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인조 하드코어 밴드 BBBBBBB 내한 @acs, @channel1969

고막을 찢는 듯한 괴성과 마치 유튜브 이전 UCC 세대로 돌아간 듯 심히 거칠고 혼란스러운 뮤직비디오. 일본의 3인조 하드코어 밴드 BBBBBBB가 오는 7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서울을 찾아 그들의 독보적 음악 세계를 선보인다. 베뉴는 채널1969와 ACS.

이번이 첫 해외 공연이라는 이들의 서울 침공은 과연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 BBBBBBB의 멤버 사이온지(Saionji)와 대화를 나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좇아 온 이들의 개성 넘치는 세계관과 작업물에 대한 이야기에 구미가 당긴다면 다음 7월의 마지막 주말을 이들과 뜨겁게 뛰놀며 보내는 것도 좋겠다.


BBBBBBB를 처음 만나는 한국 관객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일본의 ‘빅토리 하드코어(victory hardcore)’ 그룹 BBBBBBB다. 멤버는 나(사이온지), 사와(Sawa), MRO 이렇게 3명이다. MRO는 천 년에 한 번밖에 눈뜨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와와 나, 이렇게 둘이서 한국에 간다.

BBBBBBB는 어떻게 시작된 밴드인가. 셋의 처음이 궁금하다.

BBBBBBB는 2016년 MRO와 2명이서 결성한 밴드다. 당초 컨트리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두 명 다 악기를 연주할 줄 몰라 스테이지 위에서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 후 악기 연주가 가능한 사람을 잔뜩 BBBBBBB에 가입시켜, 정신 차려보니 멤버가 20명 이상이 됐다. 아무래도 너무 많아서인지 멤버 전원이 서로 치고받고 싸운 결과, 나와 사와 그리고 MRO만이 살아남아 지금에 이르렀다.

멤버 모두가 나고야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 뮤지션의 입장에서 나고야현은 어떤 곳인가. 나고야 음악 신(scene)에 대한 이야기해도 좋다.

당시 나고야에는 올드스쿨 힙합이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우리 음악 스타일로는 어울릴 곳이 없었다. 대신, 나고야에서 조금 떨어진 오카자키시라는 동네에 있는 ‘Hikari no lounge’라는 장소에서 활동했지. 나고야에서 어울리지 못한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유니크하고 기묘한 음악을 매일 탐구했고, 일본 내에서도 꽤나 특별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곳 중 하나였다. 당시 ‘Hikari no lounge’에서 활동하던 친구들을 소개하자면 NEXTMAN, woopheadclrms 등이 있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장르와 아티스트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BBBBBBB에게 가장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 최근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 역시 궁금하다.

누가 뭐래도 기타 울프(Guitar Wolf)와 데스 그립(Death Grips). 그들의 음악을 하루에 100번 듣는다. 이 인터뷰도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답하고 있다. 뮤지션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일본에서 가장 미친 코미디언 할리우드 더 코시쇼(Hollywood the Koshishow)에게 영감을 얻고 있다.

뮤직 비디오나 아트워크를 보면 BBBBBBB만의 일관된 세계관이 느껴지는데, 비주얼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바가 있나.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튜브 인형의 정체가 뭔가.

‘과함’과 ‘바보 같음’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테마다. 뮤직비디오나 아트워크 역시 과한 에너지와 바보 같음을 의식하며 제작하고 있다. 튜브인형은 우연히 X(트위터)에서 발견했는데, 한심한 표정이 마음에 든다.

본격적으로 작업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BBBBBBB의 첫 정규앨범 [Victory Hardcore]에서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앨범 작업에 있어 음악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보고 싶다는 생각의 결과물이었는지, 만약 아니라면 어떤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는지 궁금하다.

