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돌아온 12 Rods의 신보 [If We Stayed Alive]

밴드 12 로드즈(12 Rods)가 21년 만에 새로운 앨범 [If We Stayed Alive]를 발매했다.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Minnesota Minneapolis) 출신의 12 로드즈는 1993년에 데뷔, 2004년 해체 전까지 [Split Personalities], [Lost Time] 등 걸출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맑고 깊은 태평양 한가운데 넘실대는 큰 파도처럼 쫀쫀하면서도 찰랑이는 밴드의 기타 사운드는 신비로운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프론트맨 라이언 올콧(Ryan Olcott)의 독특한 미성과 뛰어난 조화를 이룬다.

12 로드즈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밴드는 아니지만, 리스너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이력이 하나 있다. 까다로운 큐레이션과 스코어링으로 악명 높은 피치포크(Pitchfork)에서 최초로 10점을 받은 뮤지션이라는 것. 12 로드즈는 1997년 EP [Gay?]를 통해 이 흥미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늘날 피치포크의 위상과 여태까지 10점을 받았던 뮤지션들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12 로드즈는 어느 정도 주목받는 밴드로 남아있어야 마땅하겠지만, 이 밴드는 이상하리만치 그 덕을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피치포크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피치포크 창립자 라이언 슈라이버(Ryan Schreiber)는 레코드숍에서 일하며 블로그처럼 이 매거진을 시작했는데, 당시 그가 살던 곳이 바로 12 로드즈가 활동하던 미니애폴리스였다. 근처 동네에 살며 함께 글을 쓰던 다른 필자가 어느 날 12 로드즈의 라이브 공연을 본 후 [Gay?]의 CD를 구매해 라이언 슈라이버에게 건넸고, 그는 이 앨범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앨범에 완전 미쳐있었다”라고 회상하는 한편, 그땐 10점 만점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이나 논의를 하지 않았었다고도 밝혔다. 독자가 거의 없었고 인터넷도 발전하지 않았기에 로컬과 글로벌을 나누는 것 역시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이 코멘트를 해석해 보자면 결국 [Gay?]는 현재 기준으로는 10점이 아니며, 해당 평점은 감정이 앞서 벌어진 실수였다는 뜻이 된다. 그만큼 인상적이거나 의미 있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 나아가 피치포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일관성을 해치는 [Gay?]의 평점과 리뷰는 어쩔 수 없이 삭제되어 역사의 사라진 한 페이지가 되고 말았다. 여러모로 12 로드즈는 피치포크의 후광을 누리기 어려웠다.

라이언 슈라이버는 이 해프닝이 일부 실수였음을 인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유망한 밴드의 6곡짜리 EP인데, 꽤 특출나지 않은가”라며 변치 않는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시 이번 앨범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면, 해체 이후 각자의 길을 걷던 12 로드즈는 2015년 [Lost Time]의 바이닐 리이슈를 계기로 잠시 재결성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일회성 투어 공연 이후 후속 활동이 부재하며 12 로드즈의 이름은 다시금 잊혀 갔다.

그러던 2021년 9월, 라이언 올콧이 돌연 SNS를 통해 새로운 앨범을 작업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누구의 도움, 지원, 후원 없이” 제작 중임을 밝혔던 그는, 해당 게시글을 업로드한 시점으로부터 약 1년 반이 지난 2023년 4월이 되어서야 선공개 싱글 “My Year (This Is Going To Be)”를 발표했다. 덧붙여, 앨범의 수록 트랙들 모두 과거 미완성 데모들을 새롭게 녹음한 것임을 언급했다.

그렇게 잠들어 있던 7개의 데모가 ‘If We Stayed Alive(만약 우리가 살아있었다면)’이라는 의미심장한 앨범 제목 아래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12 로드즈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뭉클한 노스탤지어를 선사하고,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새롭고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할 변함없는 사운드가 담겼다.

이번 앨범을 주도한 라이언 올콧은 “12 로드즈의 활동 중단이 끝났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밴드의 멤버들을 공개했다. 과거 밴드를 거쳐갔던 수많은 멤버들 중 남아있는 이름은 라이언 올콧 자신뿐이다. 기타는 라스 오스룬드(Lars Oslund), 베이스는 아드리 메헤라(Adri Mehra), 키보드는 에프렌 말도나도(Efren Maldonado), 드럼은 알렉 톤예즈(Alec Tonjes)가 맡게 되었다. 향후 이들이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지 함께 지켜보자.

12 Rods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12 R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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