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Icons’

20세기 중반, 앨범 커버(Album Cover)가 탄생한 직후, 앨범 커버아트는 음반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시각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특히 70년대와 80년대에서 디자이너들이 앨범 커버 작업에 참여하면서 예술적 의미를 중시한 작업물이 많이 등장했지만, 현대에는 앨범이 내포하는 정보를 확장하는 기능적인 면모를 강조한 것들도 많아졌다. 이외에도 앨범 커버아트는 음악의 가치와 재미를 한 단계 더 상승시키는 역할로 톡톡히 자리매김했다.

‘커버 스토리(Cover Story)’라는 제목의 본 기사는 특정한 디자인 양식과 소재, 혹은 특정 디자이너의 작업물이 담긴 앨범 커버를 모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획 기사이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는 동방 정교회의 성물로 여겨지는 ‘이콘(Icon)’을 앨범 커버에 접목한 앨범들을 소개한다.


정교회(Eastern Orthodox)

들어가기 전에 정교회를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초창기 기독교는 교회마다 다른 교리를 공통된 내용으로 조율하기 위해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를 연다. 이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공의회를 거쳐 기독교는 여러 종파와 교회로 분리되는데, 본래 하나의 기독교 교회로 출발했으나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오리엔트 정교회가 이탈했고 1054년 로마의 서방 교회와 콘스탄티노플의 동방 교회가 의견 충돌로 상호파문하기에 이른다. 동서 교회의 분열로 생긴 지금의 정교회는 영단어 ‘Orthodox’에 정통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듯이 변화하지 않는 기독교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콘도 그런 요소 중 하나.

정교회에는 약 3억 명의 신도를 포괄한다고 알려져 있고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러시아 정교회라고 한다. 10세기에 키예프 대공국의 블라디미르 1세가 정교회를 국교로 선포한 이래 러시아를 대표하는 종교가 되었지만, 옛 소련 정부의 종교 탄압 정책으로 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후 소련 정권이 무너지고 현재의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정교회를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장려한 이유는 소련 붕괴 이후 사회를 통합하기 위한 프로파간다 정책이 그 배경인데, 러시아 정교회는 단순 일반 시민들의 종교 이상으로 정계나 군대와 같은 조직과 밀접하게 연관되었으며, 동성애 반대와 같은 여론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따라서 자주 뉴스에 나왔던 여성 퍼포먼스 그룹인 푸시 라이엇(Pussy Riot)은 자신들이 활동할 장소로 교회를 자주 택했다. 


이콘(Icon)

이콘은 정교회에서 인정하는 성물로 그리스도와 성인들을 목판이나 성당 벽면에 그려놓은 성화이다. 초창기 교회는 이콘을 우상 숭배로 규정할 만큼 성물 규제가 심했는데 오히려 후대에 천주교가 조각화된 성상과 더불어 다양한 미술 형태의 제작물을 받아들인 것과 다르게 정교회에서는 이콘이나 십자가 성상 이외의 제작물은 금기시하고 있다. 최초의 이콘이라 알려진 성모 마리아 이콘은 1세기에 존재한 것으로 알려진 수호성인 누가(Luke)가 그렸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이콘은 기독교에서 전통을 지닌 문화이며 그 양식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이콘의 대표적인 화가로 15세기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블료프(Андрей Рублёв, Andrei Rublev)가 많이 언급되는데 유명 영화감독이자 영상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Андрей Тарковский, Andrei Tarkovsky)의 대표적인 작품 “Andrei Rublev”에 다뤄지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업적이나 전기보다는 이콘을 그리는 화가를 통해 인간과 종교에 대한 내적갈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이 영화의 인지도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콘 화가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인물로 더 많이 알려졌을 것이다. 

