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라니, 2022년의 마지막이라니. 해가 갈수록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보폭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Bought It’을 시작한 게 2022년 2월이니 별거 아닌 기획으로 그럭저럭 1년간 잘 우려먹었다 싶다.
그동안 뭘 샀는지 지금까지의 글을 살펴보니 모자부터 바지, 재킷, 티셔츠 등등 뭔가 많이 샀다. 매번 살 게 없다고 징징거렸는데, 돌아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다가오는 2023년에도 힘을 내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소비로 되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2022년의 마지막 바우릿을 즐겨주시길.
황선웅 / 에디터 – 게임 “Ecco the Dolphin” Soundtrack Bootleg LP
12월은 ‘세가(SEGA)’의 게임 “Ecco the Dolphin”의 사운드트랙 LP를 구했다. 역시나 공식 발매는 아니고 부틀렉 LP.
게임 “Ecco”는 척 펄슨(Chuck Person)의 앨범 [Eccojams Vol. 1], 매킨토시 플러스(Macintosh Plus) 앨범 [Floral Shoppe]에서의 트랙 “ECCOと悪寒ダイビング”, 씨펑크를 대표하던 요소 중 하나인 돌고래 밈(meme) 등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듯, 베이퍼웨이브의 유래가 된 상징적인 게임. 때문일까, “Ecco”의 부틀렉 LP는 예외적으로 2016년에 발매된 버전과 2019년에 발매된 버전으로 두 가지 버전의 부틀렉이 존재한다. 이번에 내가 구한 버전은 2019년 버전의 부틀렉으로 게이트폴드 자켓, 더블 LP에 포스터, 슬립매트, 세가CD 와팬이 포함됐다.
게임 “Ecco”는 1992년 발매로 메가드라이브에 이식됐기에 16비트의 다소 둔탁하고 각진 파형의 음악이 오리지널이다. 게임 발매로부터 4년이 지난 1996년, [Ecco: Songs of Time]이라는 이름으로 사운드트랙 CD 앨범이 발매됐고 오리지널 16비트 음악은 이때 완곡하게 다듬어졌다. 해당 LP가 수록한 음악 역시 [Ecco: Songs of Time] 버전의 리메이크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음악 스타일은 텐저린 드림(Tangerine Dream), 클라우스 슐츠(Klaus Schulze), 반젤리스(Vangelis)가 연상되는 신시사이저 웨이브의 앰비언트와 뉴에이지 계열. 애석하게도 2022년은 반젤리스와 클라우스 슐츠, 마누엘 괴칭(Manuel Göttsching)이 세상을 떠난 해. 때문에 그들의 영향이 고스란히 녹은 “Ecco” 사운드트랙 LP를 소장하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12월의 소비다.
장재혁 / 에디터 – Kunai Adidas Skirt – 003
6월부터 차례차례 채워온 장바구니에 벌써 마지막 아이템을 담게 됐다니, 감회가 새롭다. ‘행여나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하는 달이 있으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올해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으로 구매를 지속해 온 스스로가 썩 민망하다. 30일간의 수고를 구매로 위로하는 보상심리가 꽤나 달콤한 걸 어쩌겠나.
아무쪼록 각설하고 이번 달 필자의 구매 목록을 차지한 아이템은 다름 아닌 뉴욕 언더그라운드 디자이너 드류(Drew)의 프로젝트, 쿠나이(Kunai)의 ‘Adidas Skirt – 003’다. 드류는 지난 4월부터 ‘Adidas Bootleg’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공개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 아디다스를 상징하는 삼선 마크와 로고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완성한 새로운 실루엣의 제품이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Adidas Skirt – 003’ 역시 부틀렉 아이템과 궤를 같이하는 제품으로 어뜻 보면 통이 큰 쇼츠 같지만, 사실 아디다스의 트레이닝 쇼츠를 새롭게 봉제해 제작한 스커트다.
물론 본인 스타일에 있어 보수적인 면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쿠나이 치마와 필자의 맨다리가 함께하는 미래는 없다. 대신 쿠나이를 상징하는 스타일인 레이어링을 통해 이를 활용해 볼 요량이다.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에 현재까지는 타이트한 팬츠와의 궁합만 떠오르지만 추후 더 강력한 조합을 찾는다면 스리슬쩍 공개해 보도록 하겠다…
오욱석 / 에디터 – NOROLL ‘Roll Hat’
첫 회에 ‘Easy Go nyc’ 캡을 소개했는데, 12월호에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모자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엄밀히 말하면, 아내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생일 때 뭘 가지고 싶은지 묻기에 이때다 싶어 장바구니에 묵혀둔, 그러나 쉽지 않은 가격에 망설였던 모자를 부리나케 결제했다.
이번 모자 구매는 약간의 도전 정신을 더했다. 그간 자주 쓰던 캡 형태가 아닌 벙거지를 사보기로 한 것. 사담이지만, 최근 머리를 길러보고 있는데, 옆머리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더라. 그냥 편하게 쓸 수 있는 모자를 찾다 보니 벙거지가 그 해답이 될 수 있겠더라.
그래서 오래전부터 눈여겨본 ‘NOROLL’의 모자를 구매해봤다. 2013년 유키(Yuki)라는 디렉터가 1인으로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인 ‘NOROLL’, 아직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여기저기 멋들어진 숍에 입점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홀로 이것저것 꾸준히 도전해보는 모습이 멋지잖아…
아무튼, 이번에도 여러 핑계를 대며 모자를 또 하나 사버렸다. 비록, 주문한 컬러가 오지 않았고 구매 이틀 뒤 30% 세일을 시작했지만, 도전 정신과 함께한 따스한 선물이었다. 언제나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ditor│오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