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This! Looney Tunes의 배경만을 아카이브한 계정 @looneytunesbackgrounds

벅스 버니(Bugs Bunny)가 질겅질겅 당근을 씹으면서 걸쭉하게 남부 사투리를 내뱉고, 대피 덕(Daffy Duck)이 침을 뱉듯 부리를 삐죽 내밀고 캐릭터들을 약 올리고, 멍청하긴 해도 엄청나게 빠른 로드 러너(Road Runner)를 좇는 허기진 와일 E.코요테(Wile E. Coyote)가 끝내 로드 러너를 잡지 못한 채 하루를 더 굶주리고 마는 공간. 그곳은 바로 미국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DC 코믹스의 아이콘 루니 툰(Looney Tunes) 캐릭터들이 머무는 만화 속 세상이다.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고 했던가. 스페인 바스크(Basque) 출신 코미디언 겸 작가 Beñat Iturbe Hualde는 루니 툰을 보면서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보다, 그들이 살아 움직이는 만화 속 배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는 지금까지 1200개가 넘는 루니 툰 단편들 속 배경만을 모아 아카이브하는 계정 @looneytunesbackgrounds를 운영하며 배경의 미학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방대한 루니 툰 배경의 아카이브를 모은 이 계정에는 두가지 중요한 운영 방침들이 있다. 첫째, 배경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찾을 수 있다면 전부 명기할 것. 둘째, 피드에 올라가는 배경은 무조건 집 안 인테리어 – 도시적 풍경 – 자연적 풍경을 각각 하나씩 돌아가며 게시할 것. 창작자의 권익을 보장하려는 의도와 큐레이터 나름의 철저한 원칙이 잘 담긴 이 아카이브 계정은 최근 PDF 매거진과 종이 잡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인물이 소거된 1930-50년대 루니 툰 속 배경은 조형과 구도, 색감과 소실점까지 단순히 만화 속 세계로 치부하기에는 절륜한 장인 정신이 돋보인다. 추격전이 벌어지는 사막은 서부극의 웅장함을 닮았고, 슬랩스틱을 벌이는 도시의 풍경은 어딘가 공허한 우울감을 자극하고, 사고뭉치 캐릭터들이 한데 모이는 집 안 풍경도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금기 시대의 애니메이션의 미학이 궁금하다면, 매일 1개씩 업로드되는 @looneytunesbackgrounds의 포스트를 유심히 살펴보자.

@looneytunesbackgrounds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looneytunesbackgrou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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