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드 그래픽 아티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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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컬처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스케이트보드는 음악, 각종 예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발전해왔다. 스케이터들은 그들이 즐기는 음악과 예술에서 받은 영감을 스케이트보드에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데크(Deck)를 캔버스삼아 그림을 그렸고, 티셔츠에 스케이터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그래픽을 입히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패션을 구축했다. 국가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지만 스케이터가 스케이트보드를 즐기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어느 무엇보다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같은 듯 다른 다섯 스케이터의 스케이트보드 아트워크를 만나보자.

 

 

1. Jim Phil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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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컬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Jim Phillips의 이미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 푸근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그가 이런 강렬한 이미지의 그래픽들을 완성시켰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산타 크루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Jim Phillips는 아무래도 산타 크루즈 스케이트보드(Santa Cruz Skateboard)와 일할 인연이 많았던 것 같다. 커리어 초창기에는 다양한 서프보드 샵에서 제작하는 서프보드 아트작업을 담당했다. 1975년부터 산타 크루즈 스케이트보드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그는 산타 크루즈의 로고, 디자인 등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스케이트보드뿐만 아니라 서프보드, 티셔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했다고 한다. 현재는 그의 아들인 Jimbo Phillips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면서 자란 그는 월트 디즈니를 포함한 여러 애니메이션과 40-50년대 만화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음악을 꼽았다. 그는 Rock&Roll 초창기 시대를 살아갈 수 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러 예술 장르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스케이트보드 아트라고. 만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그가 만들어내는 그래픽에는 자연스레 이러한 영향이 묻어난다.

 

 

2. Ian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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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Johnson은 웨스턴 에디션(Western Edition)이라는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를 1999년, 동료 Kent Uyehara와 함께 런칭했다. 그는 웨스턴 에디션의 전반적인 아트디렉터로서 재즈 아티스트 기반의 아트워크를 스케이트보드, 의류 등에 녹여내며 명성을 얻었다.

대부분 스케이트보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힙합이나 펑크를 떠올리기 쉽다. 여러 스케이트보드 비디오의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것은 스케이팅의 짜릿함을 살려주는 록, 힙합 음악이 거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Ian Johnson은 스케이트보드와 재즈와의 결합을 추구한다. 어릴 적 할머니 집의 라디오를 통해 재즈를 처음 접하게 된 그는 Stereo Skateboards의 ‘A Visual Sound’라는 영상을 접하고 난 뒤 재즈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최고의 스케이트보딩 영상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Video Days’의 Mark Gonzales 파트에도 BGM으로 재즈 아티스트 John Coltrane의 음악이 사용된 적이 있다.

그는 재즈와 스케이트보드는 서로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아티스트의 감정과 느낌에 따라 즉흥연주로 자유롭게 흘러가는 재즈처럼, 길거리에서의 스케이팅도 사람들이나 장애물을 피하며 크루징을 하고 트릭을 거는 등 스케이터의 즉흥적인 행위예술에 가깝다.

Stereo Skateboards – A Visual Sound

 

WE RAW Marvin Gaye Tribute

그의 작품에는 여러 재즈 아티스트들이 등장한다. Eric Dolphy가 그의 손에 의해 가장 많이 아티스트이고, 이 외에도 Marvin Gaye, Miles Davis Quintet 등 소울, 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들을 주인공으로 한 스케이트보드 아트도 다수 만들어냈다. 배경의 다양한 색채가 재즈의 깊이를 더 심화시켜주는 것 같다.

 

 

3. Todd Brat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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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다리가 다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못할 때도 보드를 타는 형을 바라만보다가 낫자마자 바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러 나갈 정도였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면 지하실에서 탈 정도로 Todd Bratrud는 유년 시절, 스케이트보드에 미쳐있었다.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장만하고 Trasher 매거진을 접하게 되면서 그는 스케이트보드 그래픽에 눈을 떴다.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Fobia 스케이트보드 샵에서 처음으로 그래픽 작업을 담당하면서 스케이트보드 아트, 스티커, 티셔츠 등 다양한 아트작업을 도맡았다.

그 이후에 Consolidated Skateboards와 Nike Skateboards 팀을 위한 아트워크도 만들어내면서 스케이트보드 신에서의 입지를 더욱 넓혔다. 다양한 스케이트보드 회사와 협업한 그는 자연스럽게 그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Send Help Skateboards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High5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시작하였지만, 여러 일을 겪고 난 뒤 Send Help로 다시 새롭게 시작했다고.

그가 만들어낸 아트워크는 스케이트보드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작품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탁월한 재능과 유머 감각이 녹아들어있는 작품들은 스케이트보드 아트를 한 차원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4. Jacob Ovg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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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b Ovgren은 스웨덴 출신의 아티스트로, 여러 록 밴드 앨범 커버아트, 스웨덴의 작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의 아트워크를 맡아 그렸다. 학창시절에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생활의 일부였던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스케치북에 낙서를 했다고 회상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때도 이전에 그려둔 낙서들을 보고 참고하거나, 한 장의 캔버스에 이전에 그려두었던 그림을 무작위로 섞어서 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Jacob Ovgren은 Polar Skateboard를 만든 Pontus Alv가 그의 작품을 보고, 함께 작업을 할 것을 제안해 2012년부터 폴라 스케이트의 아트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스케이트보드와 관련된 그래픽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각이 생겨 작업을 하는 데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2014년 2월부터 한 달 동안 생애 첫 전시 Sick Emotions X-ibit(SEX)을 연 그는 그동안 머릿속으로 상상한 미친 짓을 재미있고 독특한 아트워크로 풀어냈다. 그의 작품을 설명할 때 스스로 사용했던 ‘fucked-up’을 대체할 단어는 없는 듯하다. 사람들이 멋있다고 말하거나, 또는 역겹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경계에 있는 작품들이라고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구상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상상이 가득 차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5. Haro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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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티스트들이 데크에 아트워크를 입히는 방법을 택했다면, Haroshi는 데크를 이용하여 새로운 조각품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다.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스케이트보드 스팟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스케이트보드를 접하게 되었다. 데크 한 장으로 여러 모양을 조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장의 데크를 합쳐서 입체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스케이트보드에 빠삭한 그는 데크뿐만 아니라 트럭, 휠 등 보드의 모든 부분을 재료로 사용한다. 친구가 운영하는 스케이트보드 샵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구한 중고 데크들이 그의 필수 재료다. 필요에 따라 데크를 염색한 뒤, 여러 장의 데크를 붙이고 잘라서 모양을 따라 조각한다. 그의 작업은 마치 입체적인 모자이크와 같다고 할수 있다. 2011년에는 나이키에 작업의뢰를 받아 나이키 프로 스케이터가 사용한 데크를 이용해 SB Dunk를 그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냈다. 매우 세밀한 Haroshi의 작업들은 최소 1달에서 3-4달에 걸쳐 완성된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다는 말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되는 그의 아트워크에 경의를 표한다.

JHUF x Haroshi x DLX collaboration

글 ㅣ 정혜인

정혜인
VISLA Art Featur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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