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Artists’는 VISLA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6인의 아티스트를 선별,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리즈다. 세 달에 한번 계간지로 펴내는 페이퍼 매거진에 포스터 형식으로 부착할 수 있도록 제공되던 작품과 그들의 배경을 살펴보는 짧은 질의응답은 이들이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뜻으로, 이제부터는 VISLA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이는 맨 프롬 이스트(Manfromeast)라는 활동명을 가진 김영균. 그는 공예 브랜드 QH(Quispiamhabilis)의 팀원이자 개인으로서, 과거와 미래로 부터 받은 영감을 동시대의 관점으로 풀어내고있다. 그와 나눈 짧은 질문과 답은 아래에서 확인해보자.
QH(Quispiamhabilis)라는 팀에 소속되어있다. 팀에 합류한 계기는 무엇인가?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 팀인지 간략하게 이야기해 달라.
2018년 겨울 새로운 작업실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QH를 전개하고 있던 승헌이가 3D 프린팅으로 같이 재미있는 작업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합류를 제안했다. 친구로서 QH가 공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기 때문에 QH를 통해 3D 프린팅으로 공예 분야에서 새로운 작업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재 도자, 금속, 3D 프린팅, 영상, 의상 등 다양한 분야를 공예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Don’t Forget Craftsmanship’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과 팀으로서 작업할 때 장단점 또는 근본적인 작업의 차이를 말해줄 수 있나?
개인으로 작업할 때는 좀 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받은 영감, 감정에 직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또한 기술에 관심이 있어서 형태를 만들 때 실험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등 처음 접하는 작업 방식에 관한 호기심이 많다. 내 관심사를 중심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반대로 개인 작업을 하다 보면 작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때로는 힘들다. 팀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QH라는 공동체가 추구하는 방향과 색깔이 있기 때문에 맞춰가야 하는 점이 있지만 친구들과 피드백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 QH 친구들 개개인의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디렉션이 명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뒷받침되기에 큰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여러 분야의 친구들이 의견을 공유하고 하나의 작업 및 제품이 나왔을 때 얻는 성취감이 있다. 이 쾌감은 개인 작업의 그것과 또 다른 느낌이다.
자신의 작업물을 두고 팀원들과 어떤 피드백을 주고받나?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도 궁금하다.
그 작업이 QH가 추구하는 색깔에 부합되느냐가 제일 우선적인 피드백이다. 또한 작업이 노출되었을 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또는 QH가 공예 기반 브랜드이기 때문에 제작 기술 및 양산에 관한 피드백도 주고받는다. 우리는 대학교부터 친해진 친구들이다. 어느덧 7~9년이 흘렀다. 그래서 그런지 작업 및 샘플을 들고 가면 팀원들이 장난치면서 가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그렇게 피드백을 주고받다가도 구체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의견을 나눈다.
일할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작업할 때 어떤 음악을 듣는가?
물론이다. 주로 힙합, 70~90년대 소울이나 R&B를 듣는다. 조금 전에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Donda]가 발매되었는데 당분간 이 앨범을 돌릴 것 같다.
올해 가장 재미있게 한 작업은 어떤 것인가?
QH가 반스(Vans) 앰버서더로 선정되어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다. 도자, 금속, 3D 프린팅으로 7인치 바이닐용 턴테이블을 제작했는데 처음엔 솔직히 미친 짓이라 생각했다. 설계단계에서도 작동이 가능할지 불안감도 있었다. 해외에서 부품들을 공수해오고 시간을 상당히 많이 들였다. 전원을 켜고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올 때 ‘우리가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에 친구들과 파주에서 영상, 사진을 촬영하고 콘셉트에 맞게 사운드 작업을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과거, 현재, 미래(를 향한 상상) 중 당신의 작업은 어디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나?
과거, 현재, 미래 모두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현재다. 과거와 상상에 영향을 받더라도 결국 현재의 내가 재해석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기준점이지 않나. 나에게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중요한 재료다. 이 재료들을 동시대에서 어떻게 나의 언어로 표현할지 고민하다 보면 현재에 가장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평소 어떤 경로로 영감을 가져오는가?
일상생활을 하다가 영감이 되는 소재나 작업들을 바탕으로 러프하게 3D 모델링 작업을 해서 저장한다. 힙합에서 샘플링을 하듯 기존에 존재하거나 익숙한 형태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주로 작업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한다.
최근 다녀온 곳 중 가장 좋았던 장소는?
고성 송지호 해변.
개인적인 행보로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개최할 첫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 기능의 오브제와 3D 그래픽 위주의 전시가 될 것 같다. 이외에도 6곡 정도 수록된 믹스테잎과 싱글을 준비하고 있다.
Editor│한지은
Image│김영균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17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