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YOUTUBE LIBRARY- Visbin

독특한 감각을 지닌 이들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동냥하는 “MY YOUTUBE LIBRARY”가 돌아왔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11월. 괜히 밖에 싸돌아다니다간 감기 걸리기에 십상이니, 지금 같은 FW 시즌에는 차라리 집에 틀어박혀 넷플릭스(Netflix)와 유튜브(Youtube) 세상으로 대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당신에게는 재밌고 유익한 유튜브 여행을 도울 “MY YOUTUBE LIBRARY”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지난달, 심은보 에디터가 추천한 11월의 타자는 VISLA의 음악 에디터이자 DJ로 활동하고 있는 이철빈(Visbin)이다. 이철빈을 설명하는 수식어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는 에디터와 DJ일 뿐 아니라 ‘COUCH FOR SALE’ 파티의 디렉터이며,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의 프로젝트 매니저, 축구팀 니벨크랙(Nivelcrack)의 일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그는 현재 프로듀서 비앙(Viann)의 정규 2집의 매니징을 맡고 있기도.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 이번 달의 “MY YOUTUBE LIBRARY”를 부탁했다.


이철빈의보편적인 일상 명상과 회상에 대한 플레이리스트

최근 감정적인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는 이철빈. 일상이 그를 지치게 할 때마다 그는 자유로운 유튜브 세상으로 도피한다. 이번 달 그가 선정한 주제는 “보편적인 일상 속 명상과 회상에 대한 플레이리스트”.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최근 지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고찰하고, 회상하고, 회피하기 좋은 밑의 영상들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1) “[EBS 스페이스 공감 1339회] 김창완 밴드 – 시간(반도네온 : 고상지)”

영상 길이: 5:05
채널: Saint H

“시간”은 2016년 김창완 밴드가 발표한 곡이다. 그 무렵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무대 위 김창완이 스쳤고,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을 시청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진행하진 못했지만, 당시 김창완의 인터뷰를 기획하고 있던 터라 이날 흐르는 음악과 그의 코멘트에 더 몰입하고 심취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시간”을 부르는 그의 모습과 분위기는 내가 기대 했던 산울림과는 분명 달랐다. 그렇지만 다르게 느껴졌을 뿐 낯선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김창완의 음악이라면 어떤들 상관없다는 생각이 반영되었을 수도. 그가 차분히 읊조리며 내뱉는 가사의 깊이와 압축된 의미는 지금보다 어렸던 그때도, 시간이 흐른 지금도 영상을 여러 번 되돌려보며 곱씹어봐도 헤아릴 수 없다.

60세 중반 그의 언어는 여전히 시간에 따라 달리 해석되어 나의 복잡한 시간에 불현듯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EBS 스페이스 공감 1339회, 김창완 밴드의 “시간”. 이 영상은 잊힐 만하면 다시 찾아서 보게 되는데, 참 신기하게도 볼 때마다 늘 새롭다. 어쩌면 나는 무대 위 그와 비슷한 연배가 될 때까지 이 영상을 종종 꺼내 보지 않을까. “사랑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그게 얼마나 달콤한지 그게 얼마나 달콤한지 그게 얼마나 달콤한지”. 가사가 문득 맴돌던 어떤 날에 또다시 이 영상을 자연스레 빠져들었다.

2) “Aphex Twin – Vordhosbn”

영상 길이: 4:51
채널: Ovidiu Cara

2001년 리차드 디 제임스(Richard D. James / Aphex Twin)가 발표한 앨범 [Drukqs]의 수록곡 “Vordhosbn”이다. 이 영상은 도쿄의 신바시 역에서부터 오다이바 역으로 향하는 열차가 레일을 질주하면서 시작하는데, 단순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변칙적이고 세련된 사운드와 맞물려 균일하게 흐르는 이 영상을 보고 있을 때면 잠시나마 잡생각을 비워낼 수 있다. 나 자신에게 멍 때릴 시간을 할애한다는 정도가 딱 적당한 표현인 것 같다. 그리 거창한 의미는 없지만, 끝내주는 BGM이 있으니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도망이 필요할 때 언제든 이 영상으로 떠나는 나는 열차와 음악이 멈추는 종착지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3) “이니에스타가 공을 절대 뺏기지 않는 이유”

영상 길이: 6:41
채널: 김진짜 Real KIM

“김진짜 Real KIM”는 유럽 축구와 국대 축구의 스타플레이어나 전술을 낱낱이 분석하는 축구 전문 채널로, 상당한 전문성을 띤 정보와 재미를 전한다. 오밀조밀한 어휘력과 나긋나긋한 목소리 톤은 굳이 집중하지 않으려 애써도 귀와 머릿속에 그 내용을 꽂아버린다.

삶의 즐거움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축구를 갑자기 하고 싶거나 또는 잘 시간을 놓쳐 무얼 해야 할지 모를 때 언제나 이 채널을 찾는다. 김진짜의 목소리는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동시에 부담스럽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김진짜의 영상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콘텐츠는 “이니에스타가 공을 절대 뺏기지 않는 이유”인데, 전성기 시절 이니에스타의 플레이를 나는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해왔다. 굳이 그의 흠을 찾으려고 한다면 FC 바르셀로나(FC Barcelona) 출신이라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의 팀과 별개로 그의 기량과 감각은 음악과 패션에서도 통용되는, 특정한 시대를 초월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상의 매력은 한 가지 더 있다. 이 영상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발을 꿈쩍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지 몰라도 마치 실제로 축구를 한 것처럼 미세한 운동 효과를 체감한 것이다. 물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김진짜 Real KIM”의 영상을 보고 있을 때 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는 필드 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 옆에서 떠들어주고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는 기분. 나쁘지 않다.

4)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 Our Love”

영상 길이: 10:28
채널: 김오키 Kim Oki – Topic

얼마 전 하늘이 무너지는 비보가 아무렇지도 않게 전해졌다.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 Our Love”을 처음 들었던 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작년 이맘때쯤, 우린 약속을 하지도 않았지만 채널 1969에 모여 앉았다. 그날 모인 우리는 어쩌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달픔과 즐거움을 이해하는 그런 거리에 있는 관계였기에 굳이 어떤 주제를 꺼내 들지 않아도 어색함이 없었다. 오다가다 자주 보는 사이였지만 또 보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지. 당시 새 앨범 준비로 분주했던 김오키 형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때마침 형이 발매 직전인 이 앨범을 먼저 들려주겠다고 했고, 그렇게 내가 기억하는 특별한 그 날 밤이 시작되었다.

노래가 순차적으로 흐르던 가운데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 Our Love”이 흘렀고 나는 직감적으로 이 곡이 전작 3집 수록곡 “묘정의 노래”, 그리고 6집 [피스투아우어솔]의 수록곡 “정도면에서 최대의 사랑”의 새 버전이라는 걸 눈치챘다. 긴 음악이 끝날 때까지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 나는 형과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사진으로 남겼던 것 같다.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 그게 무슨 의미인 거지?”라고 속으로 잠시 되묻기도 했지만, 굳이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지 않았다. 비록 정확한 해석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그 의미가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 이 음악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리고 이 음악을 처음 들었던 그 날, 우리가 소파에 앉아 보낸 그 소소한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또 그립다.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마도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결국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적어도 음악이 흐르는 10분 동안 이 곡 안에서는 그 시절 우리로 머무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철빈이 “MY YOUTUBE LIBRARY”의 다음 타자로 추천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멜트미러(@meltmirror). 영상 감독이자 3D 영상을 제작하는 그가 과연 어떤 영상을 소개할지 궁금하다.

이철빈 인스타그램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