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사람끼리 플레이리스트 #5 평화 특집

VISLA 매거진의 라디오 프로그램, “동향사람끼리”. 매달 진행되는 본 방송은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스튜디오를 찾은 VISLA의 에디터 두 명과 특별한 손님이 특정한 주제와 걸맞은 음악을 소개하는 두 시간의 여정이다. 에디터 홍석민과 황선웅은 6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VISLA 평화사절단으로 참여. 철원 제일의 명승지 고석정을 뒤로 나잠 수(Nazam Sue), 죠지(George), 아이스에이지(Iceage)와 함께 평화 가득한 음악과 대화를 나눴다. VISLA 매거진의 디렉터인 최장민(Jangster) 또한 피스 트레인의 평화를 지지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자 고석정 SCR 스테이지에 디제이로 참여했다. 따라서 두 에디터는 6월 26일 SCR 스튜디오에 최장민을 초대해 평화로운 음악을 곁들여 잡다한 만담을 나눴다. 그리고 아래 본문은 두 에디터와 게스트 최장민이 각각 선곡한 평화 특집 음악이다.


DJ SOULSCAPE – “CANDY FUNK”

최장민: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의 명반 중 하나 [180g beats] 수록곡인 “Candy Funk”는 무려 19년 전인 2000년에 발표된 음악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대를 앞선 명곡이라 생각하는 이 트랙은 아마 공개된 지 1~2년이 지났을 즈음, 문택이라는 친구의 소개로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언제 들어도 스타일리시한 명곡. 경쾌하면서도 평화로운 비트가 일품이라 선곡했다.

Paul Hardcastle – “19”

홍석민: 전역하고 남은 건 밥 빨리 먹는 재주뿐만이 아니다. 복무 신조는 잊었어도 아직 손에는 철책 근무의 긴장과 철제 무기의 차가움이 생생하다. DMZ에 남긴 추억이 그저 유쾌한 것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총을 들고 누볐던 철원 일대에 음악을 들고 가서 당시 이야기를 나누니 감회가 새롭더라. 이에 생각난 곡은 영미권 프로듀서 폴 하드캐슬(Paul Hardcastle)의 85년 작 “19”.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본 곡은 시장에서도 준수한 성공을 거두었다. ABC 공영 방송의 특별 편성 프로그램 베트남 레퀴엠(Vietnam Requiem)에서 평균 19살의 젊은이들이 희생되었음을 안 후, 다신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작곡한 곡이라고.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taa)의 내음이 풍기는 일렉트로 결의 “19”을 일부는 일렉트로와 테크노를 잇는 고리라고 정의하더라.

Mogwaa – “Paramita”

황선웅: 영등포 주민 모과(Mogwaa)가 순례자를 자처한 뒤로 순례 일지를 써 내려갔다. 지난 5월, 석가탄신일을 맞아 내 머릿속은 온통 불교 철학뿐이었고, 그 생각이 옅어지기 전 6월 3일, 모과의 순례 일지는 [Pilgrim]이란 이름으로 공개됐다. EP의 세 번째 트랙 “Paramita”는 불교 철학의 핵심인 수행 바라밀(波羅蜜)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모든 게 평화로운 이상의 언덕, 그 경지에서 기쁨에 도취한 누군가, 무아지경 춤추는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혹시 모과가 순례 끝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상의 경지, 깨달음을 얻은 걸까. 온화로운 부처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했는데…

MGMT – “The Youth”

최장민: MGMT는 약 2006~2008년쯤에 “Kids”라는 트랙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룹이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과 싸이키델릭한 밴드 음악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준 그들. 비록 지금은 예전만큼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과거 트랙은 개인적인 평화로운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Youth”는 MGMT의 [Oracular Spectacular]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처음 들었던 당시에는 큰 흥미 없이 지나갔던 트랙으로 기억한다. 허나 몇 개월 전, 친한 동생 홀스(Wholes)의 차를 타고 가던 중 우연히 이 곡을 다시 들었고, 순간 여유로운 밤하늘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20살 초중반 본가에서 음악을 들으며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이 있었기에 “Youth”는 내 어린 시절, 평화로웠던 당시의 밤하늘을 생각나게 한다.

