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niia Records, 베를린의 형태를 담은 EP [In to the B] 발매

여행은 어느 도시에서 경험한 감정과 기억을 희뿌연 레이어처럼 덧씌우는 작업과 같다. 한 시간과 장소의 축에서 머무른 우리의 기억은 붙잡을 새 없이 서서히 추억으로 녹아내린다. 그러나 아티스트는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을 타인이 감각할 수 있는 물리적인 형태로 치환해 내기도 한다. 이태원의 테크노 클럽 파우스트(Faust)에서 레지던트 디제이로 활동하고 있는 스탠 루모(Stann Lumo)와 쇼트 핑거(Short Finger)가 겨울의 베를린 여행을 마치고 그 음악적 결과물로 EP [In to the B]를 내놓았다.

두 아티스트가 번갈아 가며 배치한 수록곡은 그들이 베를린에서 느꼈을 끈끈한 유대감을 온전히 전하는 듯하다. 스탠 루모의 “In To The B (sl)”는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로 시작하여 숨 가쁘게 치고 올라오는 비트로 서막을 연다. 곡이 진행될수록 형태를 갖춰가는 B의 파동은 점점 일그러지고 증폭된다. 쇼트 핑거의 “In To The B (sf)”는 단음의 멜로디만으로 만들어내는 유포리아로 시냅스를 강렬하게 일깨운다. 머릿속의 아득한 방에서 헤매고 있을 때 두툼한 킥은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중심을 잡아준다. 다시금 스탠 루모의 “Bulb”는 거친 콘크리트 벽의 질감으로 어두운 공간을 층층이 쌓아간다. 이윽고 점등과 소등을 반복하는 빛과도 같은 짧은 비프음이 등장하여 오리엔탈한 사운드와 하모니를 이룬다.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쇼트 핑거의 “Toilet Dream”은 잘게 쪼개진 하이햇으로 훨씬 빠르게 뜀박질하는 템포를 만들어 낸다. 브레이크다운 뒤에는 토일렛에서 문을 열었을 때 상상 밖의 어딘가가 펼쳐질 것만 같은 압도적인 쾌락이 그야말로 귀로 쏟아진다.

둘의 B는 베를린의 조각일 수도, 혹은 베를린의 가장 어둡고 외진 곳에서 도달한 다른 세계일 수도. 베를린 어느 클럽에 설치된 즉석사진기(Photoautomat)에서 찍은 커버와 함께 트랙을 직접 들으며 그들이 다녀온 곳은 어떤 곳일런지 느껴보자. EP [In to the B]는 아메니아(Ameniia) 레코드를 통해 3월 24일 발매되며 현재 비트포트밴드캠프에서 사전 주문할 수 있다.

Ameniia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Stann Lumo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Short Finger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Beat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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