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UN

싱어송라이터 문선(Moonsun)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첫 정규 앨범 [균열]을 발표했다. [균열]은 소설 ‘데미안’에 등장하는 구절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를 인용한 앨범, 문선은 규칙에 얽매이길 거부하며 자유로운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다. 또 공개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그가 다니던 직장을 정리한 때. 아티스트로 홀로 선 문선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음악과 디자인으로 자기표현을 하며 사는 문선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에디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음악에 전념 중인가?

아니다. 다니던 회사는 퇴사했으나, 여전히 디자인과 기획 일을 계속하고 있다. 퇴사는 좀 더 깊이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지. 여전히 기획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촬영한다.

음악에 온전히 전념하는 과정인가?

뮤지션이라는 꿈은 어릴 때는 막연히 상상만 했지. 그러나 그때는 자신이 없었고, 지금은 ‘내 인생을 음악 하나로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의 음악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다. 반면 이번 앨범 [균열]을 통해 음악에 전념해보고 싶었다. 음악적으로 좀 더 공부해야 할 게 많았는데, 너무 일만 하고 음악을 뒷전으로 미뤄둔 것 같아서.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생기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다.

음악은 언제 시작했나?

사실 어릴 때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다. 체르니부터 쇼팽, 베토벤, 모차르트 등 다양한 작곡가의 악보를 연주했다. 콩쿠르에도 자주 나갔는데, 어느 순간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매일 만나는 사람과 마주치고 그들과 경쟁하며 규격화된 악보를 연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흥미도 사라지고, 힘들었다. 그래서 피아노를 그만뒀다.

그럼 지금의 음악을 시작하게 된 시기는?

대학교 졸업 후 자기 표현의 수단을 찾다가 에이블톤(Ableton)을 배우기 시작했다.

레이블, 회사 없이 혼자 활동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지?

혼자 하는 일에는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뮤직비디오 하나를 찍기 위해서도 모든 것을 스스로 기획해야 하고, 제작자, 스태프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그래서 첫 정규 앨범 CD 발매도 늦어졌고. 모든 것을 내가 검토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반면 스스로 정한 스케줄에 따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더 자유로울 수도 있을 텐데?

맞다. 회사가 개입하면 제작 부분에서는 편할 수 있으나, 내가 온전히 원하는 것을 만들기 힘들었겠지. 그래서 느낀 점은 세상만사 모두 장단이 있구나 싶었다. 난 태생이 회사원이다 보니, 규격화된 일을 잘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혼자 활동해보니 천천히, 꾸준히 하는 것 또한 능력인 것 같더라. 편안하고, 유연하게 일하는 법을 외려 배운 거지.

소속사 없이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방법이 있다면.

가진 게 인스타그램밖에 없어서 이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글, 이모티콘 등에 매우 신중한 편이라 활용을 잘못하고 있다. 사실 인스타그램에 뭘 많이 올린다고 해서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공간을 발 벗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프라인 파티, 온라인 웹사이트 등을 고려해봤다.

웹사이트라면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서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또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 음악이 툭툭 올라오고 댓글도 툭툭 올라오는 느낌? 내 주변 사람,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 모두가 노랫말에 공감대를 느끼고 찾아오는 것 같아서 이러한 네트워크, 소통이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가사 하나로만 문선의 팬이 된 건 아닐 텐데.

음악도 내가 평소 즐겨 듣던 음악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니, 나랑 비슷한 취향, 공감대를 지닌 사람들이 모인다는 거지.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선 – 줘요(feat. 서사무엘)

얼마 전 첫 정규 [균열]을 공개했다. 정규 앨범을 만든 계기가 있을까?

앞서 얘기했지만, 난 싱글을 만들 때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민수와 함께 모아(moi)를 함께 진행하다 보니 음악을 계속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은 커지고 있었다. 먼저 내러티브가 있는 앨범 단위의 음악을 제작하고 싶었다. 때마침 회사를 정리하고 퇴사한 터라 싱글보다 더 큰 단위의 음악을 제작할 수 있었다.

앨범 [균열]은 어떠한 내러티브를 담고 있는지?

소설 ‘데미안(Demian)’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싱클레어의 규격화된 일상에 데미안이 들어와 갈등하고,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고, 결국은 그에 따른 길이 정해지는 과정 등의 줄거리를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낀 걸까? 소설을 읽으며 내가 지닌 편견과 기억, 행동이 모두 균열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균열을 음악으로 드러내면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지.

앨범에 아쉬운 점이 남았다면.

풀 렝스 작업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서툴렀다. 사운드, 기술적인 부분은 많은 연습이 필요한데, 마감 기한에 쫓기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그대로 발매한 게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조바심내지 않고 다음 앨범에서 좋은 퀄리티를 보이면 된다. 돈을 많이 벌어서 곡 엔지니어링에 투자해야 할 것 같다.

