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Nike)의 스니커즈 런치 플랫폼 SNKRS, 그리고 VISLA 매거진의 스니커 인터뷰 ‘The Talk’. 그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부산에서 사운드샵 발란사(Soundshop Balansa)와 스턴트맨 익스프레스 에이전시(Stuntman Express Agency)를 운영하는 김지훈을 만나보았다. 한국 스트리트웨어 신(Scene)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된 발란사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자리를 지키며, 맹활약 중이다.
발란사라는 브랜드와 더불어 각양각색의 빈티지 아이템을 수집하는 컬렉터로도 이름난 김지훈 대표와 나이키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으로 엮여 있다. 수많은 나이키 스니커 중에서도 에어 맥스 1(Nike Air Max 1)에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그와 함께 스니커에 관련한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부산에서 사운드샵 발란사와 스턴트맨 익스프레스 에이전시를를 운영하는 김지훈이라고 한다.
스니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면?
일본과 가까운 부산의 지리적 특성으로 어린 시절 TV를 켜면 일본 MTV 등 일본 채널이 자주 나왔다. 또한,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일본 잡지를 취급했는데,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지 않던 시절, 그 잡지 속 희귀한 나이키 스니커즈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었다. 실제, 진짜 에어 맥스를 부록으로 주는 맥스 아카이브 북까지 나왔으니까.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가장 좋아하는 에어 맥스 시리즈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나이키 에어 맥스 1이다. 에어 맥스 1은 간결한 디자인과 함께 초창기 에어 맥스의 러프함을 함께 담고 있다. 어디에 신어도 잘 어울리고 세련된 분위기를 낸다.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에어 맥스를 당시에는 어떤 스타일로 매치했는지, 현재와 달라진 점이 있을까?
글쎄, 워낙 클래식한 스니커이기에 스타일링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요즘은 특정한 패션 스타일보다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아이템으로 각자의 개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나이키 에어 맥스 시리즈 또한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변화하고 있고, 그만큼 여러 스타일에 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바지부터 스웨트팬츠까지, 에어 맥스 시리즈의 실루엣은 그 어디에나 어울리는 스니커다.
에어 맥스 시리즈에 대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어 맥스 시리즈에 관한 두 가지 추억이 있다. 과거 카시나 부산 스토어에서 일하던 시절 카시나 사장님이 자주 신던 에어 맥스 1이 기억난다. 그때 사장님의 나이가 아마 지금 나와 비슷할 것 같은데, 나에게 스케이트보드 좀 탔냐고 물으며, 에어 맥스 1을 신고 알리(Ollie)를 곧잘 보여주셨다. 물론,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었겠지만, 그것만으로도 너무 멋져보였다. 거친 그립테이프에 긁힌 앞코를 침 발라 닦던 그 모습까지도. 하하.
두 번째로는 스무 살 무렵 친구와 동대문 쇼핑센터에 놀러갔을 때다. 당시 소위 멀티숍이라고 부르던 스니커 숍에서 랩으로 깔끔히 포장된 에어 맥스 97 발렌타인 모델을 엄청 비싸게 주고 산 기억이 난다. 지금에 와 말하기에도 민망한 가격에 신발을 샀는데, 돈을 건넬 때 만감이 교차했던 기억이 난다. 하하.
2000년대 초 부산의 스니커 신(Scene)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
부산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브랜드의 신발을 생산했던 공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 위상에 걸맞게 짝퉁과 B그레이드라 말하는 제품이 진품과 뒤섞여 시장에 나오곤 했다. 시내에 멀티숍도 많았고, 우연히 스니커 샘플을 구할 수도 있는, 스니커 마니아에게는 신기하고도 풍요로운 환경이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더 재밌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텐데. 하하.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상징적인 에어 맥스 시리즈의 협업 모델은 무엇인가?
네덜란드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파타(Patta)의 5주년을 기념해 협업한 에어 맥스 1. 오리지널 모델을 제외하고, 가장 정통성 있는 에어 맥스 1이 아닐까. 여타 브랜드, 아티스트의 에어 맥스 1 협업은 다양한 소재나, 패턴, 컬러웨이를 통해 기존 모델과 차별성을 둔다면, 파타는 단일 컬러만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최대한 이끌어낸다. 이번 협업 모델 역시 한 가지 컬러만으로 포인트를 줬지만, 어퍼에 물결 모양의 디테일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에어 맥스 1을 완성했다. 이런 발상이 파타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 같다.
에어 맥스를 상징하는 인물을 꼽자면?
물론, 에어 맥스의 아버지 팅커 햇필드(Tinker Hatfield)다.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무수한 에어 맥스 시리즈도 없었겠지.
에어 맥스 시리즈 중 레트로를 기대하는 모델이 있는지.
나이키 에어 맥스 180(Air Max 180)의 울트라마린 컬러웨이가 재발매될 때마다 구매해 모아두고 있다. 일단, 컬러웨이부터 너무 아름답다. 1991년 발매된 모델로 알고 있는데, 지금 봐도 신선한 느낌을 잔뜩 풍긴다.
발란사의 고장인 부산을 에어 맥스에 담는다면, 어떤 시리즈의 모델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싶은가?
에어 맥스 BW(Air Max BW)에 90년대 부산을 연고로 한 축구 클럽 ‘대우 로얄즈’를 녹이고 싶다. 어렸을 대부터 대우 로얄즈의 고급스러운 엠블럼이 너무 멋져보였다. 흔히 부산을 떠올릴 때 광안대교나 롯데 자이언츠, 갈매기를 떠올리는데, 이런 통념을 깬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의 스니커 컬처 속 에어 맥스가 지닌 의미는 무엇일까?
히스토리다. 계속되는 시리즈 속 끊임없이 진화해 온 그 기록들은 여타 신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에어 맥스만의 헤리티지를 대변한다.
발란사가 선보이는 다양한 의류 제품에 어울리는 에어 맥스 시리즈는 무엇일까?
에어 맥스 360(Air Max 360)을 이야기하고 싶다. 발매 당시에는 투박한 외형의 대디 슈즈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이 아빠가 된 지금에 딱 어울리는 신발이다. 하하. 아무래도 발란사 프로덕트의 디자인에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많이 반영되는데, 발란사 제품군 중 내추럴한 티셔츠나 스웨트팬츠에 잘 어울릴 것 같다.
과거와 현재, 한국의 스니커 컬처는 어떻게 변화한 것 같은가?
감히 주제넘게 말하자면, 확실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시장이 형성된 것 같다. 반면, 과거의 낭만이랄까, 그런 따뜻함은 덜한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지금의 뜨거운 열기가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Editor│ 오욱석
Photographer │유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