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처음 이름을 알린 웝트샵(Warped Shop)은 아직 국내에 생소한 미국, 호주, 일본 등 다양한 독립 브랜드를 소개한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직접 만들어 나가는 험한 길을 선택했지만, 그 고집은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움직임을 낳고 있다.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치는 게 끔찍이도 싫다면, 웝트샵은 당신을 만족하게 할 더할 나위 없는 숍이 될 것. 남다른 철학으로 점철한 옷가게, 웝트샵이 앞으로 일구어낼 결과물을 기대하며 아래의 대화에 귀 기울여보자.
웝트샵을 소개하자면?
이석주(이하 이): 웝트샵은 한남동에 있는 스트리트웨어 편집숍이다. 해외 다양한 서브컬처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전문적으로 의류를 제작하는 브랜드보다는 일종의 독립 브랜드를 취급한다.
어떤 계기로 웝트샵을 시작하게 되었나.
김현일(이하 김): 예전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20대 초반엔 가벼운 마음으로 스트리트 브랜드 쇼핑몰도 해봤다. 아무런 준비도 안한 채 무작정 시작해서 독학으로 웹사이트도 제작했다. 당시 올림픽 공원에서 보드 타는 형들과 친해진 뒤로 자연스레 브랜드에도 관심이 생겼다. 슈프림(Supreme)부터 스투시(Stussy), FTC 등의 브랜드를 사입해서 팔았다. 6개월 정도 하다가 도무지 벌이가 안 돼 결국 각자의 길을 갔지. 하하. 지금 와서 그때를 생각하면 어린애들 장난 같은 수준이었다. 이후로 다시 둘이 함께 광고회사에 다녔는데,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보니 비전도 안보이고 재미도 없더라. 다른 일을 해보자고 해서 퇴사 후 의기투합한 게 2013년. 그때가 웝트숍의 시작이었다.
이: 처음은 수입 브랜드 판매만 생각하다가 브랜드를 한번 해보라는 주변의 권유에 웝트라는 이름으로 모자를 만든 적도 있다.
김: 사실, 웝트샵은 부업이었다. 우리가 진행하는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웝트샵이라는 사이트를 열고 인기 있는 브랜드를 들여와 편집 스토어를 만들었다. 근데 브랜드 프로덕트를 생산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던 거다. 반면에 우리가 들여오는 수입 브랜드는 아주 잘되고. 하하.
이: 주객이 전도된 거지.
김: 그렇다. 이렇게 본과 말이 바뀌는 바람에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포기하고 웝트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취급하는 브랜드를 판매하면서 우리가 ‘진짜’ 팔고 싶은 브랜드에 접근했다. 그런데 리셀 스토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보니 외국 브랜드에서 물건 주기를 꺼리더라. 기존에 판매하던 브랜드를 정리하고 리뉴얼을 거친 뒤 다시 여러 브랜드에 연락해 지금의 구성을 갖췄다.
이: 앞서 말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하입(Hype)한 브랜드를 계속 판매하는 일은 결국 숍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미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에서 뜬 브랜드를 홍보해봤자 그저 에너지 소비일 뿐이라는 걸 알았지.
웝트샵이 들여오는 독립 브랜드의 기준은 무엇인가.
김: 완벽한 생산 시스템을 갖춘 의류 레이블보다는 블랭크 티셔츠나 후디에 자신들이 만들어낸 그래픽으로 표현하고 싶은 바를 구현하는 브랜드.
둘은 오랜 친구다. 친한 친구와의 동업은 흔히 우정도 잃고 돈도 잃는다고 하지 않나.
이: 솔직히 말하자면 큰 장점은 없다. 하하. 유일한 장점이라고 하면 한 명을 오로지 믿고 진행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사업에 뛰어든 계기 역시 이 친구의 안목을 믿은 거니까.
김: 그냥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이: 한 명을 완벽한 부하직원으로 두지 않는 이상 진짜 힘들다. 하하.
리뉴얼 이전에는 슈프림, 더블탭스(Wtaps), FPAR(Forty Percents Against Rights)같은 브랜드를 취급했다. 그중 FPAR은 아직 생소한 브랜드인데, 그때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려는 의도가 보인 듯하다.
김: 처음 1년 정도는 이미 잘 팔리는 브랜드에 집중했다. 어떤 게 멋진 브랜드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독립 브랜드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지. 시기를 보던 중 슈프림, 트래셔 매거진(Trasher Magazine)의 인기가 절정일 때쯤, 리뉴얼을 결정했다. 어느 순간 확신이 생긴 거지.
