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Zine)이라고 불리는 ‘DIY’ 출판물은 개인 또는 소규모 공동체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조직하는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가끔 그 목적은 개인의 기록에 있고, 타인과의 네트워킹에 있으며, 가볍고 빠르게 어떤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개인과 집단에게 열린 가능성을 제공하는 진은 가공의 스포츠, 퀴디치의 공처럼 눈에 잘 띄지 않고 무질서하게 부유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 궤적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가상의 진 도서관을 배경으로 하는 ‘바벨의 진 도서관’은 총 28팀(29인)이 기증한 진들을 통해 새로운 독자와 진을, 그리고 진과 진 사이를, 또는 진의 이러한 특징을 애호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도서관은 남은 2회에 걸쳐 찾아올 예정이다.
*답변은 23년 10~12월 사이에 취합되었습니다. 답변자의 답변은 원문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유진정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유진정. 만화를 그리고 글을 씁니다. 최근 몰두하고 있는 주제는 현대인의 정신병과 명상입니다.
진 제작자 / 수집가인가?
제작자에 가까운 듯.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아끼는 진, 또는 주변과 주고받은 진이 어떤 것인지 소개해달라.
츠즈키 쿄이치의 도쿄 스타일. 정식출판된 사진집이지만 집요한 비주류 정신을 담고 있어서 진에 가까운 출판물이라고 느껴진다. <주류 미디어가 다루는 도쿄의 집은 완벽 깔끔 노잼이니 진정한 도쿄를 보여주겠다>며 저자가 주변인들의 방을 찍어 제작한 사진집이고, 그래서 정물을 찍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펄펄 뛰는 활기가 있다. 살고 있는 거리는 방의 연장이라는 말도 와닿았다. 절판된 책이고 너무 갖고 싶어서 블로그에 글을 썼더니 어떤 분이 중고 매물을 링크해 주셔서 구했다. 감사하게도 그다음 해 독자 분이 한 권을 더 주셔서 그건 내가 가지고, 샀던 건 도쿄로 이주하시는 분에게 드렸다.
홍기하 VANILLA 2 / 순응적이고 밍밍한, 바닐라스러운 세태에 대한 패기 넘치는 홍기하의 도전장을 수록해 둔 조각전시 도록이다. 홍기하 작가를 처음 만난 날 이 도록의 1권을 선물 받았다. 몇 년 전 뉴스에서 일베 조각가로 이름을 알게 된 분이었는데 도록을 읽고 나니 조각의 의도가 더 명확하게 와닿았다. 그동안 지켜본 홍기하는 감동받은 책이 있으면 막 사서 주변인한테 뿌려버리는 인간이다. 그의 글 역시 그런 과격한 애정으로 넘쳐난다. 1년이 지난 후 그의 두 번째 도록인 바닐라 2를 등기로 받았는데 맨 뒤쪽에 수록된 함진, 김창곤, 최성숙 작가와의 인터뷰를 특히 흥미롭게 읽었다. 너무 놀랍고 중요한 진리들이 펼쳐져 있길래 읽으면서 겨드랑이가 축축해졌다. 판본이 크고 글씨는 깨알 같은 게 접근성은 좀 박살 났지만 꼭 많은 사람들이 이 인터뷰들을 읽었으면 좋겠다.
소개한 진이 제작된 배경을 알고 있나?
홍기하의 바닐라 2는 책이 왜 이렇게 크고 글자는 작으냐, 너무 좋은 내용인데 읽을 엄두가 안 나지 않느냐 컴플레인을 걸었는데 “자본의 한계 때문에.. 중철제본 가능한 페이지수 넘어서 사정사정해서 겨우 함”이라는 대답이 돌아옴. 무선제본하면 가운데가 쫙 펼쳐지지 않는 게 싫어서 이렇게 제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소개한 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친구를 만난 것 처럼 반가웠다.
본인이 제작한 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서울펑쓰 – 2003년부터 2017년까지의 서울의 펑크 신을 담은 사진집이다. 혼란한 청춘의 졸업앨범이라고 생각하며 개열심히 만들었다.
독순 – 펑크족 시절 많은 영감을 받은 독순언니의 사진들을 모았다. 비장한 각오로 제작한 서울펑쓰에 비해 즐겁게 만들었다.
