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각 베뉴의 믹서를 찾아서 #1 믹서란 무엇인가?

당최 떨어질 생각을 않는 환율과 함께 통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루마니아의 미니멀 디제이 프리쿠(Priku)가 주력으로 쓰는 ‘콘데사(Condesa)’의 4채널 로터리 믹서, ‘카르멘 V(Carmen V)’를 덜컥 주문하고야 만 것. 모닝 사려다가 롤스로이스 팬텀까지 간다고 했던가? 아마추어 베드룸 디제이로서는 확실히 허세 섞인 소비가 아닐 수 없다.

믹서를 구매하며 이제는 어느 곳을 가든 믹서만 보이게 되었기에 다양한 믹서 브랜드 및 각 베뉴의 믹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러 베뉴에서 플레잉하는 로컬 디제이에게 레퍼런스가, 디제잉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친절을 넘어선 빠삭한 가이드가 될 것.


믹서의 기능

디제잉 믹서란, 소리 신호를 받아 소리를 변형 및 조절하여 출력하기 위한 장비이다. 보통 디지털 디제잉은 CDJ 2대와 믹서, 아날로그 디제잉은 턴테이블 2대와 믹서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파이오니아(Pioneer) 사의 올인원 모델인 DDJ 시리즈, XDJ-RX 시리즈 등에도 기본적인 기능의 믹서가 포함된다.

믹서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 각 덱(Deck)의 볼륨을 조절하거나, EQ 노브를 통해 로우(Low), 미드(Mid), 하이(High)의 음역대를 조절하거나, FX 이펙터와 필터(Filter)로 소리를 변형하고 딜레이, 에코, 리버브 등 여러 가지 이펙트를 적용하기도 한다.

믹서는 채널의 개수에 따라 2채널, 4채널, 6채널 등으로 나누어진다. 각 채널마다 디지털 플레이어와 턴테이블뿐만 아니라 랩탑, 샘플러, 신시사이저, 드럼머신 등 외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믹서의 구조

믹서는 인풋 단자로 받아들인 소리 신호를 증폭하고 EQ를 조절하여 아웃풋 단자로 출력한다. 믹서의 구조를 살펴보면 디제이가 믹싱하는 과정을 자연스레 알 수 있는데, 가장 먼저 믹서 후면의 ①채널 인풋을 연결한다. 이때 ②라인(Line)과 포노(Phono) 중에 선택한다. CDJ나 랩탑 등의 디지털 기기는 라인 단자를, 턴테이블 등의 아날로그 기기는 포노 단자를 사용하는데, 기기에서 트랙을 플레이할 때 발생하는 소리 신호는 인풋 단자를 통해 믹서로 들어오게 된다.

소리 신호는 ③게인(Gain) 혹은 트림(Trim) 노브에 처음으로 도달한다. 여기서 채널의 사운드 레벨을 조절한다. 각 트랙과 레코드는 마스터링 상태에 따라 사운드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맞춰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신호는 ④EQ로 간다. 두 트랙을 자연스럽게 믹싱하기 위해 Low, Mid, High의 노브로 프리퀀시를 조절한다. 게인과 EQ를 조절한 소리 신호의 볼륨은 ⑤채널 미터에 표시된다. 채널 미터는 곡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붉은 바의 아래 칸 정도가 적절하다. 붉은 바가 깜빡일 정도의 지나치게 큰 볼륨은 믹서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비트매칭을 하려면 다음 곡을 헤드폰으로 미리 듣고 BPM을 맞춰야 한다. ⑭큐 버튼을 눌러 어느 채널을 들을지 선택한다. 이때 선택한 채널의 볼륨은 ⑮큐 레벨 미터에 표시된다. ⑯큐-마스터 블렌드로 헤드폰에서 선택한 채널(큐)과 현재 스피커로 출력되는 채널(마스터)이 들리는 정도를 조절한다. ⑰큐 노브는 스피커 출력과 무관하게 헤드폰에서 들리는 큐 채널의 볼륨만을 조절한다.