현재 스무 가지가 넘는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일일이 독립 브랜드를 찾아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김: 주로 소셜 미디어나 매거진에서 찾아본다.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브랜드를 중심으로 찾다 보면 일본이나 미국 쪽에 입점한 공통된 브랜드가 많더라. 그렇게 연결지어보면 생소한 호주 브랜드도 눈에 띈다. 일단은 연락해본다. 브랜드뿐 아니라 디렉터의 이력, 결과물도 열심히 찾아보는 편이다.
독립 브랜드를 찾는 이유는 뭘까?
김: 글쎄, 일단 돈이 안 되는데…….
이: 길거리에서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하하. 기본적으로 극소량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라 취급하는 곳도 적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진행하는 브랜드가 샵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웝트샵에서 요청했을 때 외국 브랜드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
김: 외국 브랜드 혹은 디렉터의 소셜 미디어를 볼 때는 꽤 멋있고 폼 나게 느껴지지만, 그 실상은 조금 다르다. 그런 부분은 정말 단편적인 요소다. 뉴욕에 산다고 해서 다 멋있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니까. 처음에는 티셔츠나 팔면서 용돈 벌이 하는 거다. 그런 입장에서는 우리가 자신의 브랜드를 팔아보고 싶다고 했을 때 당연히 좋아하지 않겠나.
특히 반응이 좋았던 브랜드가 있다면.
김: 스니즈 매거진(Sneeze Magazine)의 편집자이자 부틀렉 이즈 베러(Bootleg is Better)의 파운더 아비 골드(Avi Gold)라는 친구가 굉장히 좋아했다. 우리 숍의 스타일도 마음에 들어 하고. 국내 다른 업체에서 오퍼가 들어왔을 때 웝트와의 우정을 위해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브랜드를 맡기는 입장에서 숍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었을 때 – 웝트숍은 2016년 상반기에 한남동 매장을 오픈했다 – 역시 좋은 반응을 보였을 것 같은데.
김: 물론이다. 최근 뉴욕에서 노우 웨이브(KNOW WAVE) 친구들이 왔는데, 이런 숍을 열 수 있는 국내 환경을 엄청 부러워하더라. 뉴욕은 땅값이 워낙 비싸서 독립 브랜드로 오프라인 스토어를 연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스토어, 분명 큰 차이가 있을 텐데.
이: 가장 큰 차이점은 고객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사실 한남동이 패션 스토어가 밀집한 지역은 아니지 않나. 특히 이런 서브컬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를 취급하는 곳은 전무하다. 덕분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고객이 나타날 때흥미롭다. 대중에게 통하기 힘든 브랜드처럼 보여도 그들은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으니까. 평소 스트리트 브랜드에 관심이 없어도 그래픽에 매력을 느끼는 숨겨진 고객이 많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신(Scene)의 소비자들만 독립 브랜드를 사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김: 쉽게 말해 소통을 시작했다. 하하. 돈이 많이 들긴 했지만, 사람도 많이 사귀고 장점이 많다.
이: 브랜드 디렉터를 숍에 초대할 수도 있다. 이건 숍에 큰 도움이 된다. 그 친구들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홍보가 되니까.
김: 바다 건너서 외국 디렉터가 왔는데, 골방을 소개해 줄 수는 없으니까. 하하. 브랜드를 하는 입장에서도 멋진 숍에 자신의 브랜드가 걸려있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 물론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며 드는 돈과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런 장점 역시 놓치기 아깝다.
온라인에서 운영할 때는 느끼지 못한 부분일 텐데, 방문한 고객 중 인상 깊은 이가 있다면?
김: 생각보다 외국인이 많이들 사간다. 어느 날은 꽤 연배가 있어 보이는 일본인이 왔는데 우리가 취급하는 브랜드를 알고 있더라. 아는 친구가 하는 브랜드라며 많이 사 갔다.
내부 인테리어가 굉장히 멋지다. 사람들의 평은 어떤가?
김: 많은 사람이 멋있다고 해주는데, 특정한 콘셉트를 잡은 건 아니다.
이: 모든 기물을 스테인리스로 구성했다.
김: 그 외에는 조명이나 기물 대부분을 원래 있던 걸 사용했다. 큰 비용이 들어간 부분은 DJ 장비 정도밖에 없었다. 아, 갑자기 최근에 지나가던 사람이 세탁소냐고 물어봤던 게 기억난다.
몇몇 국내 브랜드도 보이는데, 앞으로 국내 브랜드를 계속해서 가져올 생각인지.
김: 같이 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를 계속 찾고 있지만, 생각보다 독립적인 브랜드가 몇 없다. 돈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추구하는 브랜드를 물색 중이다.
