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와 패션, 그래픽 디자인의 벽을 허문 아티스트 ‘Eric Haze’

뉴욕의 전설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에릭 헤이즈(Eric Haze)의 전시가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 4층 파르코 뮤지엄 도쿄에서 진행 중이다.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던 헤이즈는 1994년 일본에 처음 자신의 브랜드 ‘HAZE’를 소개하며, 그 저변을 넓혔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24년, 지금까지의 활동을 회고하고, 또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는 ‘ERIC HAZE 30th ANNIVERSARY EXHIBITION ‘RE・HAZE’를 개최하는 것.

자신의 오리지널 그래피티, 태그 그래픽을 활용한 의류를 선보인 최초의 그래피티 라이터 중 한 명인 헤이즈는 뉴욕뿐 아니라 일본, 아시아 서브컬처 신(Scene)에도 꾸준히 영향력을 끼쳐왔다. 이에 파르코와 헤이즈의 오랜 파트너인 B’s 인터내셔널은 그의 개인 활동부터 힙합 문화와의 연결, 각종 패션,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 등 총 6가지의 챕터로 구성된 전시를 기획, 진행 중이다.

본 전시에서는 헤이즈의 작품 감상과 더불어, 헤이즈의 오리지널 아트워크와 굿즈 역시 판매한다. 더블탭스와 네이버후드, 바운티 헌터, 엑스라지, 유니폼 익스페리먼트와 같은 일본의 유서 깊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와의 협업 컬렉션, 그리고 허프, 47브랜드, 세가와 협력한 특별한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아래 ‘RE・HAZE’ 전시 챕터에 따라 그래피티 문화로부터 촉발한 에릭 헤이즈 예술 세계의 시작부터, 음악, 패션 신과의 연결,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40년간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글을 간략히 적어두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찬찬히 스크롤을 내려 보자.


GRAFFITI / PERSONAL HISTORY

뉴욕을 대표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에릭 헤이즈. 1961년 뉴욕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서 태어난 그는 십 대부터 뉴욕시 전역을 돌아다니며, 본인의 그래피티와 태깅을 남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그래피티를 시작한 1970년대 후반, 그는 ‘Haze’라는 닉네임 이전 그는 ‘SE3’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동시대 그래피티 아티스트 알리(ALI)가 설립한 ‘소울 아티스트’라는 크루와 함께 그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푸추라(Futura), 팹 5 프레디(Fab 5 Freddy)도 소울 아티스트 멤버 중 한 명이었다.

에릭 헤이즈의 SE3 태그

또한, 팝아티스트이자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Kieth Haring)과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와도 깊게 교류, 예술적 영감을 나누며, 함께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뉴욕은 위 두 인물을 주축으로 한 팝아트의 열풍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때 헤이즈는 본인이 키스 해링이나 바스키아와 같은 스토리텔러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 대학교에 진학 후 그래픽 디자인 학위를 취득했다.

DESIGN HIPHOP

1980년대 초반까지 팝아트에 대한 평론가, 그리고 대중의 인기가 계속 이어졌지만, 80년대 후반에 이르자 그 관심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특히,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을 때, 헤이즈는 예술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느꼈고, 앞으로 어떻게 예술 활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1980년대 미국은 힙합의 골든 에라가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에 헤이즈는 1986년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고, 힙합 문화를 자신만의 그래픽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초창기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 토미 보이 레코즈(Tommy Boy Records)의 앨범 커버와 로고를 디자인했으며, 이후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LL 쿨 J(LL Cool J), DJ 프리미어(DJ Premier) 등 여러 힙합 아티스트가 헤이즈를 찾기 시작했다. 허나, 힙합 문화의 확장으로 인해 그래픽 디자이너 간의 경쟁이 심화했고, 헤이즈는 1991년 뉴욕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로스앤젤레스로 이전, 새 길을 모색한다.

EARLY HAZE BRAND

1990년대는 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스트리트웨어가 활기를 띠던 때였다. 스투시(Stüssy)와 슈프림(Supreme)을 필두로 다양한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거리를 물들였고, 당시 뉴욕의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스태쉬(Stash), 푸추라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서브웨어(Subware), 프로젝트 드래곤(Project Dragon)과 같은 그래피티 기반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를 론칭하기 시작했다.

