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일 건축 영화제,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개막

건축과 영화. 다소 뻘쭘해 보이는 이 둘의 궁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름과 물,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시와 논문 정도. 어쩌면 둘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없을 것이다. 허나 좀 더 가까이에서 그 이면을 본다면 영화와 건축만큼 상호보완적인 분야가 없다. 여전히 회자되는 독일 표현주의 건축은 1920년에 개봉한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Das Cabinet des Dr.Caligari)”로부터 태동하였고, 그 누구도 고드프리 레지오(Godfrey Reggio)감독의 “코야니스카시(Koyaanisqatsi)”만큼 근대 건축과 현대 건축의 분수령을 극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영화만큼 건축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도 없을 것이며, 건축만큼 영화의 미장센을 만드는 도구도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 달리 건축과 영화의 궁합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다.

이 두 분야의 화학작용을 집중 포착한 영화제가 다가오는 9월 8일부터 개막한다. 2009년 처음 시작한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아시아 유일의 건축 영화제로, 13번째를 맞는 올해는 ‘모두를 위한 건축’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영화제가 진행된다. 올해의 경우 크게 4가지 섹션(마스터&마스터 피스/어반 스케이프/비욘드/용산 미군기지를 이야기하다)으로 큐레이션된 22편의 상영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상영작 중 “브라질리아, 기계적 유토피아(A Machine to Live In)”, “봉명주공”, “이태원”을 특히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의 작품부터 1980년대 도시개발의 산물인 주공아파트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시각들이 관전 포인트. 한편 “이태원”의 경우 음주가무에 가려진 이태원의 비애와 애환을 사회적 측면에서 논하고자 했던 본래 영화 취지를 영화제는 도시 건축 관점에서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러한 전환은 코로나로 침체되었음에도 개발이 진행 중인 이태원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특정 건축사와 건축물을 다룬 작품들을 위주로 큐레이션했던 영화제 초기와 달리, 회차를 거듭하면 할수록 주거와 도시 문제까지 아젠다를 확장하며 영화제가 던지는 담론의 폭과 너비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 때문에 어떤 작품을 두고 누군가는 ‘이게 무슨 건축 영화야?’라고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허나 여기서부터 건축은 시작된다. 작품이 내포한 문제 의식과 주제 의식, 거기에 반응하고 응답하는 구성원 모든 것이 건축적이다. 건축사 면허는 단순 종이 쪼가리일 뿐, 우리 모두 건축가가 될 수 있으며 일상에서도 건축 행위는 벌어지고 있다.

건축과 괴리되어버린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담론들을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영화제 주최자인 대한건축사협회의 귀추가 주목된다. 온라인 상영작의 경우 네이버tv에서도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니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일 뿐. 지금 빨리 상영 시간표를 확인해보자.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공식 인스타그램


행사 정보

일시 | 2021년 9월 8일 ~ 2021년 9월 18일
장소 | 씨네큐브 광화문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68 지하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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