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Playlist : Coffee 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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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달콤 씁쓸하다.

 

1. Hollie Cook – Milk & Honey

나에게 커피란 곧 여유를 의미한다. 일요일 오후, 늦은 점심을 즐기고 난 다음 한껏 늘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한 잔의 커피는 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여유를 선사한다. 서늘한 바람과 낮잠을 부르는 햇살, 그리고 평화로운 해변의 풍경이 더해진다면 더 없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쩌겠는가?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은 없다. 소중한 나의 일요일 오후니까. 눈을 감는다. 코끝을 자극하는 커피의 향기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던 것일까? 나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매일 나를 괴롭히던 핸드폰은 잠깐 무음으로 바꾸고, 스피커의 볼륨은 적당하게, 그리고 Hollie Cook’의 “Milk & Honey”.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따스한 햇살이 내 몸을 녹이고 커피의 향기는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카페인 때문일까, 아니면 섹시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그녀의 가성 때문일까. 내 몸과 마음을 싸매고 있던, 답답한 어떤 것이 한 순간에 풀어지는 느낌이다.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을 꾸고 일어난 어느 날 아침처럼. -Huan (Amoeba Culture A&R)

 

2. Sade – Is It a Crime

최근에 한 여자를 알았다. 카페에 자주 가는 그녀는 하루에 몇 잔씩 커피를 마신다고 했다. 그로인해 내 삶에 물들여지지 않을 것만 같던 커피가 자연스레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녀를 만나면서, 연인들이 적당히 시간을 때울만한 장소로는 카페가 제격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만큼 연애에 무지했다. 그녀와 더 자주 카페에 가고 싶었지만, 그때 나는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선곡은 Sade 의 “Is it a Crime”으로 하겠다. Sade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노랫말은 한 때 마음에 뒀던 상대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마법과 같다. 여전히 아메리카노가 쓰다. 그저 맥주가 먹고 싶은 밤일 뿐. –김주승 (Graphic Designer)

 

 

 

3. The Internet – Dontcha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커피가 맛있거나, 분위기가 좋거나. 애석하게도 나는 아라비아 원두와 콜롬비아 수프리모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분위기로 마시는 방법을 택한다. 분위기의 8할은 음악이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선곡은 커피를 마시는 하나의 과정이고, The Internet의 앨범 <Feel Good>은 그 과정에서 발견한 분위기 메이커다. 음악은 전반적으로 네오 소울과 밴드의 조화를 보여준다. 빠르지는 않지만 리드미컬하고, 밝으면서 몽환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사실은 The Internet이 힙합 크루로 알려진 Odd Future 소속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The Internet의 음악은 힙합이 아니다.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그들의 도전인 셈이다. 시도는 꽤 성공적이다. 특히 앨범의 타이틀 “Dontcha”는 경쾌한 리듬에 사랑을 속삭이는 가사가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곡이다. 뮤직 비디오에서는 보컬 Syd의 달달한 목소리와 반전 매력뿐만 아니라, 프로듀싱을 맡은 Neptunes의 Chad Hugo를 확인할 수 있는 깨알 재미까지 있다. -Cosmic Finger (Freelance Writer)

 

 

 4. Disclosure : You & Me (Flume Remix)

나는 주로 일요일 밤에 커피를 마신다. 이건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한 비밀스러운 노하우인데, 이 시간대에 카페에서 간단한 작업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한 주를 조금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이 때 만큼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므로 작업을 할 때 항상 음악을 듣는다. 노래의 분위기는 나를 약간의 흥분 상태로 만들어주지만 과도하지는 않은, 그런 아슬아슬한 수위를 고수한다. Disclosure의 “You & Me (Flume Remix)”는 딱 그만큼의 분위기를 유지한다. 일요일 밤을 개그콘서트로 마무리하는 것 보다는 이 곡을 들으며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월요병을 타파해보는 것이 어떨까.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일요일 밤이고. -강수훈 (Wishket 대표) 

 

 

 

 5. Angela Ricci – Lazy Love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커피도 주로 집에서 마신다. 예전에는 기계로 내려서 마시고는 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귀찮아서 스타벅스 비아만 마시고 있다. 얼마 전 코스트코 상봉점에서 콜롬비아를 세일하길래 잔뜩 샀다. 거창하게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은 아닌데, 한참 작업을 하다가 뇌가 멈췄을 때 일을 멈추고 커피를 공급한다. 쉴 때는 귀에 편하고 익숙한 느낌의 음악을 찾는데 요즘 듣는 노래는 Angelina Ricci의 “Lazy Love”이다. “Java Jive”의 도입부가 생각나는 이 곡은 누가 들어도 카페를 위한 음악이다. 귀찮은 남자와 열정적인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쉬운 가사와 편안한 음색은 손에 쥐고 있던 일을 잠시 내려놓기에 더없이 좋다. 볼륨은 작게 하고 한 곡 반복으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 -Bluc (Freelance Writer/HiphopLE Editor)

 

 

6. Pharoah Sanders – Astral Traveling

 

눈을 뜬다. 사실 이 음악을 알람으로 맞추고 숙면에서 깨어난다면 그 곳이 무릉도원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비견될 법한 순간이라면,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난 뒤 여행의 입구 혹은 차원의 결계로 인도하는 새의 지저귐이 정확히 원두에 뜸을 들이는 30-40초의 시간과 맞아 떨어질 때다. 그렇게 추출한 머그잔을 탐닉하는 순간, 눈을 감는다. 왼쪽 스피커로부터 “어서옵서예” 라고 말하는 듯, sax 연주가 시작되고 그것은 곧 언어로 인식된다. 좌뇌에서 어젯밤의 추태와 환희의 기억들이 소환 되려는 찰나, 자연스러운 패닝효과로 우뇌를 때려줌으로써 정확한 이미지의 형상이 완성된다. 여기까지 몰입되었다면 남은 4분여는 갈색 향기와 나, 오직 두 존재만이 이 세상에 남는다. 세 번째 눈을 뜬다. 추신: 오후 3-4시경에는 본인도 모르게 눈물이 날 수도 있음. -Avantgarde Vak (Produ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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