영적인 의미가 담긴 그림인 이콘은 제작 과정부터 까다롭다. 보석과 계란 노른자, 백포도주 혹은 식초와 같은 재료를 쓰고 금박을 입히는 과정이 수반되는데 보통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콘과 연관성이 깊은 비잔틴 미술의 모자이크 작품처럼 인물의 표정과 공간의 깊이가 없는 평면적인 특징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현대에서는 이콘의 양식을 담은 디자인을 찾기가 힘들기도 한데 앨범 커버라는 매체에서도 극히 드문 디자인이다. 아래 소개하는 앨범의 커버아트 또한 기존의 이콘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앨범들을 소개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Om – [Advaitic Songs]

성 세례자 요한(St. John the Baptist)으로 알려진 인물을 표현한 이콘은 14세기, 15세기에 여러 점 나왔는데 위의 형태와 비슷한 이콘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출신 밴드 옴(Om)은 2007년 앨범 [Pilgrimage]을 발매할 때부터 2009년 [God is Good], 2012년 [Advaitic Songs]에 이콘의 형태를 빌려와 앨범 커버에 넣었다. 옴은 인도와 중동에서 연주된 드론(Drone) 음악 스타일을 밴드셋 형태로 연주하는 밴드이며 그들의 곡에 담긴 가사는 영어, 산스크리트어, 아랍어라고 한다. 드론은 저음을 지속해서 내는 사운드로 구성된 음악으로 명상이나 영적 의식에 쓰이곤 하는데, 옴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종교와 많은 연관성을 보이는 후기를 남겼다. 그중에는 무슬림인 관중의 후기가 있는데 이전에 자신이 순례자로 메카를 방문했을 때 기도하는 사람들의 소리와 비슷하게 들린다거나 폐허의 요르단, 혹은 이슬람 나라에 있는 사막 지대의 분위기(Atmosphere)를 연상케 한다고 언급하기도. 드론이라는 형태의 음악이 지역마다 존재한다고 하는데 비잔틴 시대에도 그러한 음악이 있었고 주로 성가에 쓰였다고 한다.

사실 옴의 전신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슬립(Sleep)을 빼놓을 수 없는데 2019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하이 온 파이어(High on Fire) 기타리스트 맷 파이크(Matt Pike)의 대표적인 밴드이기도 하다. 아스베스토스데스(Asbestosdeath)라는 이름으로 순수한 둠(Doom) 성향의 음악을 하다가 한국인 멤버 톰 최(Tom Choi)가 나가면서 슬립은 스토너(Stoner) 사운드의 초창기 밴드로서 대마초, 우주 등의 이미지를 표방하며 밴드 캔들매스(Candlemass), 세인트 비투스(Saint Vitus)의 둠 사운드와 더불어 크림(Cream),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처럼 사이키델릭한 헤비 블루스를 결합해 연주하는 밴드로 발전했고 스토너의 명반으로 불리는 앨범인 [Sleep’s Holy Mountain]으로 인지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앨범이 발매하기 전에 멤버 저스틴 말러(Justin Marler)가 동방 정교회의 수사로 수도원에 들어감에 따라 밴드를 그만두고 수도사 요한(Monk John Marler)로 세례명을 받아 러시아까지 건너가 종교 생활을 하게 된다. 그 사이에도 저스틴은 미국의 유명 펑크 팬진(Fanzine)인 맥시멈 락앤롤(Maximum RocknRoll)에 수도원 생활에 대한 기사를 투고하고 싶었지만 거절당한 나머지 자신이 직접 동방 정교회를 주제로 한 팬진인 데스 투 더 월드(Death to the World)를 제작한다.

정교회 신자들보다는 자신이 밴드 활동을 했던 펑크 신(Scene) 사람들을 독자로 설정한 팬진이었는데 꽤 정기적으로 팬진과 머천다이즈가 발미되었고, 현재까지도 인스타그램이나 독자적인 홈페이지로 이어지고 있다. 팬진의 제목과 유골이 잘 정돈된 카타콤(Catacombs)이나 성인이 그려진 이콘이 흑백으로 인쇄되어 음침한 느낌을 주지만 가끔씩 밴드 패치가 박힌 조끼를 입은 펑크나 스케이트보더 같은 사진을 덧붙여 독자에게 자신의 영적 경험이나 펑크 신에서 추억, 종교적 복음을 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도사로 살면서 그는 포크 앨범을 발표했는데 1999년에는 수도원 생활을 그만두고 해체 상태였던 슬립의 멤버를 모아서 사비 교도라는 의미의 세이비언즈(The Sabians)를 결성해 밴드 활동을 새로 시작한다. 멤버들은 이 밴드를 통해 드론 음악을 시도하는데 사실 이러한 드론 성향은 이미 슬립의 1996년에 녹음된 [Jerusalem]에서 먼저 시도한 바 있다. 본래 당시 사운드 체크를 위한 곡들이었고 한 곡당 15분에서 20분 정도의 트랙들로 구성되었지만, 작곡 당시 대마초로부터 영감을 많이 얻었다는 이유로 2003년에 [Dopesmoker]라는 이름으로 다시 발매되었다. 수록곡은 약 63분 정도의 “Dopesmoker” 한 곡과 발매되는 앨범 버전마다 보너스 트랙으로 각기 다른 라이브 곡 하나를 넣은 것이 전부였다. 일부 팬 중에는 [Dopesmoker]를 종교적인 색채가 담긴 음악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Batushka – [Litourgiya]