90년대 헤이즈 x 굿이너프 협업 티셔츠

스트리트웨어 신의 성장세를 눈여겨 본 헤이즈 또한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HAZE’를 론칭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본토인 뉴욕, 로스앤젤레스가 아닌 일본에서 브랜드를 전개했다는 것. 브랜드 ‘HAZE’의 첫 시작이 1994년으로, 이게 이번 파르코에서 헤이즈의 3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헤이즈의 로고, 그래픽을 중심으로 한 의류 디자인은 발매와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도쿄 내에만 세 개의 스토어를 운영, 이때 베이프(A Bathing Ape)나 네이버후드(NEIGHBORHOOD), 굿이너프(GOODENOUGH) 등 도쿄 우라하라 패션 브랜드와도 끈끈한 파트너십을 잇게 된다.

HAZE BRAND COLLABORATION

그래피티,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외 헤이즈의 또 다른 업적은 그 장르를 가리지 않는 무수한 협업이다. 나이키(Nike), 지샥(G-Shock), 뉴발란스(New Balance), 지미 추(Jimmy Choo)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스투시, 허프(Huf), 사카이(Sacai)와 같은 패션 브랜드까지, 수많은 아이템을 캔버스 삼아 자신의 아트워크를 새겼다.

2003년에 발매한 나이키 덩크 SB는 여러 SB 모델 중에서도 명작이라 일컬어지고 있으며, 여전히 꾸준한 협업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본인의 예술적 영감을 전달하고 있다.

CONTEMPORARY ART WORK / RECENT PROJECTS

90년대 후반 헤이즈는 자신의 브랜드를 중단 후 자신의 본류인 예술 활동에 더욱 전념하기로 결심한다. 2004년 브루클린에 새 스튜디오를 차린 그는 계속 진행하던 그래픽 작업과 함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이전까지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의 명성을 쌓았다면, 2000년대 중반부터는 ‘추상화’에 집중한 아트워크를 선보이며, 그 활동 영역을 갤러리로 넓혔다. 그 작품에 있어 과거 헤이즈의 동료였던 키스 해링, 그리고 정신적 스승이자 멘토였던 화가 일레인 드 쿠닝(Elaine de Kooning)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그는 일레인 드 쿠닝 하우스에 머물면서 그 작업실을 주제로 한 스무 점의 흑백 그림을 완성했는데, 초상화, 풍경화로 이루어진 연작은 이전과는 또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며, 본인 스스로 새로운 예술적 시야를 열었다.

NEW COLLABORATION

그리고 2024년 에릭 헤이즈는 그가 처음 브랜드를 시작한 도쿄로 돌아와 방대한 아카이브를 정리하는 전시 ‘RE·HAZE’를 개최한다. 초창기 그래피티 작품부터, 그간 진행한 다채로운 협업 아이템, 그리고 그래피티 스타일을 벗어난 추상화와 구상화 전시까지, 그 40년 활동을 망라한다. 전시장에서 판매되는 굿즈와 각종 협업 컬렉션 역시 전시 작품만큼 다채롭다.

앞서 언급한 1994년 헤이즈 브랜드 컬렉션의 리이슈, 그리고 패션 디렉터 포기(Poggy)가 큐레이션한 세가(SEGA)와의 협업 컬렉션, 우라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와의 새로운 팀업 등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구성된 수십여 가지의 아이템과 아트워크가 판매된다. 그래피티와 패션, 그래픽 디자인의 벽을 허문 아티스트 헤이즈의 전시 ‘RE·HAZE’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Parco Art 공식 웹사이트
Parco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RIC HAZE 30th ANNIVERSARY EXHIBITION 「RE・HAZE」

일시 | 2024년 5월 18일(토) ~ 6월 3일(월) / 11:00 ~ 21:00(전시 마지막 날은 18:00 종료)
장소 | 파르코 뮤지엄 도쿄(시부야 파르코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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