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중고상점에서 발견된 한 중년 여성의 아카이브

벨기에의 한 중고상점 오피뉴&코(Opnieuw & Co)에서 오래된 사진 앨범이 발견되었다. 화려한 꽃무늬 표지의 앨범은 한 중년 여성이 수십 년 전 톰 크루즈(Thomas Cruise), 줄리아 로버츠(Julia Fiona Roberts),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Allan Spielberg), 조니 뎁(Johnny Depp) 등의 유명 인사와 함께한 사진으로 빼곡히 채워져있다. 사진에서 일라이저 우드(lijah Wood)는 어린아이였고,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는 빽빽한 머리숱을 자랑한다. 

중고상점의 대표는 일반적으론 기부 상자에 딸려온 개인 사진을 파기하지만, 사진 속 주인공에게 큰 의미를 지닌 듯한 앨범은 함부로 취급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SNS로 그녀를 찾아 나섰다. 제인 시모어(Jane Seymour)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그녀가 착용한 ‘Hollywood Foreign Press’ 배지를 단서로 수소문한 끝에 사진 속 주인공이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의 전 멤버 마리아 스나입스 라글러(Maria Snoeys-Lagler)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벨기에 방송국은 마리아의 딸 리타 라도 비치(Rita Radowicz)가 사는 캘리포니아의 집으로 앨범을 돌려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연락이 닿은 딸 리타는 앨범이 왜 중고상점에 온 건지 영문을 모르는 상태였다. 또한 앨범이 화제가 된 이후 중고상점은 앨범을 갖고 싶어 하는 가족으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았으며, 마리아의 사촌이 리타와 연락하길 희망했다. 그들은 이 작은 앨범이 가족을 연결해줘 고맙다는 마음을 표했다. 

마리아는 2010년 87세의 나이로 퇴직했다. 2016년 93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녀는 약 30년 동안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모든 내용을 썼고, 할리우드 리포터로서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앨범이 어떻게 캘리포니아에서 벨기에까지 건너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리아에게 앨범이 지닌 의미는 직업적 소명 그 이상의 가치였을 것. 디지털 카메라가 없던 당시, 당대에서 현재까지 인정받는 셀러브리티 200여 명의 젊은 날을 기록한 사진집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세월이 묻으며 하나의 아카이브가 되었다. 자기 일에 대한 애정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뜻밖의 작품을 선물한 마리아의 사진첩을 열어 보자.

Opnieuw & Co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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