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육수 같은 댄스 음악, Affekt Unit의 새 앨범 [Discorgy EP]

우리는 대게 기본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다. 휘황찬란한 국수 요리에 지쳤을 때는 맑은 멸치 육수의 잔치국수를 열망하기 마련이며, 컴퓨터 프로그램이 주는 피로감에 지쳤을 때는 종이와 연필만큼 반가운 것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쏟아지고 있는 많은 댄스 음악들이 지닌 자극적인 요소들로 인해 이전과 달리 힘없는 스텝을 밝는 우리에게는 정공법만이란 처방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 베를린의 어느 레이블 수장들이 선보인 정공법이 댄스 플로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소식이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애펙트 유닛(Affekt Unit)이 새 앨범 [Discory EP]를 발표했다. 루이지 디 베네르(Luigi Di Venere)와 뉴 버보텐(Neu Verboten)으로 이뤄진 이 듀오는 지난 1월에 발표한 [Dust Off EP]에 이어 이번에도 묘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댄스 플로우를 일궜고 동시에 달궜다. 지난 앨범과 비슷한 기조로 트랜스를 기축으로 EBM과 하우스를 신변잡기 없이 정공법으로 요리한 이들. 특히 동명 트랙 “Discorgy”은 그간 우리가 그토록 댄스 플로우에서 듣길 원했던 EBM의 어법과 질감을 명징하게 구현하고 있으며, 테크노와 UK 베이스(UK Bass)가 나란히 병치된 “Oct-Opus”은 절도 있게 일렁인다.

같은 맥락에서 이탈로 디스코(Italo Disco)의 베이스와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브레이크비트는 우둔함이 아닌 정공법으로 앨범을 가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징은 이들이 2020년에 설립한 필록세니아 레코즈(Philoxenia Records)의 앞선 3장의 앨범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리스어로 ‘낯선 이에 대한 환대와 사랑’을 뜻하는 레이블의 이름만큼 이들의 댄스 음악 역시 인간적이며 따뜻하다. 담백을 표방한 자극적인 것들이 묘수라고 한다면, 이 레이블 돌아서 가지도 지름길을 가지도 않았다. 진정한 정공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블의 첫 릴리즈였던 스티브 마리(Steve Marie)의 앨범 [HO!] 또한 추천하는 바.

잔꾀 가득한 묘수가 필요한 순간도 가끔 있지만, 정직만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베를린의 어느 듀오가 두 장의 앨범에서 연달아 보여준 것은 흥겨운 몸 사위를 넘어 기본에 충실한 정공법의 의의를 몸소 보여준 것은 아닐까? 위태로운 댄스 플로우를 비롯해 좌지우지 인생사가 고민된다면 뒤를 돌아보면 된다. 언제나 우리 뒤에는 정공법이란 정답이 우리 뒤를 받쳐주고 있기에. 정직함으로 일궈진 이들의 앨범을 지금 바로 확인해 보자.

Philoxenia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Luigi Di Vener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Neu Verboten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Philoxenia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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