[Victory Hardcore]는 긍정적인 분위기와 하드코어한 소리를 조합한다면 새롭고 바보 같은 음악이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실험에서 태어났다. 바보 같음을 추구하기 때문에 샘플링도 바보 같은 것을 잔뜩 쓰고 있습니다. 멋짐보다도 바보 같고 유니크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새로운 음악을 태어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규 2집 [Positive Violence]는 전작과 같은 엄청난 에너지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약간의 치밀한 계산이나 청자에 대한 배려 또한 느껴져 [Victory Hardcore]의 최종 진화버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시기에 ‘Deathbomb Arc’와 인연이 생기며 상황의 변화도 있었을 테고, 이 앨범 이후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Positive Violence]의 작업시기를 돌이켜볼 때 가졌던 마음가짐이나 생각이 있다면 알려달라.

정말로 말 그대로 [Victory Hardcore]의 최종 진화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전작의 애티튜드는 그대로 유지하되, 더욱 폭력적이고 과도한 에너지를 추구했다. [Positive Violence]를 제작할 때 자주 고어그라인드(Goregrind)나 노이즈그라인드(Noisegrind)를 들었고, 그런 음악의 콜라주가 OPN이나 아르카(Arca)의 포스트 클럽 뮤직(Post Club Music)이나 인터넷 실험 음악(Internet Experimental Music)과 닮았다고 느껴, 그것들을 융합한 음악을 만든다는 목표가 숨겨져 있었지.

EP [SHINPI]부터는 장르적으로 보았을 때 BBBBBBB의 또 다른 전환점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 사이의 음악에 대한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Positive Violence]에서 에너지를 폭력적인 형태로 발산하는 스타일은 할 만큼 했기 때문에 다른 형태로 바보 같음을 표현한 것이 [SHINPI]다. 이 EP를 만들며 참고한 것이 프로그 록(Prog Rock)이다. 프로그의 음악성보다는 애티튜드를 참고했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음악에 욱여넣는 것을 우선해, 그 결과 복잡하고 익숙해지기 어려운 음악을 태어나게 한 거다. 틀린 방향으로 계속 노력하는 애티튜드에 매우 큰 영향을 받았다(Prog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작업물에서 긍정적인 바이브와 폭력적이고 하드코어한 사운드를 결합시키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해석이 맞는 걸까? 그렇다면 그러한 작업 의도가 궁금한데.

그 해석이 맞다. 하드코어한 음악에는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많지만, 그것을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꾼다면 좀 더 바보 같은 것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동기에서 출발했다. 예를 들어 시체 이미지를 꽃밭사진으로 바꾼다던지. 처음에는 ‘Victory’나 ‘Let’s go’등의 IQ 10 정도의 단어를 사용했는데, 점점 지능이 낮아져 지금은 IQ 0이 되어 기성을 지를 뿐이다.

일본 외부의 시선으로 볼 때, 요즘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은 세계적으로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로컬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도 느끼는 바는 어떠한가.

코로나 이후 PC로 음악을 만드는 젊은이들은 무척 늘었지만, 유니크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아직까지 무척 적다. 하지만 그 소수의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지. 그중에서도 HAIZAI AUDIO, moreru, Ayato는 특히 더.

개인적으로 “BBBBBBB의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은 BBBBBBB의 매력의 절반밖에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느낄 정도로 공연에서의 에너지가 엄청난데, 라이브 퍼포먼스를 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우리의 라이브는 한계를 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 실현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소리를 너무 질러 뇌가 폭발하고, 무지갯빛 체액을 흩뿌리며 하늘까지 날아가 별이 되고 싶다. 한국에서 그렇게 되겠습니다!

BBBBBBB가 이루고 싶은 최종적인 음악적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코첼라의 가장 큰 무대에서 무음으로 기성을 지르며 아침까지 마구 날뛰는 것과, 뷔요크(Bjork)에게 곡을 주는 것.

이번이 BBBBBBB의 첫 해외공연으로 알고 있다. 내한공연을 앞두고 한국에 대해 궁금하거나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HAIZAI AUDIO에게 한국의 모싱은 매우 격하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지지 않도록 근육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모두 뇌가 폭발하고 무지갯빛 체액을 흩날리며 별이 되자!

BBBBBBB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장재혁
Interviewer | 김현우, 승민


공연 정보
일시 | 2024년 7월 26일(금)
장소 |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1, 채널1969

일시 | 2024년 7월 27일(토)
장소 | 서울 중구 수표로6길 10, A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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