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극우파 정부가 안티-레이브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주말, 이태원의 몇몇 베뉴에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랏님들이 다녀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할로윈의 안타까운 참사 이후 여기저기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탈리아에서도 할로윈 이후 레이브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모데나(Modena)에서 열린 3일 간의 할로윈 레이브 ‘Witchtek 2K22’는 경찰에 의해 예정보다 24시간 일찍 셧다운 됐다. 버려진 웨어하우스에서 파티를 하던 3,000여 명의 사람들이 쫓겨났고, 14명이 체포당했으며, 15만 유로(한화 약 2억 원)의 오디오 장비 및 사운드 시스템이 압수당했다. 부총리이자 이탈리아 우파연합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의 지시였다.

어느 레이버의 ‘Witchtek 2K22’ 애프터 무비. 1분 30초 경 출동한 경찰들을 볼 수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는 일명 ‘Anti-rave’ 법안을 발의했다. 멜로니 내각은 1943년의 무솔리니 이후로 이탈리아의 첫 네오파시즘에 기반을 둔 정부다. 법안은 허가 없이 50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며, 이는 레이브뿐만 아니라 집회 등에도 적용된다. 또한 50인 이상이 모이는 무허가 이벤트를 주최한 자에게는 1,000유로(한화 약 137만 원)에서 10,000유로(한화 약 1,370만 원) 사이의 벌금형 혹은 3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디 레이브란 ‘프리 파티(Free party)’라고 불리며, 이는 무료일 뿐 아니라 제한에서 벗어난다는 뜻을 지닌다. 그렇기에 레이브는 단순히 춤을 추는 것을 넘어선 반체제적·정치적 움직임이 될 수 있다.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무장경찰이 클럽 키디(KHIDI)를 습격했듯 우파 정부가 레이브 컬처를 탄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유럽의 우경화에 더욱 기름을 붓는 꼴이 될 터. 신(Scene)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Reddit r/Tekno u/nurein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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