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드 필름의 미학, Leon Moss의 “kiosq”

우리가 스케이트보드 필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수만가지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케이터들의 스케이트보딩, 필르머의 스타일, 영화나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과는 다른 막무가내식 편집, 영상과 어울리는 사운드트랙. 이 4가지가 합쳐져 소위 ‘마이너’한 감성을 내뿜으며 서브컬처를 대표하는 매체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했다. 매년 매달, 수많은 스케이트보드 필름을 우리는 접한다. 대부분은 앞서 말한 4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한 그저 그런 평작이지만, 수작 내지 명작 반열에 드는 4가지를 모두 충족시킨 하나의 ‘작품’으로 불리는 영상들이 존재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그중 하나는 이번에 공개된 필르머 레온 모스(Leon Moss)가 제작한 “kiosq”다.

해당 영상은 여느 스케이트보드 영상과 다름없이 정신없게 시작한다. 정돈되지 않은, 제멋대로며 기괴한 클립들. ‘퍼킹어썸(Fucking Awesome)’이 떠오르는 인트로가 끝나고 나면 평범한 음악과 함께 진짜 인트로가 열린다. 우리는 해당 인트로부터 주목해야 한다. 요즘 등장하는 새로운 필르머와 브랜드의 영상은 대부분 윌리엄 스트로벡(William Strobeck)의 자식이라도 사실 과언이 아니다. 마이너 성향을 띠는 필르머, 브랜드라면 16:9, 720p, 과도한 색감과 과도한 줌이라는 윌리엄의 스타일과 비슷한 스케이트보드 영상으로 릴리즈한다. 자신만의 색깔, 오리지널리티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현상은 미국, 유럽 할 거 없이 심지어 한국에까지 존재한다. 이런 ‘윌리엄 따라잡기’의 여파로, 16:9 비율의 영상은 익숙한 형태가 됐지만 이 영상에서 레온 모스의 팔로우(Follow, 필르머가 직접 움직이며 스케이트보더를 필르밍하는 것, 보통 어안 렌즈로 촬영함) 필르밍만은 뭔가 다르다.

그의 필르밍은 수평을 맞추지 않고 스케이트보더를 불안정하게 팔로우한다. 클립이 시작할 땐 스케이트보더의 머리나 발이 잘려 있고, 어떨 때는 세상 자체가 기울어져 있다. 로컬에서 이런 스타일로 촬영한다면 주변에서 다시는 스케이트보드 필르밍을 맡기지 않을 것이지만 이와 같은 남들과 차별화된 필르밍은 스타일 중심의 스케이터 넷의 스타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이와 함께 뒤로 가는데도 안정적으로 팔로우하는 촬영 등 해당 영상에서의 팔로우 필르밍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 뒤에는 중간중간 여러 도시의 사람들, 거리의 모습과 더불어 4명의 스케이트보딩이 섞이면서 등장한다. 누구나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프로 수준의 스케이팅은 아니지만, 각자의 스타일을 과감히 드러낸다. 우리는 이렇게 영상이 진행되면서 음악 또한 자연스레 집중하게 된다. 첫 번째 음악을 제외하고, 두 번째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비주류 장르의 전자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에이펙스 트윈부터 러시아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까지.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드럼 앤 베이스 장르의 음악은 해당 영상을 대표하는 곡처럼 느껴져 키오스크를 기억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영상의 또 다른 주인인 브랜드, 키오스크는 실제로 유럽의 스케이트보드 매거진 솔로(Solo)와 함께 만든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로 자신들이 영감 받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공개할 정도로 음악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iosq의 플레이리스트

자신만의 팔로우 필르밍, 엄청난 음악 센스, 스케이트보더들의 스타일과 과해 보이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는 편집까지. 레온은 독일에서 날아온 새로운 브랜드와 함께 스케이트보드 영상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 영상을 가지고 왔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피카소의 말이다. 레온의 영상은 이 말의 제대로 된 예시다. 많은 필르머가 ‘윌리엄 따라잡기’를 통해 모든 것을 가져오는 단순한 모방에 빠져있을 때, 그는 윌리엄의 과한 노출과 편집 방식, 줌 필르밍이라는 일부만을 가지고 자신만의 색깔과 함께 버무렸다. 실제로 그는 원래 4:3 비율의 VX로 주로 촬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윌리엄의 스타일을 훔쳤고, 그 결과는 여러 필르머에게 붙는 ‘윌리엄 카피캣’이라는 결과가 아닌 좋은 작품을 통해 스케이트보드 영상의 아름다움이 뭔지 보여주었다. 레온은 이외에도 약 2년 전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로컬 스케이트보더들과 작업한 자신의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공개하고 있으니, 그가 만든 “kiosq” 가 맘에 든다면 그의 유튜브 채널부터 키오스크의 작업을 살펴보자.

Leon Moss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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