아기 그리스도가 성모 마리아의 뺨을 맞댄 모습의 ‘블라디미르의 성모’는 이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워낙 유명하기에 모방한 작품도 많고 흔히 정교회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해당 앨범 커버아트는 본래의 작품과 얼추 같으면서도 음악적인 면에서도, 밴드 외적인 이미지도 정교회의 요소를 빌려왔는데 밴드의 이름인 바츄시카(Батюшка, Batushka)는 정교회의 수도사제를 의미한다. 그들이 당시 이 앨범으로 활동할 때 8명의 멤버들이 모두 정교회 수도사의 예복을 입고 팔에 염주를 찬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으며 정교회 십자가, 블라디미르 성모 이콘, 향로, 유골 등과 같은 물건이 진열되어 흡사 정교회의 성찬 예배를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의 공연을 진행해왔다. 또한 인트로에는 종이 울리고 향을 피워서 분향하는 준비 예식과 곡 사이사이에는 성가대의 성가파트가 더해져 묘한 느낌을 연출한다. 다만 분명히 다른 점은 밴드가 연주하는 것은 블랙 메탈(Black Metal) 사운드의 음악이다.

사실 리츄얼(Ritual)적인 요소가 들어간 블랙 메탈은 특이한 형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바츄시카 같은 밴드가 최근 후발대로 나온 스타일인데 유난히 그들의 사운드와 콘셉트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서 많이 언급된 케이스이다. 블랙 메탈 신에서는 전자음악을 수용한 작업물을 많이 내놓았고 그것이 다크 앰비언트(Dark Ambient)라는 블랙 메탈의 서브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유튜브나 스트리밍 사이트에 다크 앰비언트를 검색해보면 ‘리츄얼’이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 나온다.

다크 앰비언트는 기타와 드럼 사운드 보다는 주로 전자음악에 쓰이는 장비 혹은 보편적이지 않은 악기들을 사용해서 연주하는데 특정 종교에 대한 콘셉트를 지닌 일부 아티스트는 상당히 오리지널리티에 치중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바츄시카는 정교회의 폐쇄적이고 고독한 성격, 본래에 가까운 종교적 의식과 소음의 사운드를 결합하여 상반된 괴리감으로 바츄시카만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형성하였다. 일부 몇몇 블랙 메탈 팬은 이들을 힙스터라 지칭하기도 했고 마찬가지로 바츄시카 역시 사람들의 호응과 동시에 부정적인 피드백 또한 감내해야 했다.

다만 이렇게 건재했던 밴드가 최근에는 사람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밴드가 결성된 지 5년도 되지 않은 채 보컬리스트가 다른 멤버들 몰래 ‘Batushka’라는 이름을 법적으로 등록하고 다른 멤버를 구해 메탈 블레이드 레코즈(Metal Blade Records)라는 대형 레이블과 계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8년부터 밴드가 반으로 갈려져 버렸다. 하루 만에 날벼락을 맞은 기존 멤버들은 유튜브에 탈퇴한 보컬리스트를 고발하는 동영상을 올려 밴드가 처한 상황을 사람들에게 전달했고 발음과 의미가 같지만, 키릴문자로 기재된 단어인 ‘Батюшка’라는 이름을 걸고 계속 활동을 하는 행보를 보이자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밴드가 비슷한 시기에 각자 앨범을 내놓게 되고 인터넷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밈(Meme)이 넘쳐나게 되는데 결국 [Litourgiya]는 밴드가 나뉘기 전에 발매한 유일한 앨범이 되었다. 탈퇴한 보컬리스트의 바츄시카가 메탈 블레이드에서 발매한 앨범 [Hospodi]는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앨범이었지만, 앨범의 전 수록곡을 담은 “Parastas (Парастас)”라는 약 32분짜리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나서 썩 괜찮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Death to the World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Death to the World 공식 웹사이트
Metal Blade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Batushka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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