사운드 레벨 조절, 비트매칭, 이큐잉(EQing)을 완료한 트랙은 적절한 타이밍에 ⑥채널 페이더를 끝까지 올려 스피커로 출력한다. 혹은 두 채널 페이더를 모두 끝까지 올려두고 ⑬크로스페이더를 좌우로 움직여 전환할 수 있다. 평상시 크로스페이더는 XY축의 가운데에 위치하여야 양쪽 채널이 모두 들린다.

아웃풋 단자는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⑦REC Out은 녹음 기기를 연결하며 페이더의 조절과 상관없이 녹음 기기에 출력된다. ⑧Booth Out은 디제이 쪽으로 향한 모니터링 스피커를 연결하며 믹서의 ⑨부스(Booth) 혹은 모니터(Monitor) 노브로 볼륨을 조절한다. ⑩Master Out은 관중들을 향한 메인 앰프를 연결하며 ⑪마스터(Master) 노브로 실제 출력되는 스피커의 볼륨을 조절한다. 마스터 볼륨의 크기는 ⑫마스터 볼륨 미터에서 확인한다. 이제 디제이의 손이 밤마다 왜 그렇게 바빴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콘데사(Condesa)의 Carmen V와 알렌 앤 히스(Allen & Heath)의 Xone:92

믹서의 유형

믹서는 크게 2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페이더(Fader) 믹서는 스탠다드한 형태의 믹서로, 위-아래 혹은 좌-우로 움직이는 페이더와 노브가 달려있다. 힙합 디제이가 스크래치를 할 때 믹서 하단부에 달린 무언가를 좌우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이 행위의 정체는 크로스페이더를 이용하여 두 트랙의 볼륨을 급격하게 전환하는 것. 이처럼 페이더 믹서는 급진적인 컷 믹싱(Cut Mixing)도 가능하며 테크노, 일렉트로, EDM, 힙합 등 장르의 범용성이 넓은 편이다.

로터리(Rotary) 믹서는 동그란 로터리로만 이루어진 믹서이다. 이것은 특정 장르에서 부드럽게 믹싱하기에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로터리 믹서는 더 나은 사운드 품질을 위해 진공관 등의 고급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페이더 믹서보다 하이엔드로 여겨진다. 그러나 로터리 믹서 중에도 저렴한 입문용 모델이 존재하며, 로터리 키트가 따로 판매되는 모델도 있어 원한다면 페이더 믹서를 로터리 믹서로 교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알렌 앤 히스(Allen & Heath)의 Xone:PX5, Xone:92와 파이오니아(Pioneer)의 DJM-750MK2, DJM-900NXS2, 그리고 플레이 디프런틀리(PLAYdifferently)의 Model 1 음색 비교

믹서 브랜드

각 믹서 브랜드마다 내세우는 장점이 다르므로 개인의 디제잉 스타일 및 사운드 취향에 따라 믹서를 고르게 된다. 디지털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지닌 파이오니아(Pioneer)는 다양한 FX 컨트롤과 이펙트가 최대 장점이다. 한 트랙에서 다른 트랙으로 넘어가는 트랜지션 과정에서 다양한 이펙트를 사용하며 특히 EDM 장르에서 애용한다.

알렌 앤 히스(Allen & Heath)는 아날로그에 특화된 사운드를 지녀 주로 바이닐 플레잉에 쓰인다. 섬세한 EQ 조절을 위한 로우(Low), 미드 1(Mid 1), 미드 2(Mid 2), 하이(High)의 4밴드 EQ는 알렌 앤 히스의 특징이다. 하이패스 필터(HPF), 밴드패스 필터(BPF), 로우패스 필터(LPF)로 기본적인 FX 기능을 갖추었다.

