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 T-shirts for Strange Times 인터뷰 #2 마리아나, 김종호

브랜드 ‘인터내셔널(The Internatiiional)’의 시리즈 기획 ‘Strange T-shirts for Strange Times’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이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나 팬데믹 시대에 걸맞은 이상한 티셔츠를 선물하고, 그들의 소식과 근황을 묻는 인터뷰 시리즈다.

두 번째 시리즈는 타투이스트 마리아나(Mariana)와 부산에서 상경하여 실크스크린 공장에서 일하는 베드 테이스트(BAD TASTE), 본명 김종호의 티셔츠 착장 사진과 근황이다. 하단에서 만나보자.


마리아나

작년 3월의 팬데믹 선언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당신의 일상과 작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2019년 5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팬데믹이 시작될 때까지도 나는 학생으로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여름부터 타투이스트 일을 시작했고, 지금 살고 있는 집 겸 스튜디오로 이사 왔다.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산다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큰 변화를 줬다. 혼자 산다는 것,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한다거나, 매일 운동을 하거나, 친구를 초대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대체로 난 집에서 지내는 걸 즐기고 혼자 있는 것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문제는 밖에 나가고 싶을 때 생긴다. 내 경우는 클럽에서, 매일 바깥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대부분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내 타투 고객 중 한 명은 막 스무 살이 되어서 나이트라이프의 즐거움과 자유를 경험하는 데 매우 들떴지만 이제 그럴 수 없게 됐다. 이제 이 모든 게 이전과 같을 수는 없을 거고, 젊은 세대의 경험 역시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우리 또한 클럽이나 파티에 다닐 수 없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클럽에 가는 일이 그저 취하고, 춤을 추는데 그치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나는 그 이상의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작업을 청중과 공유하는 디제이들이 있고, 창작자의 영역에서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즐겁다. 이제 사람들은 끊임없이 마스크를 쓰는 것, 거리두기, 영업제한, 제한된 파티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은 긴장을 풀고 이 순간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고, 오히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그동안 내게 많은 즐거움과 기회를 줬던 사람들, 장소들이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보는 건 착잡한 일이다. 우선은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여야겠지. 그저 수용하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창작자들을 많이 만난다. 그 다음 단계는 적응하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실제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안전하게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생각하고, 미래에 대해서 더 큰 관점으로 바라봐야겠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실제로 하는 일 역시 소중하다. 다들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곤경의 시대에 우리는 서로를 도와야 한다.

팬데믹 이전에 우린 주로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당신을 마주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주말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사실 팬데믹 이전에는 주말마다 강박적으로 바깥으로 나갔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중요한 무언가를 반드시 놓칠 것 같았다. 아마 그런 활동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것들을 줬기 때문이겠지. 그건 순수한 즐거움이었다. 내 친구가 언젠가, 클럽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종류의 우정은 그 밖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누가 실제로 우리 곁에 있어주는지, 그리고 이렇게 만나는 게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연결될 수 있는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친구들을 내 공간으로 부르는 걸 좋아하고, 그들을 위해 요리하고, 이야기하며 함께 있어준다.

나만을 위한 더 많은 시간 덕에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나는 요가를 즐기고, 매일 운동한다. 그리고 새로운 취미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무엇이든 나가서 찾아보는 데에 열정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재촉하지 않는다. 나 자신에 대해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됐다.

궁극적으로 타투이스트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또는 다른 하고 싶은 일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아직 어리고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스스로를 타투이스트로 소개하는 것이 좋다. 모델 일도 가끔씩 하고 있는데 조금 부끄럽다… 어쩌면 경험을 통해서 자신감이 더 생길지도 모르겠다. 나이트라이프 신(Scene)은 내가 디제잉을 배우게 된 것과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영향을 줬다. 파티를 통해 무언가를 제공하는 쪽에 더 큰 즐거움을 찾고 있는데, 곧 그럴 수 있길 바란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고 정말 고마운 일이다. 어쩌면 일 년 뒤 나는 낚시나 뜨개질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즐거우니까.

여전히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곧 모국으로 돌아가 잠시 지내야 할 것 같고, 한국에서 보냈던 시간을 돌아보고 싶다. 환경을 바꾸는 일은 아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다주고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 분명한 건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몇몇 친구들이 러시아 언더그라운드 뮤직 신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들을 러시아와 연결해주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내 인생에 큰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다. 예전에는 엄청 자세하게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은 삶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지 생각한다. 나는 작은 것들을 즐기는 데 집중하고, 작은 목표들을 이루는 데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나는 원래 이곳에서 두 학기만 공부하고 러시아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살다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이 곳의 내 또래 사람들은 스스로를 한 가지 일에 제한하지 않고 더 나은 스스로를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데 정말 큰 자극이 된다. 한 가지 내 작은 목표는 마침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서 서울 바깥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요즘 날씨가 그러기에 정말 좋다. 자연과 다시 연결되기를 바라고, 하이킹을 떠나고, 덜 산업화된 곳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심과 존재가 나를 얼마나 돕고 있는지 알고 있고, 나도 그들에게 더 강한 에너지를 주고 싶다. 내년에 여기서 살게 된 기념일에 잡지를 만들어 이곳에서 사람들과 나눈 기억을 기록하고 싶다. 만드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고, 즐거운 시간을 다시 돌아보는 일은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취향에 맞는 서로 다른 것들을 큐레이하는 데도 즐거움을 느낀다. 어쩌면 미래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주만물’과 같은 장소를 열 수도 있겠지. 그런 것이 나의 첫 번째 ‘큰 계획’이다.