웝트샵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낼 생각은 없나?
이: 계획은 있지만, 당장은 우리가 취급하는 브랜드와의 협업만으로도 만족한다.
김: 아직은 취급 중인 브랜드에 집중할 때다. 웝트샵과 취급 브랜드의 익스클루시브 프로덕트를 만들고, 꾸준한 브랜딩을 한 이후에 자체 브랜드를 생각하고 싶다. 마침 이번 달에 부틀렉 이즈 베러와 웝트샵의 익스클루시브 제품이 몇 가지 나온다. 이번에 새로 진행하는 힘(H33M Inc)이라는 브랜드와도 아우터 위주의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해브 어 굿타임(Have a Goodtime)에는 우리가 취급 중인 또 다른 브랜드, 더 굿 컴퍼니(The Good Company)와의 협업을 제안했다.
김: 앞서 말한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진행함과 동시에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 유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웝트샵의 선행과제다.
노우 웨이브는 뉴욕을 비롯해 현재 세계에서 상당히 빨리는 브랜드 아닌가. 한국에서 반응은 어떤가.
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그렇지 않았다.
이: 숍 입장에서는 꽤 충격이었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브랜드 파워가 있을 거라 예상했다. 일반 손님 중에는 뉴욕이나 일본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직접 본 적 있는 사람이 알고 있더라.
노우 웨이브의 성격상 디제이나 뮤지션들이 와서 많이 살 것 같은데.
이: 엄청 사 가지. 하하.
김 : 개인적으로는 부틀렉 이즈 베러를 추천하고 싶다. 우리와 거래한 지 가장 오래된 브랜드고, 그 친구가 하는 디자인과 콘셉트를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 후드, 크루넥은 슈프림과 같은 원단을 써서 품질도 훌륭하다. 추천할만하지 않나?
이: 난 CNY, 독특한 그래픽을 재밌게 잘 풀어낸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브랜드다.
숍 오너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김: 결국, 브랜드를 들여오는 사람이 우리니까 취향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돈이 될 것 같지만, 내가 입기에 꺼려지는 브랜드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직접 들여올 때의 기분은 형언할 수 없지.
반대로 외국에서 먼저 입점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는?
이: 꽤 많이 오는 편이다. 처음 웝트샵을 리뉴얼 했을 때는 우리가 먼저 연락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다.
김: 열에 아홉은 해외 브랜드다. 인도네시아나 영국, 유럽, 태국, 일본까지 여러 국가에서 연락이 온다. 심지어 일본 어떤 브랜드는 매장까지 찾아와서 문의했다. 아쉽게도 우리 숍과 부합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거절했다. 우리는 오퍼가 왔을 때 디렉터가 뭘 하는 사람인지까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힘 같은 경우도 먼저 왔고, 조가비(Joe Garvey)라는 아티스트의 브랜드도 먼저 요청이 왔다. 최근 석주가 도쿄에 가서 민-나노(MIN-NANO)라는 의류 편집숍 사장을 만나고 왔다. 우리와 비슷한 색의 숍이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방문했는데, 그때 조가비라는 브랜드를 구매했다. 아마 민나노 측에서 우리를 소개해줘서 연락한 것 같더라. 조가비의 프로덕트는 전 세계 딱 세 군데 숍에 들어간단다. 민나노와 서플라이 도쿄(Supply Tokyo), 그리고 웝트샵. 멋지고 의미 있는 브랜드인데, 걱정도 된다. 하하.
소셜 미디어를 보니 브랜드에 대한 설명이 꽤나 심플하던데,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김: 아무래도 둘이 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전문적으로 글 쓰던 사람도 아니라서 간략하게 표현하는 것 외에는 그렇다 할 방법이 없다. 하하. 오픈 초기에는 브랜드 룩북도 자체적으로 촬영했는데, 스무 가지가 넘는 브랜드를 함께 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 난 조금 다른 의견이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조금이라도 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직관적으로 보기에 멋지다면 그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파헤치는 재미도 직접 느껴보는 게 좋다.
김: 비슬라 매거진에서 우리 브랜드 기사를 써주면 장문의 글을 제공할 의향은 있다. 하하.
웝트샵의 하루 일과는?
김: 12시 반에 출근해 오픈 전까지 청소하고 의류를 정리한다. 1시에 영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손님을 응대하고 온라인 주문을 처리한다. 숍을 오픈하면서 해외 배송도 많이 늘었다.
스토어 주변 자주 방문하는 곳이 있다면?