피어투피어 대담집 – 작년 겨울 순수미술 작가 열 세분과 전시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내가 그림을 낼 순 없고 뭘 하지? 하다 작가들과의 대화를 엮어서 책자로 만들었다. 전시장 창가에 의자랑 같이 뒀더니 홍자영이란 작가분이 자기가 만든 그릇에 귤을 담아서 옆에 갖다 놨더라. 되게 따듯한 시간들이라 기록의 보람을 크게 느꼈다.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제작한 비매품이고 블로그에 PDF전문을 올려두었다.
내 말이 맞아 – 효도 앤 베이스 대담집 / 밴드 스냅숏을 찍다가 멤버들 표정이 아름답길래 물질적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졌다. 운동할 때도 샤워할 때도 표정들이 자꾸 떠오르길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고속으로 책자를 제작했다. 그 기회에 멤버들과 각 잡고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주변과 진을 나눠 본 경험이 있나?
어제 서제만 작가의 회화 전을 보러 갔는데 따듯한 국물을 두 사발씩 주고 작가가 낭독도 해주는 혜자전시였다. 최근 제작한 대담집 두 권을 전달드렸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멋지다고 느끼는 창작자들을 만날 때 진을 주고 싶어 진다. 당신이 좋으니 내가 하는 생각을 들어보시라 뭐 이런 거.. 꽤 이기적인 심리인 듯
당신이 아는 진 제작자 또는 진 애호가를 한 명 이상 소개해달라.
드래곤힐 프린트샵을 운영 중이신 임재호님 서울펑쓰 출판 후 진을 제작하자는 연락이 와 같이 독순을 만들었다. 판매된 진의 수익금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고 전부 주겠다고 하시길래 열정이 놀랍다고 생각했다. 만화 잡지 RUDE COMIX를 제작하셨던 김예신 님 루드코믹스는 MAD매거진 류의 얇은 미국 만화책 포맷을 갖춘 잡지였다. 예신님의 로망을 느낄 수 있었다. 제작 전에 작가를 한 명씩 직접 만나러 다니시며 섭외하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이때 “야 내가 예술하는 남자에 대해 알려준다”라는 만화를 그려서 합류했는데 이게 바이럴을 타 가지고 어디 가면 아 그거 그린 사람 이란 소리를 듣게 되었다.
진과 진이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만들고 싶어 죽겠는데 아무도 안 만들 거 같으니 내가 만드는 수밖에. 같은 DIY정신과 집요함이 드러나면 ISBN넘버 받은 출판물이라고 해도 진이라고 생각한다. 진이 아닌 것은 글쎄 뭘까요…
여태 진의 매력이라고 알려져 온 것들은 배제하고 다시 새롭게 생각해 볼 때, 당신이 생각하는 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는 요즘이 매우 나르시시스틱한 시대라고 느낀다. 자신을 드러내거나 세속적 성공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싶은 대상이 아니면 사람들이 소비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의류나 타투, 자기 개발서 등의 시장이 커지는 대신 정신적인 분야는 축소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체가 아닌 자신의 이미지에 몰두하다 보니 남과 비교를 하게 되고 타인을 받아들일 여유가 부족해지고, 고독해지니까 우울증이 생기고… 사람들이 개돼지라는 소리는 아니고, 늙어가는 문명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을 만들거나 글을 쓸 땐 그런 흐름에 반항하는 재미가 있다. 뭘 읽을 때는 자기를 잠시 내려놓고 대상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니까 또 한 가지 매력을 꼽자면, 예전에 여행하던 곳 호스텔의 책장을 보는데 한국 책은 자기 계발서, 토익책, 성경 이렇게 딱 세 종류 밖에 없더라. 기분이 이상하길래 가지고 있던 사상서를 꽂아두고 왔다. 빨리빨리 정신과 인력 원툴로 성장을 해온 한국사회라 효율에 미쳐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수지타산 안 맞겠다 싶은 멋진 것들을 보게 될 때 쾌감을 더 느낀다. 진의 매력이 그런 거 아닐까. 시대의 냉혹함과 대립하는 귀여운 사치스러움.
진 문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써달라.
서로 사랑합시다.
김윤기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저는 김윤기입니다. 저는 시장에서 제품들을 파는 상인입니까?
진 제작자 / 수집가인가?
저는 여러가지의 읽을거리도 만드는 때가 있는 사람입니다. 친구들이 저에게 읽을거리를 주는 때도 있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제 방 안에 저장합니까?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아끼는 진, 또는 주변과 주고받은 진이 어떤 것인지 소개해달라.
