해는 의심할 나위 없이 꾸뛰르스럽다. 몽골의 전통 의상을 더운 여름의 유럽 기후에 맞춰 소재를 변경하는 유연함부터 불꽃과 성화, 몽골 신화에서 등장하는 요소를 전부 금실 자수로 마감하는 고집까지. 이를 통해 과거 동북아 대륙을 제패했던 몽골 장수들의 기상과 용기, 강인함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언급하며 국가의 뿌리까지 놓치지 않았다.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와 몽골 전통 복식 특유의 이국적인 미가 장인 정신과 하나 된 단복을 향해 전 세계의 언론과 올림픽 관객은 찬사를 보내는 중.

자메이카: 푸마

육상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자메이카의 유니폼은 푸마(Puma)가 제작했다. 스피드와 패션의 조화를 키워드로 자메이카를 상징하는 초록, 노랑, 검은색을 사용했으며, 빗금무늬를 의미하는 ‘워프 스피드’ 패턴을 이용해 속도감을 강조하는 그래픽을 더했다. 스피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푸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일맥상통한다. 이뿐 아니라 유니폼에 컷아웃 디테일을 더해 선수단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기능성을 강화했고, 소재 역시 통기성이 좋은 특수 소재를 선택했다고. 2001년부터 이어진 스폰서십으로 다져진 ‘합’이란 과연 이런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메이카는 육상 종목에서 연일 기권 소식이 전해지는 중이다. 파리에서의 남은 날들, 자메이카는 어떤 결과를 안게 될지 지켜보자.

아이티: 스텔라 장 x 필립 도다드

몽골과 더불어 전통 복식을 조화롭게 차용한 단복으로 꼽히는 아이티의 단복은 이탈리아와 아이티 혼혈의 디자이너, 스텔라 장(Stella Jean)이 디자인했다. 그의 뿌리인 아이티의 정체성을 오마주하기 위해 전통 복식의 실루엣과 색상을 그대로 선수단복에 이식했다고. 특히 아이티 특유의 면화 씨앗이 군데군데 보이는 푸른색 코튼을 남성용 재킷에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이와 동시에 바지와 치마는 아이티 출신의 화가 필립 도다드(Philippe Dodard)와 협업하여 그의 그림을 직접 프린트했다. 물론 제작 역시 최대한 자국에서 완료하며 아이티에 의한, 아이티를 위한 단복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 소재와 그래픽, 직조와 실루엣까지 어느 한 군데에서도 아이티에서 영감을 받지 않은 곳이 없는 단복은 두말할 것도 없이 외신의 호평을 받는 중이다. 


이미지 출처 | Le Coq Sportif, Cariuma, the new originals, FUTURALABORATORIES, 무신사 스탠다드, Michel&Amazonka, Puma running, COMITE OLYPIQUE HAITI

김소라
Visual.... something...☆〜(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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