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를 바라보는 현대 사진가의 독특한 시선, ‘표면으로 낙하하기’

스마트폰이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하면서 무언가를 찍는 행위는 매우 쉽고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휘슬(whistle)에서 열리는 전시 ‘표면으로 낙하하기’에서 김경태는 이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이미지가 손쉽게 생산되는 시대에 현대 사진가로서 피사체를 바라보는 태도를 드러낸다. 

‘EH’라는 활동명으로도 널리 알려진 김경태는 대상의 모든 지점을 선명하고 디테일하게 묘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심지어는 너트와 같이 손톱만큼 작은 사물을 1000배 이상 큰 사이즈로 확대하기도 한다. 원근법에 익숙해진 우리의 눈에, 이토록 쉴 새 없이 선명한 사진은 낯설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그는 ‘광학적 원근법을 극복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가는 주로 포커스 스태킹 기법으로 촬영하는데, 이는 피사체의 표면을 따라 반복해서 촬영한 후, 초점이 맞는 부분만을 정교하게 합성하는 방법이다. 해당 과정에서 피사체의 가까운 곳과 먼 곳의 선명한 부분이 같은 크기로 담기고, 그렇게 소실점이 없는 평면 투시의 이미지가 완성된다.

이전 작업에서 너트, 돌멩이, 책, 광물 등을 촬영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스케일 큐브를 앞서 언급한 방식으로 촬영한 사진을 선보인다. 스케일 큐브는 사방 1cm의 정육면체로 본래 미항공우주국에서 운석 촬영 시 크기와 방향의 기준이 되는 물체다. 작가는 피사체로 선택한 소재의 기준을 “그 자체가 크기의 단위를 보여줄 수 있고 결과물의 형태가 투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물”이라 말한다. 

이처럼 김경태는 사물의 형태나 구조를 마치 지도나 도면처럼 포착하는 데 집중해, 대상을 구석구석 뜯어보고 관찰한 경험을 사진에 녹여내 왔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현대적 사진가의 독특한 시선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다면, 경리단길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을 방문해 보자. 

Whistle 공식 웹사이트
김경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전시 정보

전시명 │ 김경태 개인전 ‘표면으로 낙하하기 Dropping to the Surface’
전시기간 │ 2019년 5월 17일 – 2019년 6월 22일(화~금 13:00 ~ 19:00 , 토 13:00 ~ 20:00, 일, 월 휴무)
전시장소 │ Whistle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길 12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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