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과 음악은 모두 허공을 가르며 대상에 도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존재는 잔혹하리만치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폭력과 하모니라는 각자의 종착점을 향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두 달, 매일 같이 들려오던 비인도적인 소식마저 조금은 무뎌진 듯한 지금이다. 서로를 향해 총구가 아닌 악기를 겨눴다면 어땠을까. 캐나다 출신의 아티스트 마스쿨 라세르(Maskull Lasserre)는 그의 작품 ‘Tools for a Second Eden’를 통해 이 엉뚱한 판타지를 현실로 구현해냈다.
총신을 대신한 플루트, 조준경을 장착한 바이올린, 그리고 단검을 장착한 트럼펫까지. 라세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Canadian Forces Artist Program’을 경험하고 돌아와 완성한 ’Tools for a Second Eden’는 전쟁과 음악이라는 극적인 시각적 대조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하이브리드 뮤지컬 웨폰(Hybrid Musical Weapon)이다.
오케스트라 트럼펫 연주자의 손에 들린 대검이나 참호에 기대 플루트 연주하는 군인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궤를 달리하는 조화와 폭력의 이미지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존재의 부조화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한다. 두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를 통해 관객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두 영역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들려주며 또 다른 반향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군대와 악단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집단의 존속을 위한 엄격한 규율과 강도 높은 훈련은 물론이요, 각자의 장비를 어깨에 밀착시킨다는 점이나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이 그렇다. 어찌 보면 연주자 또한 악기라는 무기를 들고 공연이라는 전쟁에 나서는 셈이니 말이다. 이쯤 되면 ‘평화와 폭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허울 좋은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하루빨리 종전의 날이 밝기를 바라며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선율의 전쟁만이 존재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