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김윤기(Yoonkee Kim)의 신보, [Communication]이 지난 27일 일본의 음악 레이블, 새터데이 랩(Saturday Lab)을 통해 발매됐다. 스케이터로서 그리고 실험가로서 다재다능한 결과물을 보여온 김윤기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술, 음악, 영상 등 각종 매체를 활용해 꾸준히 작업해 왔다. 특히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TR-707의 비트, 때로는 장난기 어린 소리로 이루어진 콜라주는 그의 기발하고도 심오한 세계관을 해독할 또 다른 기회를 선사한다.
이번 앨범 [Communication]의 두 번째 트랙 “분주한 날”은 직접 촬영한 뮤직비디오와 함께한다. 뮤직비디오는 마치 만화경으로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래에는 영상에 대한 짤막한 설명, 혹은 시가 담겨있었다.
It takes some effort to describe what this music video is without making it pointless and stuff.
I think it is like a fish. It swims in where it should swim in.
It has things it should have and it is sort of important in this music video.
It exists because it has to exist.
Sky is over there.
김윤기는 비디오가 물고기라고 소개한다. 지니고 있어야 할 중요한 것을 다 지니고 있는 물고기. 짧은 쇼트들은 존재해야만 하기에 존재하고 물고기는 헤엄쳐야 할 곳에서 헤엄친다.
그가 앨범과 앨범을 둘러싼 여러 작업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앨범은 음악에 멈춰 있지 않았다. 그를 둘러싼 많은 것들과 연결되기 시작했고, 그와 직접 ‘communicate’ 하기에 이르렀다. 이하는 김윤기와의 소통. [Communication]은 밴드캠프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그의 말처럼, “하늘은 거기에 있다(Sky is over there)”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앨범 제목이 [Communication]이다. 요즘 가장 즐겨하는 소통의 방식은 무엇인가?
인스타그램과 X와 카카오톡 그리고 실제.
몇몇 트랙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운드의 조합이 유머러스하고 독특하게 다가온다. 왜 이 둘을 섞는가?
균형 있는 밥상을 차리고 싶어서인가 보다. 하지만 그대는 나의 음악을 먹지는 않는다.
앨범을 들으며 어떤 순간 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리길 바라는지 궁금하다.
LFO가 굉장히 잔뜩 올려 있는 패드(Pad) 소리를 들을 때 같은 때에. 물속 다시마의 흔들림 같은 것을 들을 때에.
앨범에선 일상적인 것, 특히 음식에 대한 레퍼런스가 많이 보인다. 음식과 음악의 관계는 무엇인가?
시작이 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본능적인 편의 요소를 충족시키는 거 같고 후자는 사람다운 요소를 충족시키는 것 같다.
이번 앨범은 카세트로도 발매된다. 카세트라는 매체에 담긴 개인적인 감정이나 철학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어떤 매체에 담는가에 따라 만드는 음악도 달라진다. 안개 낀 날씨에 누군가를 새벽에 만나는 것은 근사할 것이다. 카세트 테입은 안개를 잘 만들어주곤 한다.
앨범 커버 디자인이나 비주얼을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저장을 충분히 해두고 때에 따라 선택해 준비한다. 다른 미술가들이나 도안가들과도 협동하곤 한다.
다음 프로젝트는 이미 머릿속에 있나? 아니면 지금은 앨범 발매 후 휴식 상태인가?
2025년에도 내야 할 것들과 열어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 오는 12월 5일부터 안팎이라는 공간에서 개인전을 진행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소울 투 소울(Soul II Soul)이나 디-라이트(Deee-Lite) 같은 클럽/댄스(Club/Dance)로 분류되곤 하는 음악을 많이 듣곤 한다. 그 영향이 미래의 음악에 반영될 것이다.
근래 동탄으로 이사를 했다고 들었다. 새로운 일상생활을 앞두고 기대되는 점이 있나?
예전에 친구들과 음악 잔치를 살던 동네 근처에서 열곤 했었는데, 여기서도 그래보고 싶다.
“분주한 날” 뮤직비디오를 물고기로 비유했다. 이 물고기는 어디로 헤엄쳐 가는 건가? 아니면, 어디로도 헤엄쳐 가지 않는 것인가?
그 물고기는 타코 벨(Taco Bell)을 향해 쥐포를 먹으며 헤엄쳐 가고 있다.
이미지 출처 │Bandcamp, Saturday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