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닐 디거를 좇아 하나의 주제를 두고 레코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VISLA의 인터뷰 시리즈, ‘디거의 노래’가 디제이 난봉(Nan Bong)을 찾았다. 서울의 여러 베뉴에서 브라질 음악을 플레이하며, 파티 브랜드 ‘힛 댓 자이브(Hit That Jive)’의 디렉터로 활동 중인 난봉. 그가 추천한 브라질 음악은 옷이 막 얇아지기 시작한 요즘 날씨에 제격일 것이다. 그와 나눈 대화와 추천받은 레코드를 하단에서 직접 확인하자.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서울에서 디제이,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난봉이다. 브라질리언, 소울, 훵크를 주로 플레이하고 있다. 올해 8주년을 맞은 크루 ‘YCOC’의 맴버이자 파티 브랜드 ‘힛 댓 자이브’의 디렉터이며, 이태원의 맥시칸 펍 비스트로 맥시(bistro MEXI)에서 음악 감독도 겸직하고 있다.
하는 일이 상당히 많다. 그중 힛 댓 자이브는 어떠한 파티인지 직접 소개한다면?
클럽에서 들을 수 있는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파티다. ‘왜 재즈는 클럽에서 들을 수 없는가?’에 관한 고민에서 직접 기획했다.
힛 댓 자이브는 역시 여름의 파티처럼 느껴지는데. 곧 다시 개최될 예정인가?
그렇다. 지금은 쉬고 있는데, 올해 한 번 더 개최할 예정이다. 사실 힛 댓 자이브도 꽤 오래된 파티다. 처음 구상할 땐 내 고집이 너무 강해서 재즈만 들려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해소되었다. 그래서 다음 파티를 개최할 땐 크로스오버라는 타이틀을 부제로 개최하지 않을까. 조금 더 대중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과 디제이 라인업도 준비 중이다.
재즈도 과거엔 댄스 음악이라 명명할 수 있었지만, 현대의 클럽 분위기와 잘 맞을지는 모르겠다. 따라서 큰 도전이라고도 생각되는데, 첫 파티의 풍경은 어땠나?
운이 좋게도 첫 파티를 했을 때 어느 결혼식의 뒤풀이로 40명 정도의 인원이 예약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빅밴드 스윙을 틀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았다. 사실 클럽에서 재즈가 나오는 풍경을 너무 동경했다. 따라서 실제로 틀어보니 엄청 두근거렸지.
YCOC는 어떻게 형성된 크루인가?
우리는 디제이 코난(DJ Conan) 형의 제자로, 과거 상상유니브라는 곳에서 만난 친구들이 꾸린 파티 크루다. 기수가 나뉘어져 있는데, 디제이로 활동하다 보니까 상상유니브에서 코난 형에게 배운 친구들이 꽤 많더라고. 그중에서도 결이 맞는 친구들끼리 함께 뭉치게 되었다. 시작할 때는 열심히 해서 ‘360 사운즈(360 SOUNDS)’, 데드앤드(DEADEND), 디스코 익스피리언스(Disco Experience)와 같은 멋진 파티 크루가 되자며 서로 채찍질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는 대가족이 된 것 같다. 음악을 떠나 영상을 찍는 친구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친구도 있다. 각자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 응원하고 파티가 열릴 때 함께 모인다.
이번 디거의 노래 주제를 ‘Brasil’로 설정했다. 또 평소 디제잉에서도 브라질 음악에 관해 많은 애정을 드러냈는데, 브라질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
근래 가장 빠져있는 음악이기도 하고 그런 음악이 모여있는 나라가 브라질이라서. 옛날부터 퍼커션이 포함된 음악을 좋아했다. YCOC에서 트랩, 덥스텝을 틀 때도 퍼커션이 들어간 월드 뮤직 계열의 음악이 내 취향이었는데, 그 계보를 깊게 파다 보니 오리지널까지 좋아하게 됐다. 이후에 라퍼커션(Rapercussion)이라는 팀에도 들어가 퍼커션을 직접 배우게 됐고. 긴 시간은 아니지만 공연도 한번 해봤고 진짜 브라질 악기를 만져본 후에는 더 빠지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주제에 맞는 음반을 소개받고자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음반은?