“내 속에 솟아오르는 것, 그걸 나는 살아보려 했다”라는 구절에 많은 영감을 떠올렸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문선의 퇴사와 맞닿은 구절이라고 느꼈다.

맞다. 나도 나이가 결코 적지 않다 보니, 놓을 수 있는 게 점점 적어진다. 정답은 없는데 정답이 있는 것처럼 한 곳을 바라보고 직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것들을 이제 다 깨야겠다고 생각하며 데미안의 구절을 떠올렸다.

앨범에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섞으려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내가 어느 장르에 속한 뮤지션이라 인식되는 게 싫어서다.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고,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가둬버리는 것 같은 느낌도 싫었다. 이 역시 깨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다양한 재즈, 소울, 훵크,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좋아하기도 해서 그 취향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게임 음악 같은 로파이(Lo-fi) 등의 질감을 즐겨 사용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내 색깔을 찾고 싶은데, 평범한 소리로 음악을 제작하면 그 차별점을 캐치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전자음을 베이스로 다양한 장르를 섞어보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게 내 색깔이라고 고집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낯선 모험, 특이한 소리를 찾던 과정에서 발현된 것이다.

그럼 로파이와 반대인 바로크 팝, 오케스트라 등에 도전할 의향도 있나?

꼭 하고 싶다. 내 최애 뮤지션인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독보적인 활동을 보인 것처럼 나 역시 그처럼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 많은 도전을 이어가다 보면 퍼렐의 풍부한 인생처럼 나 역시 나만의 작은 구를 품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속에서 살고 싶다.

앨범에 쿤디판다(Khundi Panda), 서사무엘이 참여했다. 그들과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서사무엘은 그의 CD, 포스터 디자인을 담당하며 처음 알게 됐다. 너무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보니 비장의 카드로 남겨뒀는데, 트랙 “줘요”을 제작하다가 서사무엘의 목소리가 떠올라서 피처링을 제의했다. 쿤디판다 역시 이전에 공연에서 본 적이 있었고, “옵”을 작곡하던 도중에 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역시나 협업을 제안했더니, 흔쾌히 응해줬다. 목소리 역시 악기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 이번 두 곡이 훌륭한 주인을 찾아서 다행이고, 만족하고 있다. 또 남자 보컬과의 협업은 처음이라 새로운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내가 감히 언급하면 주제넘은 것 같아서, 그냥 자기 음색이 강한 뮤지션들과 함께하고 싶다.

민수와 함께 ‘모아’를 함께하고 있다. 어떻게 성사된 프로젝트인가?

내 음악을 들은 지인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소개해줬다. 비록 지인의 방향대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민수랑은 잘 맞아서 즐겁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곧 새 싱글과 재밌는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할 예정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다양한 콘셉트로 제작 중이다. 뮤직비디오 디렉팅에 직접 관여하는 편인가?

내가 뮤직비디오 제작에 의견을 더하면 산으로 갈 것 같아서 시작할 때 구상 정도만 함께하는 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자신의 앨범 커버아트 역시 스스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앨범 [균열]의 커버아트는 뭘 의도한 것인가?

앨범이 다양한 이야기와 장르를 담고 있으니 다양한 조각을 통해서 규격화된 기억, 기록을 표현하고 싶었다.

CD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 있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의 “The Look Of Love”라는 유명한 보사노바 음악의 번안 트랙이다. 원곡은 매우 사랑스러운 음악인데, 슬픈 멜로디에서 영감을 얻어, 나는 본래의 의미와 반대로 불러본 트랙이다.

공연에 하드웨어를 직접 들고 다니더라. 어떤 악기인가?

마이크로 코르그 S(Micro Korg S)와 롤랜드(Roland) SP-404를 주로 들고 다닌다. 코르그는 내 첫 악기다. 내장 사운드를 내 스타일로 커스텀 해서 애착이 간다. 따라서 좀 더 자주 쓰는 편이고, SP-404는 힙합을 향한 로망 때문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공연에서 직접 샘플러를 만지며 퍼포먼스 요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SP-404에 어떤 로망이 있나.

힙합과 남성성에 관한 로망이다. 나는 여자다 보니 가질 수 없는 게 남성성이다. 난 샘플러에서 마초의 느낌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 다음 행보를 예고해줄 수 있나?

하드코어 컴필레이션 앨범에 보컬로 참여한 앨범이 9월에 발매될 예정이고, 모아 프로젝트의 싱글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발매될 것 같다. 그리고 2, 3집 정규 앨범의 무드를 정해서 1년 텀을 두고 발매하는 게 목표다. 또 비트를 주고받자는 제안이 자주 들어와서 다양한 음악을 제작하고, 많은 음악을 만들어볼 예정이다.

문선 인스타그램 계정


에디터 │ 황선웅, 한지은
포토그래퍼 │강지훈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종이잡지 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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