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세상을 밝게, 2월 22일 대머리의 날

“웃는 가정에는 복이 찾아온다. 대머리의 빛은 평화의 빛.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춘다”라는 슬로건으로 일본 아오모리현 쓰루타 정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특한 협회가 있다. 그 이름도 ‘츠루오하게 모임(ツル多はげます会)’, 일명 ‘매끈한 대머리가 많은 모임’이라는 뜻이다.

헤이세이 원년인 1989년, 일본 아오모리현 쓰루타 정에 사는 다케나미 마사조(Masazo Takenami)가 탈모를 겪고 있는 지인들과 의기투합하여 결성 이래로 매해 2월 22일을 대머리의 날로 결의하고 함께 기념했다. 창설일 2월 22일이라는 날짜는 숫자 2(two,ツウ)의 일본식 발음이 츠우, 매끈매끈을 의미하는 ‘츠루츠루(ツルツル)’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이름하여 츠루츠루의 날(매끈매끈의 날)! 점점 속살을 드러내는 두피에 슬퍼 말고 ‘어차피 대머리라면, 더욱더 대머리를 모아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자’라는 취지로 결성되었다고.

츠루오하게 협회는 연 2회 창설일과 중추 명월의 날마다 ‘유우타모(有多毛)’라는 이름의 연회로 모여 ‘빨판 줄다리기’와 ‘나이츠키 맞추기 퀴즈’와 같은 다채로운 행사들로 누구보다 반짝이는 이들의 화합을 기념한다.

유우타모의 가장 큰 행사인 ‘빨판 줄다리기’는 두피에 빨판을 붙인 채 반대편으로 끌어당겨 상대의 빨판을 제거하는 토너먼트 게임이다. 게임은 한 라운드당 삼세판으로 이뤄지며, 마냥 힘으로만 겨루는 것이 아닌 세심한 기술이 필요한 게임이다. 각자 두피를 닦아 마찰력을 늘이거나 미묘하게 힘의 가감을 바꾸는 등 나름의 요령으로 경쟁에 돌입하는데, 이들의 작전 싸움을 지켜보는 것 또한 행사의 묘미. ‘빨판 줄다리기’는 유우타모의 대표적인 행사인 만큼 츠루오하게 회원을 비롯해 모발이 있는 일반인도 이마에 빨판을 붙이고 참여할 수 있다.

‘빨판 줄다리기’가 탈모인과 비탈모인들이 하나 되는 대화합의 장이라면, ‘나이츠키 맞추기 퀴즈’는 진정 (반강제적) 그들만의 리그로 동그랗게 구멍을 뚫은 그림에 보름달처럼 정수리를 내어 누구의 머리인지를 맞추는 게임이다. 게임이 끝나면 전래동요나 기존에 존재하던 곡을 개사하여 부르며 회원들과 깊은 교류를 나누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한다.

“대머리의 행진곡”의 원곡 “365보의 마-치(행진곡)”.

하루에 한 가닥 사흘에 세 가닥
빠져서 지금은 민머리
쿵쾅쿵쾅! 숨기지 말고 걸어라
그것이 완(1,ワン) 츠루(매끈,ツル)! 완 츠루!

*완 츠루= 1매끈, 언어유희를 사용해 완 투(하나, 둘)을 의미하기도.
-츠루오하게 모임 개사곡 “대머리의 행진곡” 中.

츠루오하게 협회장은 “대머리라는 이유로 음지에 웅크려 있을 필요는 없다. 재밌고 활기차게 지내면 사람들의 시선도 한결 부드러워진다”고 말하며, 자칫 조롱거리가 되기 쉬운 대머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대머리를 통해 세계를 밝게 비추는 평화적 활동 전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츠루오하게 협회는 전 세계 탈모인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성지로 점차 거듭나고 있다. 30년이 넘는 눈부신 노력 끝에 협회는 해외를 포함하여 전국의 미디어에 거론되고 일본 각지로 퍼져 나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아키타현과 나가노현 등에도 신설 대머리 협회가 생겨나기도 하며, 그들과 전국 히카리(빛) 정상회담을 공동 개최하는 등 더 넓은 활약을 보이면서 일본 내에서는 ‘탈모인들의 안식지’로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다.

탈모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긍정적인 취지로 시작한 츠루오하게 협회는 창립한 지 어느덧 3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들은 지금도 소외, 위축된 탈모인들을 위해 솔선수범하며 새로운 회원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새로 입단하는 멤버에게는 입회 선물로 수건, 배지, 빨판 줄다리기 세트를 선물로 증정한다고. 단, ‘벗겨지지 않은’ 사람은 양해를 구한 뒤 정식 멤버가 아닌 서포트 회원으로 등록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이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츠루오하게 협회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ツル多はげます会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