이: 옆에 편의점을 많이 가는 것 같은데. 이 주변 상권이 우리 라이프 스타일과 워낙 안 맞는다. 하하. 간단히 술을 마시더라도 이 동네는 와인에 샴페인에……. 안주도 너무 비싸다. 그냥 일 끝나고 옆 동네 이태원으로 넘어가지. 하하. 우리는 소주니까.
다양한 제품군을 만나볼 수 없다는 게 독립 브랜드의 취약점이다. 웝트샵을 운영하는 데 힘든 점이 있다면?
이: 가장 어려운 건 잠재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다. 우리가 취급하는 브랜드 대부분은 그 디렉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야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웝트샵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우리가 취급하는 모든 브랜드가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에도 입점해 있다는 거다. 하하.
김: 우리가 하는 브랜드는 우리밖에 없다는 거지.
이: 웝트샵은 큰 볼륨으로 유통하는 건 아니라서 그만큼 소비자도 접할 기회가 적다. 우리가 분발해야 한다. 이 옷을 직접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웝트샵밖에 없으니까.
오프라인 스토어를 오픈한 뒤로 휴식이 많이 줄어든 것 아닌가? 쉬는 날에는 보통 무엇을 하나.
김: 최근 집이 일산으로 이사했다. 그래서 9월부터 한강진에서 이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유일하게 하루 쉬는 날은 주로 가족을 보러 일산에 간다.
이: 말 그대로 진짜 쉬는 날이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게임도 하고. 요새는 오버워치로 거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하하. 주변에서 너무 많이 하니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더라.
지금 온라인 스토어에서 준비하는 온-에어(ON AIR)에 대한 얘기를 해줄 수 있나.
김: 아직은 준비 단계다. 웝트샵 자체적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열 생각인데, 파티 크루 딥코인(Dipcoin) 소속의 프로듀서, 말립(Maalib)이 전체적인 계획을 짜고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계속 협의 중이고,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어서 언급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 한 번 시작하면 제대로 해야 한다. 적어도 펑크 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확실한 구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걸린다.
김: 최근 원 타임 쇼(One Time Show) 행사를 하면서 노우 웨이브 프로그램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어서 좀 탄탄하게 기획한 뒤 제안한다면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데. 한국에서 진행하는 노우 웨이브 라디오, 멋지지 않나?
평소 언더그라운드 인터넷 라디오나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 난 전혀 안 듣지. 하하.
김: 매일 듣는 편은 아닌데, 숍이 비슷한 콘셉트를 갖고 있어서 참고하려고 자주 찾아보고 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게 많더라.
DJ가 음악을 트는 유일한 숍인 것 같다. 쇼윈도에서 보이는 광경이 퍽 재밌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김: 이 공간을 되게 신기해한다.
이: 촬영하고 가는 사람도 있고, 뭐하는 공간이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날씨가 좋을 땐 사람이 몰리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던 원 타임 쇼에 관해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김: 좋은 기회가 와서 진행하게 되었다. 마침 방송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도 숍에 있었다. 가장 큰 계기는 얼마 전 보일러룸(Boiler Room)이 한국에 왔었는데, 그 멤버 중 스키니 마초(Skinny Macho)라는 친구가 오픈 하루 전에 웝트샵 오프라인 스토어를 방문했다. 난 그 전부터 그가 출연한 NTS나 더 랏 라디오(The Lot Radio)를 유심히 보고 있었지. 그 이후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자주 놀러 왔다. 런던으로 돌아간 뒤 그 친구가 노우 웨이브를 진행하는 친구에게 우리 숍을 소개해줬다. 마침 우리가 노우 웨이브 의류를 수입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행사를 열었다.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일이 순식간에 시작돼서 걱정이 많았다.
이: 그런데 막상 행사를 진행하니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자체는 너무 간단한 거니까.
김: 일이 빠르게 진행된 점은 좋았지만, 놀러 온 손님에게 제대로 된 대접하지 못 한 것 같다. 그게 좀 아쉬웠다.
사람들이 꽤 많이 오지 않았나.
이: 플레이어의 지인들이 많이 왔다.
김: 따로 초청한 사람은 없었는데, 건너 아는 사람이나 친구들이 많이 와줘서 고마웠지.
문화적인 영역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을 계속 만들어갈 생각인가?
김: 자본력이 버티는 한 계속할 예정이다.
이: 디제잉을 연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와서 플레이하고 갔으면 좋겠다. 단, 바이닐로. 바이닐로 플레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환영한다. 하하.
앞으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가.
이: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숍이 목표다.
김 : 오직 이곳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주변 사람들이 돈이 안 되어서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그래도 일단 좋아하는 걸 꾸준히 밀어보고 싶다.
진행 / 글 I 오욱석
사진 I 백윤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