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yo Cafeína 앨범 [SESIÓN DE LA HABITACIÓN] 카세트 테이프 발표

소규모 수공업이 대규모 공장 공업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그전까지는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고,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은 당연하게 되었다. 전자의 경우 길드(Guild)를 통한 수공업 생산이, 후자의 경우 창작자와 창작물에 대한 권리가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이던가. 그 사소한 야간 자율 학습조차 거부하려던 우리 아니던가? 이처럼 우리 인간에게 내재된 반골 기질은 체제에 반했을 시 쾌감을 주기 마련이다. 그리고 여기 대량 양산 체제에 역행하는 어느 레이블과 이들의 최근 발표작 역시 어떤 쾌감을 전한다.

스페인 알리칸테(Alicante)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파요 카페나(Payo Cafeína)가 레이블 크리스탈 마인(Crystal Mine)을 통해 앨범 [SESIÓN DE LA HABITACIÓN]을 카세트 테이프로 발표했다. 작년 8월 고스트 샨티 레코즈(Ghost Shanty Records)를 통해서도 발표한 적 있는 위 앨범은 6개의 멤피스 랩(Memphis Rap)을 기반한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 멤피스 랩이 태동하고 부흥하던 시기, 즉 당대 통용되던 힙합 음악과는 동떨어진 채 정제되지 않은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폭력적인 가사로 힙합 신(Scene)을 들썩이게 하던 시기를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

특히 소량 제작된 이번 카세트 테이프 흐릿해질 대로 흐릿해진 맴피스의 명맥과 DIY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Lirikos en Trance 66.6 FM”과 같은 곡이 내포한 조악한 음질과 청각적-텍스트적 폭력성은 토미 라이트 3세(Tommy Wright III)나 쥬시 제이(Juicy J) 등 90년대 중후반 호러코어(Horrorcore)가 성행했던 시기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멤피스 랩이 상대적 알려지지 않아 불모지라 여겨지던 스페인에서 어느 2001년생 아티스트에 의해 촉진된 멤피스의 온도는 뜨겁다 못해 차갑기까지 하다.

한편, 이번 앨범을 카세트 테이프로 발표한 크리스탈 마인에 대해서 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스페인 부르고스(Burgos)를 기반한 본 레이블은 실험 음악가 사라 라신스(Sarah Rasines)가 2018년에 설립한 이래 ‘반 저작권(#anticopyright)’이라는 슬로건 하에 카세트 테이프 형식의 음반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익스페리멘탈 뿐만 아니라 앰비언트와 테크노는 물론 이번 앨범과 같은 힙합까지 장르의 변위가 넓다. 특히 올 3월 세스 킴-코헨(Seth Kim-Cohen)과 레글러(Regler)가 함께 발표한 앨범 [Regel #12 (Ambient)]은 공연과 강연이 결합한 형태로, 이들은 음악 또는 청각 매체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변화한 산업 체제에 반하고 있는 크리스탈 마인과 중심에서 벗어나 잊혀지고 방황하던 맴피스 랩을 고수하는 파요 카페나의 행보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발현되고 되고,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하게 변용됨에 따라 동시대를 객관적으로 재고할 수 있게 되는데, 이들의 행보가 그러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다만 반대로 뒤집어 보거나 뒤로 걸어가 본다면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질 것. 가역적이라고만 믿었던 우리의 반골 기질의 변전을 지금 바로 직접 확인해 보자.

Payo Cafeína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Crystal Min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Crystal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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