아무튼, 더 좋은 상황을 기대하자.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우리에겐 언제나 내일이 있고, 다음 주, 다음 달, 내년이 있다. 시간은 우리의 것이고, 앞으로 더 나아지는 일만 남았다.


김종호

작년 3월의 팬데믹 선언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당신의 일상과 작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확실히 요즘엔 일 외에 할 수 있는게 많이 없다. 밤에는 놀지 못하니까 낮에 친구들 만나서 보드 타고… 그게 전부다. 그러다보니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부산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온 지 2년 정도 됐다.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이 있어서 새로 사귄 친구는 거의 없다. 예전엔 파티도 많고, 보드 타면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부산에서는 클럽 ‘아웃풋(Output)’의 오픈멤버로서 계속 일했다. 이런 신에서는 파티의 부재가 생각보다 영향이 큰 게, 음악이나 파티라는 콘텐츠 자체는 물론이고 각종 교류 역시 사라지게 되니 할 수 있는게 많이 없다고 느낀다.

서울 와서 살다보니 집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아졌다. 당근마켓을 엄청 열심히 하는데 판매보다는 주로 구매하는 쪽이다. 티크 원목 아이템을 갖고 싶어서 엄청 디깅했다. 책상, 소파, 테이블, 협탁, 스탠드… 다 잘 샀다. CD를 계속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최근엔 오디오 컴포넌트도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해서 주말에 쉬면서 그걸로 음악을 듣는다.

인터내셔널 옷의 프린트 작업을 담당하는 실크스크린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이 공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조금 넘었다. 거의 코로나 터진 초반 즈음부터 시작한 거다. 사장 형 말로는 예전에는 훨씬 더 바빴고 거래처도 많았는데, 지금은 몇몇이 사라졌고 업무량도 줄었다고 한다. 예전에 부산에서 그래픽 위주의 내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사정이 생겨 그만뒀었다. 그래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었고 제품을 제작하던 경험이 있다보니 실크스크린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쪽 기술을 배워 일하다 보면 나중에 내 공장을 차릴 수도 있을 거다. 그러면 안정적인 수입도 생기고 남는 시간엔 내 브랜드의 옷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공장을 찾아왔다. 일은 재밌고 적성에 잘 맞는다. 실크스크린 판을 어떻게 제작하는지, 상황에 따라 어떤 잉크를 사용하는지 등 기술적인 내용을 알아가다 보니 내 그래픽 작업을 할 때도 다양한 표현방식을 구상할 수 있게 된다.

여전히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독립적으로 내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데 5월부터는 웹사이트도 만들고 실크스크린을 이용한 그래픽 위주의 아이템을 만들어 작게나마 발매를 해볼 계획이다. 원래 좋아하던 스케이트 펑크(Skate Punk) 그래픽 스타일로 옛날 록 밴드의 앨범 커버 등을 패러디해서 만들고 싶다. 디지털프린트(DTP)보다는 원색분해 실크스크린 프린트의 느낌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제작할 거다. 어쩌면 취미에 가까운 일일지 모르겠다. 그림을 만들고 프린트해 걸어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재고 부담 없이 팔려도, 안 팔려도 그만이란 생각으로 시작해 볼 거다. 고등학교 때 “고무인간의 최후(BAD TASTE)” 라는 영화를 봤는데 언젠가 이걸 이름으로 꼭 쓰고 싶다고 생각해 일단 배드 랩(BAD LAB)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등록해뒀다. 티셔츠 이외에도 컵 코스터나 쿠션, 샤(Screen Mesh)를 사용한 조명 같은 것도 구상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

보드는 순전히 재미로 시작한 취미활동이긴 한데, 돌아보니 그래픽 작업을 하고 아이템을 만드는데 정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스케이트를 타는 건 물론이고 시간 날 때마다 계속 보게 되지 않나. 외국 스케이터들 보드 타는 영상이나, 스케이트 문화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보드를 타기 시작한건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인데 실력 자체는… 아직도 포저(Poser)다. 하하.


기획, 제작The Internatiiional
사진, 인터뷰│ 금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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