첫 번째는 완도(Wando)의 [Coisa Cristalina]. 이건 디스콕스(Discogs)를 통해 구매한 레코드다. 브라질 음반을 구하려고 여러 국내 레코드 숍을 돌아다녔는데, 한국에서는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아 보통 디스콕스로 구매하는 편이다. 괜찮은 셀러를 찾은 후 낮은 가격순으로 정렬하여 찾았다. 당시 만 원 정도의 가격에 구매한 MPB(Música Popular Brasileira) 레코드. 디제이의 관점에서 앞뒤 트랙이 소울, 훵크일 때 내 색깔을 유지하면서 브라질 음악을 틀고 싶을 때 용이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관객들도 익숙할 리듬이다 싶었지. 최고의 가성비 음반이라 사람들이 막 따라 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나만 갖고 싶은데… 농담이고 내가 좋아하는 걸 많은 사람도 함께 좋아했으면 좋겠다.
추천할 트랙은?
베뉴에서 틀기 좋은 음악은 “Libertas Que Serás Um Beija-Flor”이고 감상용으로는 “Cara”를 추천한다. 틀기 좋은 이유는 미국의 소울, 훵크와 비슷한 느낌이고 bpm도 118 댄스로 정도로 적당하다.
브라질과 삼바는 여름의 이미지가 강하다. 반대로 겨울에 듣는 브라질 음악은 어떠한가?
“Cara”가 겨울의 이미지에 알맞은 브라질 음악이다. 또 브라질 음악이 모두 밝지는 않다. 겨울에는 조금 더 마이너하거나 감상적인 음반들도 찾아서 듣는 게 좋겠다. 난 사실 계절을 따지지 않는다. 물론 브라질 음악이 봄과 여름에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나처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 믹스셋 “Shala”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오늘 소개될 브라질 음악과 비슷한 결을 가진 것 같았다. 이는 어떤 믹스셋인가?
브라질 음악과 월드 뮤직을 선곡한 믹스셋이다. 월드 뮤직 음악을 듣다 보니 무슨 말인지 모를 가사의 음악이 너무 많았다. 그런 가사의 의미를 모를 음악을 선곡했다.
그런데 음악을 듣다 보면 가사가 궁금해지진 않나?
딱히 가사의 의미를 찾고 싶지는 않았다. 가사도 음악의 중요한 요소지만 의미는 알 수 없는데, 작가가 뭘 의도한 것인지는 알 것 같은 미지의 느낌이 너무 좋다. 그래서 내 음악도 그런 느낌으로 제작해 보고 싶고.
다음으로 소개할 레코드는?
힐든(Hyldon)의 [Deus A Natureza E A Música]. 관세까지 포함해 50만 원에 주고 구매한 오리지널 레코드다. 신기한 것이 오리지널 레코드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음원과 소리가 조금 다르다. 초반에는 마치 녹음실에서 갓 녹음된 것 같은 날 것의 데모 음원이 담겼다. 내가 생각했던 소리도 아니었기에 처음 들을 때는 ‘사기당했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나만 갖고 있는 음악일 테니까. 또한 커버도 너무 아름답다. 이게 76년 음반이니까, 힐든은 노년이 되었고, 지금도 뮤지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힐든의 다른 음반도 소장 중인데, [Deus A Natureza E A Música]과 같은 커버가 없음이 아쉽다.
추천할 트랙은?
“Homem Passaro”를 추천한다. 추천하는 이유는 LP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날 것의 소리가 담겼기 때문. 디지털이나 유튜브에서 들으면 베이스와 드럼의 소리가 깔끔한 편이다. 아마 CD로 재발매될 때 리마스터되지 않았나 싶다.
다음으로 추천할 음반은?