후로기 오피스(Froggy Office)의 백강현이 만들어 본 ‘Terry Riley’에 관한 위인진이 생각납니다. 신디사이저라는 짧은 읽을거리를 드래곤힐 프린트샵(임재호)에서 만들었었습니다.
소개한 진이 제작된 배경을 알고 있나?
백강현은 위인진집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소개한 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새로운 참외같이 다가왔습니다!
주변과 진을 나눠 본 경험이 있나?
있어요.
당신이 아는 진 제작자 또는 진 애호가를 한 명 이상 소개해달라.
드래곤힐 프린트샵의 남고려 상인 임재호를 여러 분들에게 소개합니다.
진과 진이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 쪽 한 쪽이 A5면 대략 그것으로 보이는 듯 합니다.
진 문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써주세요.
사람 살려. 천만에요.
abc zine project – 김영진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진을 만드는 김영진입니다. 주로 만화적인 상상력을 실현하는 진을 만듭니다. 진을 통해 저와 만나기 전 아내의 유학 시절로 떠나 보기도 하고, 신혼여행 사진을 망쳐버린 못난 바지들을 쿨한 핏으로 새롭게 바꿔주기도 하죠. ‘abc zine project’라는 이름으로 ‘abc zine school’, ‘abc zine pop-up’ 등을 기획하며 우리만의 방식으로 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진 제작자 / 수집가인가?
진 제작자이면서 진 수집가이기도 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아끼는 진, 또는 주변과 주고받은 진이 어떤 것인지 소개해달라.
Interview #1, #2 – 히마(Hima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마사나오 히라야마(Masanao Hirayama)가 만든 진입니다. 일본의 서점 ‘Utrecht’에 들렀을 때 발견한 A3 크기 종이 한 장을 접어 만든 진입니다. 진에 담긴 내용은 작가가 동료 아티스트에게 던진 단 두 개의 질문(‘What is your name?’, ‘Do you like art?’)과 그에 대한 두 개의 답변과 아티스트 사진이 전부입니다. 1, 2편을 모두 구입해 소장하고 있습니다.
소개한 진이 제작된 배경을 알고 있나?
마사나오 히라야마가 동료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한 진입니다. Interview 진을 통해, 좋은 질문은 단 하나만으로도 좋은 인터뷰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는 제가 인디 뮤지션을 인터뷰하는 <NOT SO SERIOUS INTERVIEW> 시리즈를 제작하는 데에 큰 영감이 되었습니다. ‘NOT SO SERIOUS INTERVIEW’ 시리즈는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뮤지션 인터뷰 진이기 때문에 주로 공연장에서 배포합니다. 지금까지 오헬렌, 키라라, 은도희, 세일러허니문, Phum Viphurit, Wadfah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본인이 제작한 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LOOKATMY) NEWJEANS’는 신혼여행 사진을 망쳐버린 못난 바지들을 쿨한 핏으로 바꿔 붙인 진입니다. 일일이 바지들을 잘라 맞는 위치에 붙여 주어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무척 까다롭지만 원래의 바지 사진을 들춰볼 수 있는 요소가 더해져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시는 진입니다.
당신이 아는 진 제작자 또는 진 애호가를 한 명 이상 소개해달라.
스콧 모리스(Scott Morris)는 진메이커이자 진의 열성팬입니다. 까치와 타로를 주제로 발행하는 맥파이 진(Magpie Zines)의 제작자이자 편집자이며, 인천 송도에 위치한 ‘University of Utah Asia Campus에서 Writing and Rhetoric’ 학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인천에서 진페스트(Zinefest)를 기획해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진과 진이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만든 스스로가 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진이 아닐까요?
여태 진의 매력이라고 알려져 온 것들은 배제하고 다시 새롭게 생각해 볼 때, 당신이 생각하는 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진은 개인적일 수도, 사회적일 수도, 예술적일 수도, 일상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서서 다른 한쪽을 두고 ‘지나치게 잘 만들었다’거나 ‘수준이 떨어진다’거나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형태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다양한 진이 진으로서 존중받는 것 같아 즐겁고 뿌듯합니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진을 창작할 때, 작은 크기, 적은 분량 등 제한된 환경에서 발휘되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abc zine project – 맹주희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abc zine project’란 이름의 팀으로 한국에서 진을 만드는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김해리, 김영진, 맹주희 이렇게 문화 기획자 3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저희들은 2022년부터 인천 배다리란 마을에서 ‘abc zine school’이란 진 메이킹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직접 찾아가 만난 다양한 국가의 진 메이커들과의 인터뷰, 그분들이 만든 진, 저희들이 수집해 온 진 라이브러리, DIY 진메이킹 체험존으로 이루어진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란 이름으로 진에 대한 전시를 진행 중입니다.
