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은 지 어느덧 3년. 불야성 같은 서울 도심의 나이트라이프(Nightlife)를 책임진 클럽과 라운지, 바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거나 한 풀 꺾인 채 가까스로 영업을 이어왔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스산한 밤거리, 사람들은 불만족스러운 거리두기 방침에도 제 나름대로 또 적응해서 코로나 시대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2022년.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며 감염자 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대신 파괴력도 줄어들었다고. 계절 독감과 유사할 정도로 치명률이 낮아졌다는데…. 사실상 의료계는 이번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 팬데믹의 마지막 장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현 정부는 영업 시간 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해제했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인가?
지금 서울 내에는 다양한 라운지와 바, 클럽이 슬며시 간판을 달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번 ‘New Nightlife in COVID-19’에서는 이태원과 압구정을 중심으로 좋은 음악과 경험을 공통적인 기치로 내걸며 입지를 점하고 있는 새로운 베뉴의 운영자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나눠 보았다. 다섯 번째 베뉴는 분주한 이태원 거리에서 조금 벗어나 잠시 휴식(Chill)을 취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공간 퀘스트(QUEST)다.
*답변 시점은 2022년 2월 말-3월 초순*
퀘스트(QUEST)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99-14 2층
답변자: 권혁인 최장민
1. 이 공간을 만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 달라.
이곳은 VISLA 매거진을 운영하는 이들이 처음으로 만든 오프라인 공간이다. 사실 퀘스트는 다소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찾아준 이전 사무실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새로운 공간을 찾고 있다가, 지금 퀘스트 자리를 보자마자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의 명확한 목적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업계 베테랑 친구들의 조언에 공감하면서도 VISLA 매거진이 지닌 성격처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달리 말하면 다소 애매모호하다고 느낄 법한 방향성에 더 마음이 끌렸다. 이곳은 VISLA가 손님과 친구들을 맞이하는 응접실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서울 도처에서 재미난 일들을 꾸미고 있는 친구들이 놀러 와 레코드도 고르고 서로 인사도 나누는 사교 장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 공간의 콘셉트와 아이디어에 큰 도움을 준 모데시(MODECi) 대표 노탱과 인테리어를 맡은 엄진설비의 엄진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그들과 첫 시작을 함께했다면 이제는 퀘스트를 대표하는 얼굴인 시나힐(Sinahill)이 운영, 바텐딩, 음악 등 다방면으로 매력적인 색깔을 입히고 있다.
2. 코로나 이후 서울의 나이트라이프를 책임진 베뉴가 쉽게 힘을 잃고 사라지거나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와중에 공간을 연 이유는 무엇인가?
사무실을 옮겨야 했는데 마침 마음에 드는 구조를 찾아서…. 사실 코로나의 영향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3. 이곳이 자리한 이태원을 선택한 이유라면?
우리는 VISLA 매거진 초창기부터 한남동-이태원 일대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기에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잠깐 삼각지 부근을 고민한 적도 있다.
4. 이 공간은 어떤 기획과 아이디어가 녹아든 곳인가? 또한 다른 장소와 구분되는 매력은 무엇일까.
가오리 모양으로 생긴 독특한 구조의 현 사무실 자리를 보니 절반을 나눠서 한쪽은 사무실, 반대편은 아지트로 만들면 재밌을 거 같았다. 요즘에는 많은 패션 브랜드, 창작자, 아티스트, 레이블 등이 자신들의 오프라인 아지트를 각기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만들어내곤 한다. 딱히 하나를 꼬집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봐왔던 여러 가지 매력적인 장소에서 자극을 받았다. 먼 과거의 사교장부터 다양한 레코드숍, 미국 여러 도시의 터주대감 같은 술집 등 다양한 장소를 살피고 히스토리를 읽어보았다. 그렇게 바이닐 레코드와 잡동사니, 좋은 음악과 술이 준비된 응접실이라는 기본적인 개념만 잡고 그다음부터는 대화를 나누며 채워나갔다.
5. 이곳이 자리 잡았을 때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드나들 것 같은가?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을 보고 즐기러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좋을지?
편안하게 칠(Chill)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가끔 생각날 때 한 잔 하러 오는 곳 또는 서울 각각의 레코드숍에서 전투적으로 디깅하다 2% 아쉬운 기분이 들 때 들르는 곳 정도면 좋겠다.
6. 술과 음악, 춤이 어우러진 공간이 서울에서 무수히 사라지고 다시 생겨난다. 그럼에도 이렇게 공간을 다시 만드는 데는 단순히 사업적인 목적보다는 좀 더 신선하고 좋은 음악을 향유하려는 운영자의 순수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도 계속해서 술과 음악, 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일까.
좋은 음악과 술이 없는 삶은 지루하다.
Editor │ 권혁인 황선웅
Photographer │강지훈
*해당 기획 기사는 지난 VISLA 매거진 19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