호르헤 아라강(Jorge Aragão)의 [Chorando Estrelas]이다. 오리지널 삼바 음반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상향의 목소리가 담겼다. 중후한 아저씨의 목소리. 정말이지…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담배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삼바 음악을 디깅하다 보면 느낌이 비슷비슷해서 어느 순간 같은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는데, 이 앨범의 음악만큼은 특색있게 느껴진다. 이 앨범은 특정 트랙이 좋았다기보다는 감상용으로 무난히 좋다. 집에서 쉴 때 편안하게 듣기 좋은 삼바 음악. 특히나 가을에 듣길 권한다.
좋은 브라질 음악을 찾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나?
디스콕스나 레코드 숍에서 피지컬 레코드를 직접 디깅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동으로 재생해 주는 알고리즘을 따라가면 어느 순간 모두 같은 음악이라는 착각이 들 때가 있어서. 레코드 숍과 디스콕스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해서 찾을 때 좋은 음악을 많이 찾는 편이다.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는지, 구체적인 팁을 줄 수 있나?
보통 브라질 음악 검색하면 보사노바나 삼바가 많이 나올 텐데, 이는 클럽에서 틀 수 있는 튠이 아니다. 클럽 튠을 검색하려면 소울, 훵크를 큰 카테고리로 검색한 후, 브라질을 검색하면 대부분 나온다.
브라질을 직접 방문해 볼 계획은 없는지.
그런 꿈이 있다. 브라질은 나에게는 아틀란티스처럼 상상 속에 있는 곳이다. 너무 가고 싶어서 많이 고민했다. 주변에서 치안이 안 좋고 위험하다는 소문에 두렵기도 하다. 때문에 꿈으로만 간직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한편으로는 현실도 보고 싶기도 하다.
다음으로 추천할 음반은?
세자르 카마고 마리아노(César Camargo Mariano)의 [A Todas As Amizades]이다. 보통 음반을 구매할 때 묶어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편인데, 그때 저렴해서 같이 끼워 구매했던 판이다. 특히 트랙 “A Todas As Amizades”를 추천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 마디가 이탈하여 디제이가 틀기에는 매우 불편한 음악이지만, 듣기엔 너무 좋은 음악이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음반은?
마지막은 한국의 삼바 밴드 화분의 [FLOR DE PRIMAVERA]이다. 화분과는 공연도 같이한 적이 있어서 화분의 퍼커셔니스트 엽과 좀 친해서 선물을 받았다. 얼마 전 ‘사운즈굿(SOUNDSGOOD)’ 스토어에서 발매한 바이닐인데, 소식에 의하면 사운즈굿이 영상 촬영과 커버아트까지 발매에 아주 힘을 썼다고 하더라.
화분과 더불어 한국에도 브라질 음악을 하는 밴드가 꽤 있다. 그중에서 화분은 좀 더 재지한 느낌. 화분의 멤버 구성이 너무 사기적이다. 연주자로 구성된 밴드니 자신 있게 인스트루멘탈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대단하다.
추천할 트랙은?
“여기, 삼바”와 윤석철이 참여한 “봄, 삼바”를 추천한다. 지금 듣기 좋은 따뜻한 삼바 음악이다.
브라질 음악에 큰 애정을 품고 있는 것 같다. 브라질 음악을 직접 즐기고 디제잉하며 느낀 매력이 있다면?
과거 브라질 음악을 주제로 한 파티에서 라이브로 삼바를 보니까 더욱 삼바의 큰 매력을 느꼈다. 삼바 음악의 재지한 부분을 라이브에서 처음 접했다. 그 계기로 브라질 음악의 클래식을 찾게 되었지.
마지막으로 올해의 계획은?
올해 EP 발매를 앞두고 있다. 제목은 정하지 못했는데, 네 곡 정도 수록할 예정이고, 내가 직접 노래도 한다. 월드 뮤직 계열의 음악을 준비하여 러버스록, 레게, 일렉트로 삼바, 룸바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을 담으려 한다.
Editor | 황선웅
Photograpy | 김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