진 제작자 / 수집가인가?
저는 진 제작자이자 수집가입니다. 계속 다양한 주제와 형태로 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 일본, 한국의 진메이커들의 다양한 진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아끼는 진, 또는 주변과 주고 받은 진이 어떤 것인지 소개해달라.
STEFAN ALEXANDER/FATIGUE THROAT – A4용지를 4등분해서 만든 진인데 제목 그대로 ‘목이 아플 때’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진이에요.
본인이 제작한 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계속해서 다양한 진들을 만들고 있지만, 제가 만든 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진은 ‘When did I first get obsessed with OASIS’입니다. ‘When did I get obsessed with OASIS’는 그동안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OASIS)를 좋아해 온 나의 삶의 순간들을 기록한 팬진(fanzine)입니다. 2022년 오늘의 나부터 시작해 처음 OASIS를 좋아했던 순간까지 역순으로 따라갑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OASIS의 데뷔 연도인 1991년 아빠와 함께 찍은 어린 나의 사진과 함께, ‘그때부터 OASIS를 좋아했다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으로 끝이 납니다.
소개한 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FATIGUE THROAT – STEFAN ALEXANDER @stef192k / 2019년에 영국 런던에서 여행 중에 제가 난생처음으로 산 진으로 기억됩니다. 그때는 ‘이게 뭐야 진이야?’ 했는데 너무 귀엽고 한 번에 끌려서 샀어요. 그 이후에 저와 남편이 처음으로 슈퍼소닉 스튜디오란 이름으로 만든 책 ‘유러피안 에코백 아카이브’를 주제로 열었던 전시에서도 ‘유럽에서 사 온 영감의 물건’으로 전시를 함께 했어요. 그 이후에 작년에 진 문화를 알게 되면서, 이것이 진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원래 나는 진이 진인줄도 모르고 끌렸었구나. 진메이커가 운명이구나 생각이 들어요.
주변과 진을 나눠 본 경험이 있나?
네, 있습니다. 진 페스트에 참여했을 때나, 진 메이킹 워크숍 때, 진 트레이드를 하면서 진을 판매하거나, 다른 진메이커와 저의 진을 나눠 본 적이 있습니다. 진을 나누었던 여러 경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년 크리스마스 날,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ZINE-MAKING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 적이 있어요. 함께 산타모자를 쓰고, 감사한 사람들을 위해 감사 진을 만드는 원데이 진메이킹 이벤트였습니다. 그날, 감사한 사람을 떠올리고, 진을 만들다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어요. 마지막에 각자 만든 진들을 소개하다가 눈물바다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최근에 abc zine school 워크숍과 저희가 기획했던 언노운 북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진 메이커스 마켓에서 내가 만든 진과 다른 진메이커들이 만든 진을 교환하는 진 트레이드를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서로 선물 교환을 하는 것 같이 참여한 진메이커들 모두 행복해했어요.
당신이 아는 진 제작자 또는 진 애호가를 한 명 이상 소개해달라.
메리 – 제가 만나 본 진 메이커들 중에 진에 대한 열정이 제일 크시고 제가 ‘zine천재’라고 부르는 분진 제작자이자 진 애호가입니다. 진을 만드는 워크숍이라면 어디든지 가시는 분이고, 저희 팀이 운영하는 진 메이킹 워크숍 abc zine school에도 제일 많이 참여하신 분이에요. 주로 삶의 다양한 순간과 도전을 기록하는 진들을 많이 만드시고, 특히 진짜 엄지 손가락만 한 작은 진들을 많이 만드세요. 메리님은 진을 만들기 위해 미리 나만의 템플릿을 만들어 준비하시는 분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 전시회에서 받은 영감을 기록하는 진, 국제 도서전에서 좋아하는 작가들과의 만남을 기록하는 진을 만들기 위해 미리 미니 진의 형태로 템플릿을 만들어서 행사장에 들고 가서 바로 영감을 기록하시거나, 작가들의 사인을 진에 직접 받아서 완성하시기도 합니다. 메리님이 만든 진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진은 최근에 저희 워크숍 중에 ‘Birthday zine’ 워크숍에서 만드신 ‘망고 진’인데요. 이번 생일에 유난히 망고를 선물로 많이 받으셔서, 수많은 망고들을 먹다가, 망고를 잘 발라서 먹는 방법들을 터득하신 거예요. 그 방법들을 소개하는 진을 만드셨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워크숍 참가자들이 다 같이 집에서 망고 챌린지도 하고, 워크숍 마지막날에 메리님이 가져오신 망고 주스를 먹으며 망고진을 보았어요.