플레이 디프런틀리(PLAYdifferently)는 알렌 앤 히스에서 독립한 믹서 브랜드이다. 6채널 믹서 Model 1과 4채널 믹서 Model 1.4는 테크노 디제이 리치 호틴(Richie Hawtin)과 협업하여 만든 만큼 테크노에 특화된 사운드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페이더 믹서 계의 양대 산맥인 파이오니아와 알렌 앤 히스의 주요 모델을 따라 각 베뉴의 믹서를 알아보자. 매니악한 취향을 넘어 새로운 유행이 된 로터리 믹서는 2편으로 다룰 예정이다.


각 베뉴의 믹서

Pioneer DJM-900NXS2: MODECi, Cakeshop, QUEST, Bolero, Casa Corona

2016년에 발매된 믹서로 가격은 375만 원[1]이다. 64비트 믹싱 프로세서로 훨씬 풍부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FX 기능이 강화되어 헬릭스(Helix), 핑 퐁(Ping Pong) 등 새롭게 추가된 이펙트를 각 채널에 독립적으로, 즉 한 채널 안에서도 로우(Low), 미드(Mid), 하이(Hi)의 영역대를 선택하여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DJM-900 시리즈는 모데시(MODECi), 케익샵(Cakeshop) 등의 클럽과 퀘스트(QUEST), 볼레로(Bolero), 카사 코로나(Casa Corona) 등의 바에서 널리 쓰인다. 2채널 모델인 DJM-450은 레코드바 에브르(Oeuvre)에서 사용 중이다.

Pioneer DJM-V10: Tongro, Shelter

2020년에 발매된 믹서로 가격은 522만 원이다. 그동안 알렌 앤 히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4밴드 EQ를 적용했으며, 3밴드 아이졸레이터(Isolator)로 믹싱된 두 트랙의 톤을 함께 조절할 수 있다. 컴프레서 노브는 마스터링되지 않은 미발매 트랙, 신스, 드럼머신, 바이닐 등의 소리를 손쉽게 증폭한다. 또한 2개의 헤드폰 단자를 통한 독립적인 모니터링은 2명의 디제이가 B2B로 함께 플레이할 때 유용하다.

DJM-V10은 통로(Tongro), 쉘터(Shelter) 등에서 사용한다.

Allen & Heath Xone:92: Concrete Bar, Beton Brut, MODECi, Tunnel, Pistil, Junction

2003년에 발매된 알렌 앤 히스의 플래그쉽 모델으로 가격은 330만 원이다. 듀얼 VCF 필터를 최초로 적용하여 독립된 2개의 스테레오 필터가 존재한다. 블랙, 실버 2가지 컬러가 있다.

Xone:92는 콘크리트 바(Concrete Bar) 및 베톤 부르트(Beton Brut), 모데시(MODECi), 터널(Tunnel), 피스틸(Pistil) 등의 클럽에서 사용하며 레코드바 정션(Junction)에서도 카운터 안에서 해당 모델을 볼 수 있다.

Allen & Heath Xone:96: Faust, Paper

Xone:92 이후 무려 15년 만인 2018년에 발매된 믹서로 가격은 440만 원이다. 업계 표준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여 클럽 및 페스티벌, 스트리밍 채널 HÖR 등에서 흔히 보인다. HPF, BPF, LPF뿐만 아니라 디스토션 특유의 질감을 사운드에 덧입히는 Crunch 필터가 추가되었다. DJM-V10처럼 2개의 헤드폰 단자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Xone:96은 파우스트(Faust), 페이퍼(Paper) 등의 클럽에서 쓰고 있다.

Allen & Heath Xone:23

2014년에 발매된 믹서로, 공간이 부족한 베드룸 디제이 혹은 2덱만을 사용하는 디제이에게 적합하다. 업그레이드 모델인 Xone:23c는 내장된 사운드카드로 디지털 연결성을 강화했다. 후면에 USB 포트와 ‘X:link’ 포트로 컴퓨터뿐만 아니라 미디 컨트롤러 등 알렌 앤 히스의 다른 하드웨어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Catsquith, jm.kiev.ua, Sunwaves Facebook, Pablo Gallardo/Redferns
도움 │ Coolrnch

[1] 한국 공식 수입처 가격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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