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Artists’는 VISLA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6인의 아티스트를 선별,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리즈다. 세 달에 한번 계간지로 펴내는 페이퍼 매거진에 포스터 형식으로 부착할 수 있도록 제공되던 작품과 그들의 배경을 살펴보는 짧은 질의응답은 이들이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뜻으로, 이제부터는 VISLA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이는 작품 활동을 하나의 오락과 놀이로 여긴다는 작가 야닉 발 게스토(Yannick Val Gesto). 좀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접하기 힘든 정보와 기술의 과잉에서 디지털과 실재를 오가며 작업하는 그는 본인에게 영감이 되는 소재를 균형있게 매만져 창작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오는 우연성, 실수는 그의 창작에 좋은 재료가 된다. 그의 작업 철학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접한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전자오락이 지금의 작풍에 큰 영감이 되었다고 들었다. 지금도 비슷한 취미 생활을 누리고 있나?
내 생각에 그런 많은 영감에 대한 내 감정이 팬덤에서 노스탤지어로 발달한 것 같다. 90년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느린 페이스를 그리워한다. 인터넷, 스마트폰, 모바일 폰이 사라진 세계 말이다. 동시에 테크놀로지, 미디어 그리고 문화의 관계가 어떻게 발달하였는지에 관해서도 깊은 관심이 있다. 아이 캔디(Eye Candy, 심오하지 않은 비주얼 콘텐츠, 슬라이드 두 번째 작품)는 언제나 내 영감의 원천이다. 그러나 우리는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에는 과잉이 있다.
각종 밈(Meme)에서 또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들었다. 지금 시대에 밈이 지닌 매력과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4chan’과 같은 이미지 보드를 몇 년째 돌아다니고 있다. 참여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만든 이미지와 그들의 상호 작용에 관심 있다. 옛날부터 최근까지, 팬 아트나 캐릭터 비디오 게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v/보드만 방문한다. 밈이 큰 회사에서 사용하기 전에 탄생하 는 곳이고 바이럴 마케팅과 광고로 소비되기 전의 장소다. 내 생각에 밈은 그들의 진짜 영혼과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웹은 쓰레기 콘텐츠로 포화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와 정보, 뉴스, 게임, 미디어를 찾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밈은 인생의 진지함에서 나오는 재미있는 산만함이다. 그러나 요즘 테크놀로지와 일상은 서로 배배 꼬인 채 엮이고 있다. 밈은 뇌에 담긴 과도한 정보의 또 다른 요소들이다.
최근 공감하거나 재미있게 본 밈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글쎄, 딱히. 하하.
다양한 매체에서 당신을 디지털의 완벽함과 인간의 실수 사이를 탐구하는 작가 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인간의 실수라는 말이 흥미로운데,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인간의 실수, 우연성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
그 ‘실재’와 ‘디지털’의 이중성은 내 작품에서 대부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균형을 찾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된다. 나는 예술이 자가 치료와 자아성찰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꽤 클리셰한 사람이니까. 모든 작품은 어떤 면에서 자화상이나 마찬 가지다. 인간의 오류에 있어서는…. 나는 일할 때나 그림을 그릴 때 통제력을 빼앗는 것을 좋아한다. 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 모든 것을 놓는 것. 종이에 펜을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놔두는 것처럼.
경계와 통제를 가지고 노는 일은 재밌다. 나는 그런 점에서 인간의 오류 혹은 실수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마치 자연을 보는 것처럼, 숲은 무질서해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연결과 움직임에 정밀함이 숨어있다. 내 작품을 만들 때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의 오류를 받아들이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작품의 한 요소로서. 근래에 들어 추상적이고, 직관적이며 다채로운 디지털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이건 매우 자유분방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작품이다. 부정확함과는 관계가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컴퓨터 를 사용해 인간의 표현과 촉각을 보여주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그걸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매체에서 당신을 디지털의 완벽함과 인간의 실수 사이를 탐구하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인간의 실수가 흥미로운데,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인간의 실수, 우연성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
최근에 한 남자가 전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비디오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이 연결되 었다는 관점을 드러냈다. 우리는 한 명의 사람이며 다양한 문화, 지역, 생각의 차이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는 도시와 자연에서 살아나가는 동물이다. 우리는 인류가 만든 시스템의 복잡함에서 살고 있으며, 나는 고요하고 비어있는 공간을 복잡한 도시와 상업주의가 스민 곳보다 좋아한다. 큰 대도시보다는 산을 좋아한다.
핸드 드로잉과 디지털 드로잉의 장단점은?
핸드 드로잉이 더 직접적이고 근본적이다. 디지털 드로잉은 생산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무한한 양의 도구를 쓸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다. 나는 모든 테크닉을 섞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만드는 일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예술가의 책은 그들의 비전을 합리적인 패키지로 관객과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매우 좋은 일이다. 서적은 마치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지도의 물리적인 버전과 같다. 한편 진(Zine), 서적, 카탈로그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정말 멋지다. 재미있는 일이다.
Editor│한지은
Image│Yannick Val Gesto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17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