진과 진이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해외 북페어 공지에서 진이란 단어와 이 문화를 만들게 되면서, 진이 무엇인지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고 연구를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과 진을 만들어 오면서 ‘이것은 진이에요?’하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진은 책등이 없는 형태의 책이 맞지만, 진이 맞고 아닌 것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는 대상의 반응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표현했는가? 인 것 같아요. 저는 그리고 진이 맞고 아닌 것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진 문화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태 진의 매력이라고 알려져 온 것들은 배제하고 다시 새롭게 생각해 볼 때, 당신이 생각하는 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위로이자 회복의 과정, 손으로 만드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우리 다 함께 진 만들어요! 저희가 만든 진에 대한 전시 ‘그냥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를 준비하며 나에게 진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제가 대답한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저는 남녀노소 누구나 나의 이야기로 자유롭게 만드는 진을 만드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저에게는 치유, 위로, 회복의 시간이에요.(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운 적도 많아요) 저는 특히 진메이커들이 함께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진을 만드는 시간이 저는 너무 행복해요.
지금의 진 문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써달라.
너무 길게 이야기를 한 것 같아 죄송하지만, 저는 저를 진에 미친 자 진친자라고 불러요. 진을 만들며 치유받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진을 만드는 그날을 기다리며, 앞으로도 열심히 한국에서 진을 만드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모든 진 메이커들을 응원합니다!
유성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유성규입니다 퍽댓너드샵(fuckthatnerdshop)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 제작자 / 수집가인가?
진 제작도 하고 있고, 수집도 하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아끼는 진, 또는 주변과 주고받은 진이 어떤 것인지 소개해달라.
2021 QQ press의 진을 좋아합니다. 러프하고 자유로운 그래피티로 도배되어 있는 게 아주 매력적입니다.
본인이 제작한 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저희 퍽댓너드샵에서 친구들과 만든 진 이름이 ZINE이 있는데 그중 VOL.5를 추천합니다 만화 진 기반으로 제작하며 가끔은 자유롭게 만화에서 벗어나서 재미있게도 제작합니다. 이번에도 VOL.6가 나올 예정입니다.
소개한 진이 제작된 배경을 알고 있나?
ZINE을 처음으로 알았을 때 주변에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이 많이 있었고, 그 친구들의 포트폴리오 이면서, 우리의 다른 작업방식의 해소이며, 무언가를 만드는 의미, 모든 생각을 합쳐 우리처럼 처음에 진을 몰랐던 사람에게 알려주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ZINE으로 지은 진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개한 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형식이 없고, 러프해서 보자마자 두근거렸고 그냥 기분이 좋았습니다.
주변과 진을 나눠 본 경험이 있나?
우리가 제작한 진을 많은 사람들에게 가벼운 선물로 드린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아는 진 제작자 또는 진 애호가를 한 명 이상 소개해달라.
저는 진에 대해서 잘은 모릅니다. 그냥 재밌어 보이거나 이뻐 보이는 것을 구매합니다. 그런 것을 구매할 때는 포스디스(pohstihs)나 가스스테이션(gasstasion)에 갑니다!
진과 진이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매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만든 것들이 진이 될 수 있고 혹은 진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부르면 그런 게 되는 거 같습니다.
여태 진의 매력이라고 알려져 온 것들은 배제하고 다시 새롭게 생각해 볼 때, 당신이 생각하는 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여태 생각했던 진은 내용이 매우 가볍고 저렴하고 시각적인 것에 집중하여 좋았습니다. 새롭게 볼 때는 아무나 만들 수 있고 아무나 팔 수 있고 더 막 맘대로 제작할 수 있는 게 매력인 거 같아요.
진 문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써달라.
모두 진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하는 작업물과 별개로 더 속에 있는 것들을 보여줘서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더 막 만들고 더 대충 하고 더 즐기면서!
Editor | Jieun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