Simply Red – “Money Too Tight To Mention”

홍석민: 모름지기 경제가 튼튼해야 민심에 꽃이 핀다. 매슬로(Maslow)는 배가 불러야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든다고 말했다. 국가와 민족의 안녕도 중요하지만 물론 내 지갑의 평화도 중요하다. 이에 영국 80년대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을 하나 가져왔다. 심플리 레드(Simply Red)의 84년 작, “Money Too Tight To Mention”. 미국의 밸런타인 브라더스(Valentine Brothers)가 82년 내놓은 동명의 곡을 다시 부른 본 음반은 레이건 대통령 시대 경제 위기를 개인의 서사로 유쾌하게 푼다. 원본, 번안곡 각기 매력은 확실하다. 훵크 대 블루 아이드 소울. 입맛대로 듣자.

Kaito – “And That Was The Way”

황선웅: 와타나베 히로시(Hiroshi Watanabe)는 ‘트레드(Tread)’, ‘쿼드라(Quadra)’, ‘카이토(Kaito)’등의 수많은 페르소나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 움직이는 뮤지션이다. 그중 셋째 아들의 이름을 빌려 시작한 프로젝트 ‘카이토’는 독일의 테크노 명가 콤팍트(Kompakt)를 등에 업은 채로 활동, 과하지 않은 댄스 튠과 공기 중을 부유하는 듯한 엠비언트 멜로디를 거듭 반복하는 전개로 2000년대 ‘프로그레시브’계를 주름잡았다. 그의 음악은 천천히 고조되어 서서히 흩어진다. 댄스보다 명상이 더욱더 잘 어울리는 그의 음악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명상 따위, 시도할 여력이 없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짧은 명상용 음악으로 제격. 평온을 원하는 이들은 반드시 확인하자. 내면을 평온, 평화의 길로 인도할 것.

Weezer – “Photograph”

최장민: MGMT의 “Youth”와 마찬가지로 내 20대 초중반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다. 힙합만 듣던 10대였다면, 20대로 진입하면서는 다양한 밴드의 음악을 찾아들었다. 위저(Weezer)라는 밴드는 너드 같은 비주얼과 감수성을 멋진 사운드로 표현하는 밴드로, 당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학생 때 잔디밭에 누워 즐겨 들었던 앨범 [Green]에 수록된 “Photograph”는 평화로운 대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Bob James – “Angela”

홍석민: 맨해튼 59번가로 이어지는 퀀스보로 다리(Queensboro Bridge)를 달리는 택시와 이에 맞춰 흐르는 플루트. 70년대 후반 미국의 국민 시트콤이었던 택시(Taxi)의 오프닝 곡 “Angela”다. 이를 작곡한 밥 제임스(Bob James)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기도 했는데, “Angela”뿐만 아니라 앨범 [Touchdown]에 수록된 다른 4곡 또한 비단 같은 프로덕션을 자랑한다. 사실 자웅을 가릴 수 없다. 앨범의 지휘자는 물론 밥 제임스지만 참여 명단이 너무나 화려해서 놀랍다. 론 카터(Ron Carter), 스티브 겟(Steve Gadd), 개리 킹(Gary King), 휴버트 로스(Hubert Laws), 이드리스 무하마드(Idris Muhammad) 등 어벤저스 급 조합이다. 소문난 맛집.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약 30분은 평화 그 자체다.

Little Big Bee – “K.G.O”

황선웅: 이제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다. 100% 평화를 머금은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을 완벽히 즐기기에 당시 내 텐션은 너무 낮았다고. 누적된 피로를 안고 석민과 나잠 수가 함께한 방송이 끝나고 나서 스테이지 뒤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는 게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전부였다. 숙소 생각이 간절하던 새벽 1시 즈음, 지친 몸을 이끌어 사람이 드문드문한 스테이지로 이동했고 맨 뒤 잔디에 털썩 앉아 리틀 빅 비(Little Big Bee)의 라이브를 관람했다. 이내 알록달록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에 맞춰 사람들은 춤을 추고 나 또한 피로를 조금씩 치유할 수 있었다. 방송에서 선곡한 “K.G.O”는 리틀 빅 비의 무대 마지막으로 열연한 음악. 이때 리틀 빅 비가 남긴 여운은 내년의 DMZ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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